‘십자가 밟기’ 공방으로 번진 민주당 내부 갈등… ‘충성도 테스트’인가 ‘다양성 포용’인가
김민석 의원의 '유시민 저주 침묵' 비판과 정청래 의원의 '십자가 밟기' 반박으로 촉발된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 팬덤 정치와 당내 다양성을 둘러싼 쟁점과 양측의 입장을 심층 분석합니다.
작성 · 검수 정민석PD · 최종 검토 2026년 7월 30일
쟁점 한눈에
- 김민석, 특정 인사의 '유시민 발언 침묵'을 리더십 결여로 비판하며 논쟁 점화
- 정청래, 사상 검증식 '십자가 밟기'를 멈추라며 확전 경계
- 팬덤의 당내 영향력과 '단일대오' vs '외연 확장'의 구조적 노선 갈등이 본질
정치권에서 ‘말’은 종종 그 자체로 무기가 되기도 하고, 아군을 감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진 이른바 ‘십자가 밟기(후미에)’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김민석 의원이 특정 인사를 겨냥해 “유시민 작가의 저주에 가까운 비판에 침묵하면서 당대표가 될 수 있느냐”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동지들에게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지 말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유력 정치인들 간의 단순한 설전 같지만, 그 이면에는 제1야당이 안고 있는 ‘팬덤 정치의 영향력’과 ‘당내 다양성 용인’이라는 묵직한 구조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THE KILLING TIMES 시사팀이 이 논쟁의 배경과 진짜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번 논란의 발단은 장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강성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유 전 이사장이 야권 내 특정 세력이나 인물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자,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주요 인사들이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가 이른바 ‘선명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김민석 의원은 특정 당대표 후보군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당을 이끌고자 하는 리더라면, 지지층 사이에서 논란이 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침묵은 곧 정치적 비겁함이며, 당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태도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당내 주류 지지층의 정서에 동조할 것인지 묻는 일종의 ‘충성도 테스트’로 해석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평소 강성 지지층과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평가받는 정청래 의원이 “십자가 밟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며 김 의원의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십자가 밟기’는 과거 일본 에도 시대에 기독교인을 색출하기 위해 성화상이나 십자가를 밟게 했던 ‘후미에’를 빗댄 표현으로, 정치권에서는 맹목적인 사상 검증이나 줄 세우기를 비판할 때 자주 쓰입니다. 정 의원의 이 발언은 당내 분열을 막고 과도한 ‘순혈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며 파장을 낳았습니다.

쟁점은 무엇인가
이번 논란의 첫 번째 핵심 쟁점은 ‘정치적 선명성 요구’와 ‘사상 검증’의 경계입니다. 정당의 지도자가 되려는 인물에게 당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검증 과정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장외 인사의 발언을 기준으로 당내 인사들을 압박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에서 용인하기 힘든 폭력적 사상 검증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장외 스피커와 팬덤 정치의 당내 영향력’입니다. 유시민 전 이사장으로 대표되는 장외 오피니언 리더들과 강성 유튜버들의 발언이 당의 공식적인 논의 구조를 압도하고, 소속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가 과연 건강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이는 결국 당의 의사결정권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양쪽은 이렇게 본다
김민석 의원을 비롯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측은 ‘책임 정치’를 강조합니다. 당의 주축을 이루는 당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거나 강하게 반응하는 사안에 대해, 유력 정치인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당을 이끌 리더라면 논란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노선을 분명히 하여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외 인사의 발언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당원들의 정서를 대변한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정청래 의원의 발언에 공감하며 ‘십자가 밟기’를 비판하는 측은 ‘포용과 단합’에 방점을 찍습니다. 모든 사안에 대해 흑백논리로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위축시키고, 결국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규정하는 극단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시점에, 내부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사상 검증은 소모적인 분열만 낳을 뿐 당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반박합니다.
짚고 넘어갈 지점
이번 ‘십자가 밟기’ 공방은 단순히 김민석, 정청래 두 의원 간의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제1야당이 현재 겪고 있는 깊은 성장통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당원 중심주의’를 표방하며 강성 지지층의 결속력을 에너지 삼아온 정당이, 그 에너지가 내부를 향한 배타적 검증의 칼날로 변모할 때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쟁을 계기로 당내에서 ‘팬덤과의 건강한 거리두기’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평소 선명성을 강조해 온 정청래 의원조차 ‘십자가 밟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점은, 과도한 순혈주의가 자칫 당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부의 위기감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이 논쟁의 승패는 누가 더 옳은가가 아니라, 민주당이 ‘단일대오의 덫’을 벗어나 ‘다양성을 품은 대중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세 줄 정리]
1. 김민석 의원이 특정 인사의 ‘유시민 발언 침묵’을 비판하며 입장 표명을 압박해 논란이 시작됨.
2. 정청래 의원이 이를 ‘십자가 밟기(사상 검증)’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하며 당내 노선 갈등으로 표면화됨.
3. 장외 팬덤의 영향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선명성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본질적 과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