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화제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 커뮤니티 낚은 가짜 속보의 전말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이 대통령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속보 캡처. 고유가 시대 서민들의 헛기침을 유발한 이 밈이 왜 퍼졌는지, 그 배경과 진짜 쟁점을 파헤칩니다.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 커뮤니티 낚은 가짜 속보의 전말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 커뮤니티 낚은 가짜 속보의 전말

화제 한눈에

  • 고유가 상황 속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속보 짤 확산
  • 알고 보니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기사를 재활용한 낚시 밈
  • 반복되는 유가 위기와 뻔한 대책에 대한 씁쓸한 공감대가 확산의 진짜 이유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뉴스 속보 캡처 한 장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속보] 이 대통령, 유가불안 해소까지 석유 최고가격제·유류세 인하 유지’라는 제목의 이 이미지는, 주유소 기름값에 민감해진 네티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댓글 창은 곧바로 혼란과 실소로 뒤덮였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 씨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 이 뜬금없는 속보 짤은 어디서 튀어나왔으며, 왜 사람들은 알면서도 이 낚시에 기꺼이 걸려들며 화제를 만들었을까. 단순히 웃고 넘길 밈을 넘어, 이 해프닝이 꼬집고 있는 우리 현실의 얄궂은 지점을 들여다봤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발단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와 대형 유머 게시판 등지에 올라온 게시글이었다. ‘드디어 기름값 잡히나’라는 제목을 클릭하면, 뉴스 속보 자막 폰트를 흉내 낸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 캡처본이 떡하니 등장하는 식이었다. 처음엔 ‘이재명 대표가 언제 대통령이 됐냐’거나 ‘이승만 대통령 시절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달렸지만, 네티즌 수사대 특유의 집요함은 곧바로 진실을 찾아냈다. 해당 기사의 ‘이 대통령’은 다름 아닌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고유가 사태가 겹치면서 정부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와 가격 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시절의 실제 언론 보도 제목이,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의 손에 의해 교묘하게 크롭(crop)되어 ‘현재의 속보’처럼 둔갑한 것이었다. 이 밈이 퍼진 시점은 하필이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돌파하며 운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던 때였다.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기름값이 미쳤다’는 공감대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알리는 듯한 속보 제목은 일단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 옛날 기사구나’라는 허탈함은 특유의 자조적인 유머로 승화되며 리트윗과 공유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낚시’라는 걸 알면서도 친구나 지인들에게 ‘야 속보 떴다’며 장난을 치기 딱 좋은, 전형적인 커뮤니티형 바이럴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 커뮤니티 낚은 가짜 속보의 전말

쟁점은 무엇인가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밈이 유독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데에는 몇 가지 짚어볼 만한 핵심 쟁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서민 경제의 가장 예민한 뇌관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유류세는 자동차를 소유한 거의 모든 국민이 매일같이 체감하는 세금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밥상 물가부터 물류비까지 도미노처럼 타격을 입는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라는 다소 극단적인(그리고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책 워딩이 등장하자, 찰나의 기대감과 배신감이 교차하며 감정의 진폭을 키운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반복되는 위기와 변함없는 대책’에 대한 기시감이다. 2008년이나 지금이나, 외부 요인으로 유가가 치솟을 때마다 정부가 꺼내드는 카드는 결국 ‘유류세 인하 연장’이라는 판에 박힌 대책뿐이라는 사실을 이 오래된 기사 캡처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레퍼토리가 똑같다’는 탄식은 이 밈을 단순한 유머를 넘어 일종의 사회 비판적 성격을 띠게 만들었다.

세 번째는 숏폼과 스낵 컬처 시대에 ‘맥락이 거세된 정보’가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점이다. 출처와 날짜가 잘려나간 단 한 줄의 텍스트가, 그것이 가짜임을 알더라도 ‘밈’이라는 이름 하에 버젓이 유통되고 소비된다. 진실 여부보다는 그것이 주는 ‘순간적인 자극과 재미’가 더 중요해진 온라인 생태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 커뮤니티 낚은 가짜 속보의 전말

양쪽은 이렇게 본다

이 기묘한 유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온라인상에서도 확연히 갈린다. 우선 커뮤니티 주류의 반응은 ‘유쾌한 자조’에 가깝다. “속은 내가 바보다”, “이명박 시절 기름값이 그립다(실제로는 당시가 더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지금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는 증거 아니겠냐”며 팍팍한 현실을 웃음으로 넘기려는 태도가 지배적이다. 이들에게 이 밈은 고단한 하루 끝에 피식 웃고 넘길 수 있는 작은 안줏거리일 뿐이다.

반면, 이러한 형태의 밈 소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경제 정책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에서 의도적으로 날짜나 맥락을 숨긴 캡처본이 돌아다니는 것은 자칫 ‘가짜뉴스’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농담인 줄 알고 시작했겠지만, 앞뒤 맥락 모르는 어르신들 단톡방에 들어가면 ‘요즘 정부가 일을 잘한다’ 혹은 ‘대통령이 바뀌었냐’는 식의 심각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단톡방에서는 해당 캡처본이 진위 확인 없이 유포되며 혼선을 빚었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책 당국이나 언론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는 뼈아픈 대목일 수 있다. 과거의 기사가 현재의 속보처럼 소비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정책 소통이나 체감 물가 관리가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농담 섞인 밈 속에는 정책의 실효성을 묻는 대중의 날카로운 뼈가 숨어 있는 셈이다.

짚고 넘어갈 지점

에디터의 시선에서 이 현상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가 ‘과거의 유령’을 소환해서라도 현재의 불안을 달래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유지’라는 문장 속에는, 강력한 리더십이나 획기적인 정책이 뚝 떨어져서 내일 당장의 기름값을 반값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는 대중의 판타지가 녹아 있다. 하지만 현실의 경제는 마법이 아니다. 최고가격제 같은 극약 처방은 시장의 왜곡을 부르고, 유류세 인하는 세수 펑크라는 또 다른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밈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퍼진 이유는, 숫자로 발표되는 거시 경제 지표와 서민들이 주유건을 쥐고 체감하는 미시 경제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실제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제한적으로 연장하며 물가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결국 이 밈은 가짜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서민들의 피로감과 한숨만큼은 100% 진짜인 셈이다.

앞으로도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비슷한 방식의 ‘과거 기사 발굴 밈’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단순히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차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밈이 왜 하필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 그 이면의 결핍을 읽어내는 일일 것이다.

세 줄 정리와 마무리

1. 고유가 시대의 불안감을 파고든 ‘이 대통령 유류세 인하’ 속보 캡처가 커뮤니티를 강타했다.
2. 과거 기사를 교묘하게 크롭한 낚시였지만, 사람들은 변함없는 현실을 향한 씁쓸한 자조로 이를 소비했다.
3. 유쾌한 밈 뒤에는 팍팍한 서민 경제와 정책적 한계라는 무거운 진짜 현실이 숨어 있다.

웃자고 올린 짤 하나가 다큐멘터리보다 더 선명하게 시대의 우울을 비출 때가 있다. 다음번 주유소에 들러 찰칵찰칵 올라가는 요금기를 바라볼 때, 우리는 또 어떤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이 답답함을 달래게 될까. 밈은 사라져도, 영수증에 찍힌 숫자는 당분간 묵직하게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