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죽인 뒤 케첩과 마요네즈로 비빈 아들과 아들의 직장 상사. 서천 존속살인 사건 총정리: 케첩과 마요네즈로 덮인 현장, 그 뒤의 조종자 (2026)
작성 · 검수 더킬링타임스 · 최종 검토 2026년 8월 9일
2018년 12월 28일 밤, 충남 서천군 장항읍의 한 주택에서 66세 남성이 결박된 채 숨졌다. 그를 살해한 사람은 아들이었고, 시신 주변에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었다. 아들이 챙긴 것은 현금 4만 원과 카드 한 장이었다.
이 사건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범행의 잔혹함 때문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과 당기게 만든 사람이 따로 있었고, 법원이 후자에게도 거의 같은 무게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
주범 손 씨는 당시 31세의 출장 마사지사였다. 공범 신 씨는 34세로 손 씨가 일하던 업소의 업주였다. 두 사람은 고용 관계로 만났지만 2018년 가을을 지나며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다. 손 씨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신 씨에게 반복해 털어놓았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크게 기대게 됐다.
신 씨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네 친아버지가 아니다”, “죽여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는 것이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재산을 노려 살해한 뒤 금품을 나누자는 계획으로 이어졌다.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천 사건 이후에도 신 씨는 메신저로 “노인이나 여성을 노려라”라며 지시를 이어갔고, 2019년 1월 5일 손 씨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일면식도 없는 80대 노부부를 살해했다. 존속살인으로 시작된 사건이 무관한 타인을 향한 강도살인으로 번진 것이다.

케첩과 마요네즈는 무엇을 말해주나
두 사람은 냄새를 없애고 흔적을 지우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만 놓고 보면 은폐 시도다. 그러나 은폐로서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유기물을 덮는다고 혈흔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현장을 더 특이하게 만들어 수사의 주목을 끈다.
여기서 계획성과 충동성이 갈린다. 살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 표적 선정, 시점 조율, 사후 분배 약속 — 은 분명히 계획적이다. 반면 범행 직후의 행동은 즉흥적이고 비합리적이다. 이 어긋남은 계획을 세운 쪽과 실행한 쪽이 달랐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계획은 밖에서 주어졌고, 현장의 판단은 안에서 무너졌다.
미국에서 형사사법을 공부하던 시절, 강의에서 반복해 들은 말이 있다. 현장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범인의 무지가 아니라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케첩과 마요네즈도 그렇게 읽힌다. 흔적을 지우려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눈앞의 장면을 어떻게든 덮고 싶었던 사람의 행동에 가깝다.
가져간 물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재산을 노린 계획이었다면서 실제로 챙긴 것은 현금 4만 원과 카드 한 장이었다. 목적이 재산이었다면 현장에서의 행동은 전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계획의 목표와 실행의 결과가 이렇게 벌어지는 경우, 실행자가 그 계획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 아들은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믿게 됐나
이 사건의 핵심은 두 사람의 관계 구조다. 고용주와 직원이라는 위계가 먼저 있었고, 그 위에 심리적 의존이 얹혔다. 한쪽은 일자리와 수입을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기댈 곳이 없었다.
이런 구조에서 지배는 명령의 형태로 오지 않는다. 상대의 기존 불만을 확인해 주고, 그 불만을 키우고, 결론을 상대가 스스로 내렸다고 믿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네 친아버지가 아니다”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먹혔다는 것은 손 씨가 이미 그렇게 믿고 싶은 상태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천 사건 이후에도 지시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 구조를 다시 확인해 준다. 한 번의 범행으로 관계가 끝났다면 우발적 공모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메신저를 통한 지시가 계속됐고 표적이 가족에서 무관한 타인으로 옮겨갔다. 이 지점에서 손 씨의 판단은 이미 자기 것이 아니었다고 볼 근거가 생긴다.
다만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지배당했다는 사실이 실행한 사람의 책임을 줄여 주지는 않는다. 법원도 그렇게 보지 않았다. 손 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심리적 지배는 형량을 깎는 사유가 아니라, 이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설명하는 조건이다.
내가 보는 두 사람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수사기관에 있어 본 적이 없고 이 사건도 판결과 보도로만 접했다. 그래서 아래는 밖에서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읽기다.
내가 보기에 신 씨는 충동적으로 사람을 부린 쪽이 아니다. 접근 순서가 너무 정확하다. 먼저 상대의 결핍을 확인하고, 그 결핍이 향할 대상을 지정하고, 마지막에 그 대상을 제거하면 결핍이 해결된다는 결론까지 만들었다. 세 단계가 다 있다. 이런 순서를 즉흥적으로 밟기는 어렵다.
주목한 지점은 “네 친아버지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건 아버지를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끊어내는 말이다.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는 설득은 죄책감을 남기지만, 애초에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설득은 죄책감의 근거를 없앤다. 실행의 문턱을 낮추는 데 이보다 효율적인 문장은 드물다. 신 씨가 그 효과를 알고 썼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정확한 지점을 눌렀다.
손 씨 쪽에서 눈에 걸리는 것은 인천 사건이다. 서천에서 멈췄다면 아버지에 대한 누적된 감정으로도 일부 설명이 된다. 그러나 일면식 없는 노부부로 표적이 옮겨간 순간, 개인적 동기는 설명력을 잃는다. 남는 것은 지시를 이행하는 관계뿐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손 씨의 판단이 사실상 정지해 있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책임의 감면 사유가 아니라는 데는 법원과 같은 생각이다.
한 가지 더. 나는 이 관계가 ‘설득’이 아니라 ‘대체’였다고 본다. 신 씨는 손 씨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은 것이 아니라, 손 씨가 스스로 판단하는 기능을 자기 것으로 가져갔다. 그래서 서천에서 인천으로 표적이 바뀌어도 손 씨 쪽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판단하는 자리가 이미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흉기를 들지 않은 사람이 징역 40년을 받은 이유
신 씨의 형량은 1심에서 2심으로 가며 10년이 늘었다. 판결의 무게중심이 ‘방조’에서 ‘공범’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 심급 | 신 씨 형량 | 판단의 근거 |
|---|---|---|
| 1심 | 징역 30년 | 범행에 관여했으나 실행은 손 씨가 했다고 봄 |
| 2심 | 징역 40년 | 지시·독려·결과 보고를 근거로 공범으로 인정 |
| 대법원 | 징역 40년 확정 | 2심 판단 유지 |
항소심 재판부가 든 근거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범행을 계획하고 지시했다는 점, 실행을 독려했다는 점,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현장에 없었더라도 범행의 전 과정을 통제했다면 실행자와 같은 책임을 진다는 판단이다.
형량이 10년 늘어난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1심과 2심 사이에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이 아니다. 같은 사실을 놓고 관여의 성격을 다시 평가한 결과다. 지시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 실행자가 그 지시에 얼마나 의존했는지가 판단을 갈랐다.
판결문을 읽는 습관을 오래 유지해 온 입장에서, 이 사건이 남긴 실질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내가 직접 하지 않았다”는 항변이 어디까지 통하는지에 대한 선을 그은 판례이기 때문이다. 원격으로 이뤄지는 지시가 메신저 기록으로 남는 시대에는 이 선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이런 관계는 대개 조언의 얼굴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범죄를 제안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의 가족·과거·자존감을 반복해서 깎아내리고, 판단의 기준을 자신에게로 옮겨오는 과정이 먼저 온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신호는 몇 가지로 좁혀진다. 특정 한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고 다른 관계가 끊기는 것, 가족에 대한 서술이 갑자기 극단적으로 바뀌는 것, 돈이나 일자리처럼 생계가 그 사람에게 묶여 있는 것이다. 세 가지가 겹치면 관계의 성격이 이미 달라져 있다고 봐야 한다.
제도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에는 개입할 지점이 마땅치 않았다. 폭행도 협박도 없었고 신고할 사안도 없었다. 두 사람은 합법적인 고용 관계였고, 대화는 사적인 상담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제도는 관계 안에서 판단이 넘어가는 과정 자체를 다루지 못한다.
그래서 남는 것은 주변의 눈뿐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특정 인물의 말만 옮기기 시작할 때, 그 변화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그 역할을 한 사람은 없었다.
이 사건은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졌다. 다만 다시 볼 때 남는 질문은 케첩과 마요네즈의 기이함이 아니다. 한 사람의 판단이 어떻게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는가, 그리고 그 과정이 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는가다.
자주 묻는 질문
- Q. 주범과 공범은 어떤 관계였나? — 주범 손 씨는 출장 마사지사, 공범 신 씨는 그 업소의 업주였다. 고용 관계로 시작해 손 씨가 신 씨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관계가 달라졌다.
- Q. 현장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린 이유는? — 냄새를 없애고 흔적을 지우려 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진술이다. 다만 실제로는 은폐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현장을 특이하게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 Q. 직접 살해하지 않은 신 씨가 왜 징역 40년을 받았나? — 항소심이 범행을 계획·지시하고 독려했으며 결과를 보고받은 점을 들어 방조가 아닌 공범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 Q. 인천 노부부 사건과는 어떤 관계인가? — 서천 사건 이후 신 씨의 지시가 이어졌고, 2019년 1월 손 씨가 인천에서 일면식 없는 80대 노부부를 살해했다. 같은 관계 구조에서 이어진 연쇄 범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