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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심층

아내 살해로 15년 산 60대, 교제 여성 죽이고 또 무기징역

수원고법이 교제 여성을 살해한 60대에게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1987년 아내 살해로 15년을 산 그는 왜 다시 법정에 섰나. 증거·재범·양형을 짚는다.

아내 살해로 15년 산 60대, 교제 여성 죽이고 또 무기징역
아내 살해로 15년 산 60대, 교제 여성 죽이고 또 무기징역

작성 · 검수 서동혁 · 최종 검토 2026년 9월 18일

사건 요약

  • 수원고법 형사14부는 2026년 7월 16일 교제하던 40대 여성을 숨지게 한 60대 김모씨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15년을 선고했다.
  • 김씨는 1987년 첫 아내를 살해해 징역 15년을 산 전력이 있고, 이후에도 폭행·성폭력으로 처벌받은 기록이 있다.
  • 검찰이 제시한 수면제 검출은 계획성을 단정하지 못했고, 법원은 문자와 폭행 방식으로 살해 고의를 인정했다.

수원고등법원 형사14부(허양윤 고법판사)는 2026년 7월 1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김모씨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1987년 첫 아내를 살해해 징역 15년을 살고 나온 사람이었고,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그가 교제하던 40대 여성이었다. 검찰은 두 심급 모두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사형까지 나아가지 않았고, 대신 전자발찌 15년 부착을 함께 명령했다.

이 사건은 한 사람의 잔혹함으로만 읽으면 남는 것이 없다. 1987년의 유죄가 있었는데 2025년의 죽음은 왜 막히지 않았는지, 검찰이 내민 증거는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했는지, 사형 구형에도 무기징역에서 멈춘 판단은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 — 여기에 이 사건이 놓아두고 간 질문이 있다.

아내를 죽이고 나온 60대는 왜 또 법정에 섰나

김씨는 교제하던 4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두 심급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김씨는 2025년 6월 30일 밤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B씨를 폭행했고, B씨는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살해할 뜻은 없었다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했다.

그의 전과 이력은 이번 판단의 배경을 이룬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1987년 배우자가 외도했다고 의심해 둔기 등으로 살해하고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출소 이후인 2001년에는 두 번째 아내를 폭행해 징역 10개월을, 2009년에는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번 사건은 이 기록 위에 놓인 네 번째 유죄판결이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을 나눠 둘 필요가 있다. 항소심의 무기징역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는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살해 고의를 부인해 왔다. 아래 표는 보도로 확인되는 시간선만 정리한 것이다.

시기 내용 결과
1987년 첫 아내를 살해 징역 15년
2001년 두 번째 아내 폭행 징역 10개월
2009년 의붓딸 성폭력 징역 8년
2025년 6월 30일 교제 여성 B씨 사망 1·2심 무기징역, 전자발찌 15년
아내 살해로 15년 산 60대, 교제 여성 죽이고 또 무기징역

수면제 1.98mg은 계획범죄를 증명했나

증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복강 내 혈액에서 치사량 수준의 수면제(1.98mg)가 검출된 점을 들어 계획적 범행이라고 봤지만, 항소심은 수면제 투약이 계획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재판부는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폭행의 방식 등을 종합하면 살해의 고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즉 계획성은 기각됐고 고의는 인정된 것이다.

이 대목은 물증과 해석의 거리를 잘 보여 준다. 혈액에서 약물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약물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 들어갔는지는 검출 수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법의학은 ‘무엇이 있었나’에는 강하지만 ‘왜 그랬나’에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범죄라는 결론은 약물 수치가 아니라 그 앞뒤의 정황이 이어져야 성립한다.

검찰이 사형까지 구형하며 계획성에 무게를 실은 것은 양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계획성이 인정되면 비난 가능성이 커지고 형은 무거워진다. 재판부가 계획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고의를 인정한 판단은, 증거가 말해 주는 선을 넘지 않으려 한 흔적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 나는 학부 시절 지역 검찰청에서 사건 기록을 정리하며, 수사기관이 확신하는 ‘그림’과 법정에서 증거로 버티는 ‘사실’이 자주 어긋난다는 것을 곁에서 봤다. 이 사건의 계획성 판단도 그 간극 위에 있다.

아내 살해로 15년 산 60대, 교제 여성 죽이고 또 무기징역

전과가 있는 사람은 왜 친밀한 관계에서 다시 폭력으로 갔나

이 사건의 반복성은 개인의 기질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친밀한 관계라는 구조와 맞물린다. 김씨의 전력을 보면 폭력의 대상이 첫 아내, 두 번째 아내, 의붓딸, 그리고 교제 여성으로 모두 가까운 관계 안에 있었다. 낯선 사람을 노린 것이 아니라 자신과 밀착된 사람을 상대로 힘을 행사했다는 점이 이 사람의 행동 패턴이다. 진단명을 함부로 붙일 일은 아니지만, 통제와 소유의 감각이 관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폭력으로 전환됐다고 볼 여지는 있다.

통계는 이런 개별 사건이 예외가 아님을 보여 준다. 성평등가족부 집계로는 2024년 배우자·연인 등을 상대로 한 살인·치사 검거 인원이 219명이었고, 이 가운데 배우자 대상이 134명, 교제 관계 대상이 85명이었다. 친밀한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살해가 강력범죄의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가정폭력 연구에서 오래전부터 쓰여 온 ‘위험성 평가(danger assessment)’가 과거 폭력 전력, 흉기 접근성, 이별 국면을 핵심 위험 신호로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목할 것은 첫 사건의 동기다. 1987년 살해는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도됐다. 의심과 통제가 살인으로 번진 구조가 30여 년 뒤 교제 관계에서 다시 나타났다면, 이것은 한 번의 돌발이 아니라 관계를 다루는 방식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위해를 가한 이력은 다음 관계의 가장 강력한 위험 신호로 읽혀야 한다.

교제폭력 신고 10만 건,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은 어디였나

신호는 제도가 아니라 통계 바깥에 흩어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 집계로 2025년 교제폭력 112신고는 10만5327건으로 처음 연 10만 건을 넘었다. 2021년 5만7305건에서 5년 새 약 1.8배로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같은 해 검거 인원은 1만4526명으로 신고 대비 14% 수준에 그쳤다. 신고는 폭증하는데 형사 절차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는 것이다.

이 격차가 위험한 이유는 분명하다. 교제 관계의 폭력은 가정폭력처럼 접근금지·격리 같은 보호 장치가 촘촘하지 않고,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거나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 10만 건 중 대부분이 검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 신호가 접수되고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뜻이다. 반복 신고자, 전과가 있는 가해자에 대한 조기 개입이 비어 있는 지점이 여기다.

꿀팁

교제폭력도 112 신고 대상이며, 반복되는 위협·감시·협박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변 위협이 있을 때는 경찰의 신변보호(스마트워치·맞춤형 순찰) 요청이 가능하다.

출소 이후의 관리도 짚어야 한다. 김씨는 살인으로 15년을 살고 나왔지만, 형기 종료 후 전자감독 대상이었는지, 어떤 관리가 있었는지는 이번 보도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비로소 전자발찌 15년이 붙었다는 사실은, 그 이전 단계에서는 재범 위험을 붙잡아 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미국 여러 주가 중범죄 출소자에 대해 GPS 감독과 등록·보고를 의무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형기만 채우면 관리가 끊기는 공백이 이 사건에도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사형을 구형했는데 왜 무기징역에서 멈췄나

재판부가 계획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선고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 심급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무기징역을 택했다. 한국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사형을 ‘죄책이 심히 중대하고 형벌의 균형·범죄예방 목적에 비춰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해 왔고, 실제 선고는 매우 드물다. 계획성이 부정되고 고의만 인정된 이 사건에서 사형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 흐름과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무기징역이 곧 ‘영구 격리’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무기수도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재범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본 재판부가 무기징역에 더해 전자발찌 15년을 함께 명령한 것은, 무기징역만으로는 출소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린 조치로 읽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논의가 겹친다. 법무부는 2023년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국회에 냈지만,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형 존치 상태에서의 도입에 신중론을 폈고 이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사형은 사실상 집행되지 않고 무기징역은 언젠가 가석방 문이 열릴 수 있는 구조에서, 재범 위험이 확인된 사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 사건에 그대로 남는다. 유사한 친밀관계 범죄의 양형 쟁점은 강화군 카페 사건의 법원 판단에서도 다룬 바 있다.

이 사건을 나는 이렇게 본다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이 사건의 핵심이 ‘한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가’가 아니라 ‘위험이 확인된 사람을 사회가 어느 단계에서 놓쳤는가’에 있다고 본다. 1987년의 살인, 이후의 폭행과 성폭력이라는 기록은 재범 위험을 판단할 근거로 이미 충분했다. 그런데도 그 위험은 형기 종료와 함께 제도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다음 위해는 형사사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으로 확인됐다. 이번 판결의 전자발찌 15년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그것이 첫 살인 이후가 아니라 네 번째 유죄에 와서야 붙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의 실패를 요약한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쪽도 밝혀 둔다. 나는 이 사건을 ‘가석방 없는 무기형만 있었으면 막혔을 사건’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번 범행은 그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 가석방으로 풀려나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신형 강화는 재판 이후의 문제이고, 정작 비어 있던 것은 그 이전 — 출소자 관리와 교제폭력 조기 개입이라는 앞 단계다. 사형이냐 종신형이냐의 논쟁이 이 앞 단계의 공백을 덮어 버리는 것이 나는 더 걱정스럽다.

내 한계도 적어 둔다. 나는 수사기관에 몸담아 본 적이 없고, 이 사건의 기록 전체를 본 것도 아니다. 보도와 통계, 그리고 판단문에 드러난 재판부의 논리를 겹쳐 읽은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반복된 친밀관계 폭력의 전력은 그 자체로 가장 큰 경고였다는 점이다. 확신할 수 없는 것은 형량의 적정성이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개입의 타이밍이 늦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이 사건에서 봐야 할 것은 형량의 무게가 아니라 위험 신호가 소비되는 방식이다. 전과가 있는 가해자의 친밀관계 폭력은 통계상 반복 위험이 높은 유형이고, 그 위험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신고·수사·출소자 관리라는 여러 단계에서 이미 감지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신호가 각 단계에서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흩어진다는 데 있다.

교제폭력 신고 10만 건 시대에 검거율이 14%에 머문다는 수치는,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이 아니라 인지한 위험을 처리하는 절차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반복 신고, 흉기 언급, 이별 통보 국면은 개별적으로는 경미해 보여도 겹치면 치명적 위험의 조합이 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신호를 축소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며 신변보호 제도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고, 제도가 할 일은 그 기록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소한 중범죄자의 관리가 형기 종료와 함께 끊기는 구조는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처벌은 과거를 향하지만, 재범 위험 관리는 미래를 향한다. 이 사건은 그 둘 사이의 공백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주 묻는 질문

  • Q. 무기징역이면 평생 나올 수 없나요? — 아니다. 현행법상 무기수도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가석방은 어려워지고, 이번 사건처럼 전자발찌 부착이 함께 명령되기도 한다.
  • Q.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는데 왜 무기징역이 나왔나요? — 재판부가 계획성을 인정하지 않고 살해 고의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은 사형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고해 왔고 실제 선고 사례는 매우 드물다.
  • Q. 수면제가 검출됐는데 왜 계획범죄가 아니라고 봤나요? — 약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언제·누가·어떤 의도로 투약했는지가 증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계획성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문자와 폭행 방식으로 고의는 인정했다.
  • Q. 교제폭력을 당하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나요? — 긴급 상황은 112,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을 이용할 수 있다. 반복되는 위협이 있으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 있고, 위협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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