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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실화

전자발찌를 차고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 추적 60분 스토킹 편

추적 60분 1473회 '그들의 폰에는 스토커가 산다' 리뷰. 전자발찌를 차고도 이어진 연락, 비면식 스토킹의 구조와 제도의 빈틈을 짚었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 추적 60분 스토킹
전자발찌를 차고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 추적 60분 스토킹

작성 · 검수 윤재경 · 최종 검토 2026년 9월 19일

실화 한줄평

  • KBS 추적 60분 1473회(9월 18일 방송)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가해자가 SNS로 개인정보를 모아 접근하는 '비면식 스토킹'의 구조를 다뤘다.
  • 전자발찌를 부착한 가해자가 거주지와 가족을 언급하며 연락을 이어간 사례가 나왔고, 스토킹 신고는 2021년 1만4509건에서 2025년 4만4684건으로 늘었다.
  • 방송은 법무부 위치알림 앱과 잠정조치를 소개했지만, 접근이 시작되기 전 단계와 온라인 공간의 공백은 제도가 여전히 비워 두고 있다.

KBS 추적 60분 1473회 ‘그들의 폰에는 스토커가 산다’ 편이 9월 18일 밤 10시 방송됐다.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사람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는 이른바 ‘비면식(非面識) 스토킹’을 다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마주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스토킹이라는 말에서 흔히 떠올리는 그림과는 시작점이 다르다.

추적 60분이 비춘 것

방송은 스토킹의 출발점이 골목이 아니라 화면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제작진은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게임 방송인, 인터넷 방송 진행자, 음악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 그리고 방송과 무관한 일반인 피해자를 차례로 만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해자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접점은 오로지 온라인 공간에 있었다.

게임 방송인의 경우 방송 도중 개인 전화번호가 노출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한 사람이 원치 않는 메시지와 이메일, 전화를 반복해 보냈고, 결국 방송을 접었다. 음악 유튜버는 2년 가까이 같은 인물에게 시달렸다고 말했다. 호의를 표하던 상대의 태도가 거절 이후 돌변했다는 설명이었다. 일반인 피해자는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사람이 SNS에 흩어진 조각을 모아 집과 가족의 집까지 찾아왔다고 증언했다.

방송이 반복해서 짚은 지점은 ‘정보의 조립’이다. 사진 한 장에 찍힌 간판, 프로필에 무심코 적은 동네 이름, 예전 계정에 남은 학교 정보가 각각으로는 사소하지만 한데 모이면 한 사람의 동선을 재구성한다. 가해자가 특별한 해킹 기술을 쓴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정보를 끈질기게 이어 붙인 결과였다는 점을, 제작진은 사례를 겹쳐 놓는 방식으로 드러냈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 추적 60분 스토킹 편

방송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

가장 무겁게 다가온 대목은 전자장치, 즉 전자발찌를 부착한 가해자의 연락이 멈추지 않았다는 진술이다. 위치추적 장치를 찬 상태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 지역과 부모를 언급하며 접촉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방송에 담겼다. 장치가 위치를 기록한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연락 자체를 멈추게 만드는 일은 별개라는 것을 이 사례는 보여준다.

수치도 함께 제시됐다. 스토킹 신고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만4509건에서 2025년 4만4684건으로 늘었다(관련 보도). 신고가 세 배 이상 늘어난 사이, 실제 구속으로 이어진 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3년 6월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됐고, 잠정조치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새로 들어갔다(정책브리핑).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길은 열렸다.

방송은 법무부가 마련한 대응 수단도 소개했다. 전자장치를 부착한 가해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가해자의 위치와 동선을 알리고, 대피 장소와 도움받을 기관의 연락처를 안내하는 앱이다. 약 600m 거리에서 경보가 뜨는 방식으로 시연된 바 있다(경향신문). 다만 이 장치는 가해자가 이미 특정돼 전자장치를 찬 이후에야 작동한다. 방송에 나온 비면식 사례 다수는 그 단계에 이르기 한참 전에 벌어지고 있었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 추적 60분 스토킹 편

한 시간에 담기지 못한 것

한 시간짜리 방송이 온라인 스토킹의 전 과정을 다 담기는 어렵다. 이는 제작진의 한계가 아니라 형식의 한계다. 방송은 피해자의 진술과 제도의 큰 틀을 전하는 데 시간을 썼고, 그만큼 다루지 못한 층위가 남았다.

먼저 가해자 쪽의 경로가 상대적으로 얇게 지나갔다. 어떤 사람이 어떤 계기로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몇 년씩 쫓게 되는지, 그 심리의 형성 과정은 짧은 인터뷰로 담기 힘든 영역이다. 진단명을 붙이는 순간 오히려 설명이 닫힌다는 점에서, 방송이 이를 조심스럽게 비켜 간 것은 무리한 선택이 아니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왜’가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는다.

플랫폼의 책임도 화면 밖에 있었다. 개인정보가 모이는 통로는 결국 SNS와 방송 플랫폼인데, 이들이 신고를 어떻게 처리하고 계정 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하는지는 다뤄지지 않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의 특성상 수사 협조가 어디서 막히는지도 방송의 몫으로 담기 어려웠다. 스토킹이 오프라인에서 극단으로 치닫기 전 단계를 다룬 사례로는, 이전에 정리한 신당역 사건의 경과를 함께 놓고 보면 제도의 빈칸이 더 선명해진다.

왜 비면식 스토킹은 막기 어려운가

이 방송이 던진 질문의 핵심은 하나로 모인다. 왜 법과 장치가 갖춰졌는데도 피해가 이어지는가. 방송에 담긴 사실들을 근거로 세 갈래에서 이유를 짚어 본다.

증거가 사후에만 쌓이는 구조

비면식 스토킹의 증거는 대부분 접근이 일어난 뒤에 완성된다. 메시지 수백 건, 집 앞에 나타난 기록, 가족을 언급한 문장은 피해가 이미 발생했다는 표시다. 전자장치의 위치 기록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가해자가 어디 있었는지 알려줄 뿐, 다음 메시지를 막지는 못한다. 제도가 ‘기록하는 힘’은 커졌지만 ‘멈추게 하는 힘’은 그만큼 커지지 않았다. 방송에 나온 전자발찌 사례가 불편하게 남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개인정보가 이미 흩어져 있다는 조건

가해가 가능했던 조건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결합 가능성이다. 각각은 공개해도 무방해 보이는 조각들이, 검색과 대조를 거치면 한 사람의 생활을 그린다. 방송인이라는 직업은 노출을 전제로 하기에 이 조건에 특히 취약하다. 신고 건수가 4년 사이 세 배로 늘어난 배경에는,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면과 함께 정보가 모이는 통로 자체가 넓어진 면이 함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처벌은 강해졌지만 초기 개입은 여전히 늦다

반의사불벌죄가 사라지면서 합의를 빌미로 한 2차 가해의 길은 좁아졌다. 이는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된 뒤 잠정조치가 실제로 발동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온라인상의 반복 접촉을 ‘범죄’로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현장의 재량에 크게 기댄다. 신고는 늘었는데 구속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지표는, 초기 단계에서 위험을 계량하는 틀이 아직 성글다는 신호로 읽을 여지가 있다(여성신문).

내가 보는 이 방송

나는 이 방송의 미덕이 ‘해결책을 앞세우지 않은 것’에 있다고 본다. 취재 현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 시간 안에 대책까지 매끈하게 정리하려다 정작 피해의 실감이 깎여 나가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이번 편은 위치알림 앱을 소개하면서도 그것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란히 놓았다. 장치가 작동하는 지점과 작동하지 않는 지점을 함께 보여준 편집은 정직했다.

다만 나는 방송의 무게중심이 ‘피해자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서 ‘왜 이 접근이 애초에 가능한가’로 조금 더 옮겨 갔으면 했다. 개인정보를 잘 숨기라는 당부는 필요하지만, 그것만 남으면 책임의 화살이 피해자를 향하기 쉽다. 정보를 모으는 통로를 열어 둔 플랫폼과, 그 통로를 규율하지 못한 제도 쪽으로 질문이 더 갔어야 한다고 본다.

비면식 스토킹은 ‘만난 적 없음’이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물리적 거리가 사라진 공간에서, 위험은 접촉의 순간이 아니라 정보가 모이는 순간부터 자란다. 이 방송은 그 시작점을 화면 안쪽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점에서 값이 있다.

남은 질문

방송이 끝난 뒤에도 몇 가지 질문이 남는다. 첫째, 전자장치를 부착한 가해자가 연락을 멈추지 않을 때 제도는 그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위치를 알리는 단계 이후의 조치가 방송에서는 충분히 그려지지 않았다.

둘째, 온라인 반복 접촉을 어느 시점부터 스토킹 범죄로 볼 것인가. 한두 번의 메시지와 수백 번의 메시지 사이 어디에 선을 그을지, 그 판단의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셋째, 피해자가 직업상 노출을 피할 수 없는 경우 보호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방송에 나온 사례 대부분이 이 조건에 놓여 있었다.

이 질문들은 한 편의 방송이 답할 몫은 아니다. 다만 어느 것도 비켜 갈 수 없는 질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신고가 4만 건을 넘어선 지금, 답을 미루는 시간만큼 화면 뒤에서 쌓이는 기록도 늘어난다.

자주 묻는 질문

  • Q. 비면식 스토킹은 일반 스토킹과 무엇이 다른가? —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면한 적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접점이 온라인에만 있어, 가해자가 특정되기 전까지는 대응 수단이 작동하기 어렵다.
  • Q. 전자발찌를 채우면 접근을 막을 수 있나? — 위치를 기록하고 일정 거리 접근 시 피해자에게 알릴 수는 있다. 다만 방송 사례에서 보듯 연락과 위협 자체를 멈추게 하는 것과는 별개다.
  • Q. 스토킹처벌법은 어떻게 바뀌었나? — 2023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돼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게 됐고, 잠정조치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추가됐다.
  • Q. 방송은 어디서 다시 볼 수 있나? — KBS 추적60분 공식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해당 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