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획과 지워진 시신, 고유정 전남편 살인사건의 실체
2019년 5월 제주,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러 간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고유정 전남편 살인사건의 치밀한 계획과 남겨진 의혹을 추적한다.
사건 요약
-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러 간 전남편을 펜션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사건
- 범행 전 '졸피뎀', '뼈 무게' 등을 검색하며 철저히 준비한 치밀한 계획범죄
- 의붓아들 사망 사건은 무죄가 확정되며 완전한 진실 규명에는 한계를 남김
2019년 5월 25일, 제주도의 한 무인 펜션. 2년 만에 그리워하던 아들을 만나러 간 아버지는 끝내 살아서 그곳을 나오지 못했다. 범인은 전처 고유정. 그녀는 수면제를 먹여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전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여러 지역에 나누어 유기했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 그러나 너무도 명백한 증거들이 가리키는 진실. 이 사건은 단순한 치정 살인을 넘어, 한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하고 치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서늘한 기록으로 남았다.
사건의 전말
사건의 발단은 면접교섭권이었다. 이혼 후 아들을 만나지 못하던 전남편 강모 씨는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했고, 마침내 2019년 5월 25일 제주도에서 아들을 만나게 된다. 블랙박스와 CCTV 기록을 따라가 보면, 세 사람은 제주의 한 테마파크에서 시간을 보낸 뒤 고유정이 미리 예약한 무인 펜션으로 향했다. 그것이 강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펜션에 들어간 후, 고유정은 미리 준비한 수면제(졸피뎀)를 카레에 섞어 강씨에게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약기운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가 된 강씨를 흉기로 살해한 고유정은, 이후 며칠에 걸쳐 시신을 훼손했다. 그녀의 행적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했다. 훼손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제주를 빠져나가는 여객선 위에서 바다에 버렸고, 남은 시신은 경기도 김포의 가족 명의 아파트로 가져가 2차로 훼손한 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했다.
강씨 가족의 실종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펜션 내부에서 강씨의 혈흔을 다량 발견했고, 6월 1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고유정을 긴급 체포했다. 체포 당시 그녀는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었다.

무엇이 공분을 샀나
대중을 가장 분노케 한 것은 범행의 ‘악랄한 계획성’과 체포 이후 보여준 ‘기만적 태도’였다. 고유정은 범행 한 달 전부터 인터넷에 ‘졸피뎀’, ‘니코틴 치사량’, ‘뼈 무게’, ‘살인 도구’ 등을 검색했다. 마트에서는 범행에 쓸 흉기와 청소 용품을 구입했고, 환불까지 받는 여유를 보였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그녀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 증명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고유정은 재판 과정 내내 피해자인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훼손된 시신의 머리카락 하나조차 온전히 찾지 못한 유족들 앞에서, 그녀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머리를 풀어 헤쳐 얼굴을 가리거나,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하는 모습은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쟁점과 의혹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전남편 살해의 계획성 여부, 둘째는 체포 전 불거진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진실이다. 전남편 살인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시한 졸피뎀 처방 내역, 검색 기록, 혈흔 형태 분석 등을 통해 철저한 계획범죄임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그러나 2019년 3월 발생한 의붓아들(현 남편의 아들) 사망 사건은 상황이 달랐다. 아이가 잠을 자다 질식사한 이 사건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아이를 압박해 살해했다고 보고 추가 기소했다. 정황상 의심스러운 부분은 많았으나,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했다. 결국 법원은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으나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1월, 대법원은 전남편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기록이 남긴 질문
고유정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철저히 은폐된 시신 때문에 유족은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 가해자의 치밀한 증거 인멸이 ‘시신 없는 살인’을 만들었고, 이는 수사 초기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과 맞물려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무엇이 그녀를 그런 괴물로 만들었는가. 전문가들은 타인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는 극단적인 나르시시즘과 경계선 성격장애적 성향을 지적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도구화하고, 끝까지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그 서늘한 이기심. 무기징역이라는 법의 심판이 내려졌음에도, 바다와 쓰레기장에 버려진 진실의 조각들은 여전히 차갑게 흩어져 있다.
세 줄 정리
- 면접교섭권으로 만난 전남편을 수면제로 제압해 살해하고 시신을 철저히 유기한 사건.
- 사전 검색과 도구 준비 등 완벽한 계획범죄임에도 끝까지 정당방위를 주장해 공분을 삼.
- 전남편 살해는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나, 의붓아들 사망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남아 절반의 진실로 기록됨.
시신은 사라졌지만, 남겨진 혈흔과 기록은 그녀의 유죄를 명백히 증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상실의 고통은 어떤 판결로도 보상받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