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몬스터 리지 보든, 무죄로 끝난 1892년 도끼 살인
넷플릭스 '몬스터: 리지 보든 스토리'를 1892년 실제 도끼 살인사건과 1893년 무죄 재판, 그리고 실화 범죄 앤솔러지의 극화 논란에 비춰 분석한다.
작성 · 검수 남우진 · 최종 검토 2026년 9월 19일
볼지 말지
- 넷플릭스 '몬스터' 앤솔러지 네 번째 시즌 '리지 보든 스토리'가 9월 17일 8부작으로 공개됐다.
- 1892년 폴리버 도끼 살인의 유력 용의자였으나 1893년 무죄 평결을 받고 미제로 남은 실화가 소재다.
- 실제 기록과의 거리, 배심원 심리, 물증의 한계, 그리고 '몬스터' 시리즈가 매번 마주한 극화 논란을 짚는다.
넷플릭스가 9월 17일 ‘몬스터: 리지 보든 스토리’를 여덟 편 한 번에 공개했다. 제프리 다머, 메넨데스 형제, 에드 게인에 이어 라이언 머피와 이언 브레넌이 만드는 실화 범죄 앤솔러지 ‘몬스터’의 네 번째 시즌이다. 이번 소재는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폴리버에서 아버지와 계모가 손도끼에 살해된 사건,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이듬해 무죄로 풀려난 딸 리지 보든이다.
이 글은 드라마의 결말을 밝히지 않는다. 애초에 이 사건은 130년 넘게 결말이 없다. 드라마가 실제 기록에서 무엇을 가져오고 어디를 창작으로 메웠는지, 실화 범죄를 극화하는 이 장르가 반복하는 습관은 무엇인지를 짚는다.
몬스터 리지 보든 스토리는 어떤 이야기인가
실존 인물 리지 보든의 살인 혐의와 재판을 극화한 8부작 시리즈다. 넷플릭스 정보로는 9월 17일 전편이 공개됐고, 리지 역은 엘라 비티가 맡았으며 리베카 홀, 비키 크립스, 찰리 허냄, 세라 폴슨 등이 함께한다. 시리즈 자체는 다머 시즌(2022)으로 시작해 매 시즌 하나의 실화 범죄를 인물 중심으로 재구성해 온 앤솔러지의 연장선에 있다.
사건의 무대는 1892년 8월 4일, 폴리버의 보든가다. 부유한 상인 앤드루 보든과 그의 두 번째 아내 애비 보든이 대낮에 자택에서 손도끼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 있던 사람은 많지 않았고, 딸 리지가 곧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리지는 사건 일주일 뒤인 8월 11일에 체포됐다.
드라마는 이 참극과 뒤이은 1893년 재판, 그리고 무죄 평결 이후 폴리버에 그대로 남아 살아간 리지의 여생을 시대극의 틀로 옮긴다. 사건 자체보다 ‘이 여자가 정말 그랬는가, 그리고 왜 세상은 그렇게 믿거나 믿지 않았는가’를 붙드는 구성이다. 여기까지가 공개된 사실과 예고편으로 확인되는 뼈대이고, 나머지 인물의 속내와 대사는 대부분 창작의 영역이다.

실제 리지 보든 사건과 얼마나 가까운가
큰 뼈대 — 살해 정황, 체포, 재판, 무죄 평결 — 는 사료를 충실히 따르지만, 인물의 감정과 집 안의 관계는 상당 부분 극작가의 상상이다. 재판 기록과 이후 연구들이 남긴 사실은 의외로 건조하고 구멍이 많다.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이 이 장르의 일이고, 동시에 위험이다.
| 시점 | 기록이 전하는 것 |
|---|---|
| 1892.8.4 | 앤드루·애비 보든 자택에서 손도끼에 살해된 채 발견 |
| 1892.8.11 | 딸 리지 보든 체포 |
| 1893.6 | 뉴베드퍼드에서 재판, 남성 배심원단이 약 1시간 반 만에 무죄 평결 |
| 1927.6 | 리지 보든 사망. 사건은 끝내 미제로 남음 |
대중이 아는 이야기와 기록의 거리도 크다. 유명한 동요는 ‘리지 보든이 도끼를 들어 어머니를 마흔 번 내리쳤다’고 노래하지만, 검시 기록으로는 계모 애비가 약 18~19회, 아버지 앤드루가 약 10~11회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비는 친어머니가 아니라 계모였고, 흉기로 지목된 것은 도끼(axe)가 아니라 자루가 부러진 손도끼(hatchet)였다. 그마저 지하실에서 발견됐을 때 날은 깨끗했고, 검찰은 그것이 흉기임을 끝내 입증하지 못했다.
| 대중의 통념 | 기록이 말하는 것 |
|---|---|
| 도끼로 40번 내리쳤다 | 계모 약 18~19회, 아버지 약 10~11회로 추정 |
| 흉기는 도끼(axe) | 자루 부러진 손도끼가 발견됐으나 날은 깨끗했고 흉기로 입증 안 됨 |
| 피해자는 친어머니 | 애비 보든은 계모 |
| 리지는 유죄였다 | 1893년 무죄 평결, 사건은 미제 |
드라마가 이 간극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관전의 핵심이다. 통념을 그대로 재생하면 편하지만 사실과 멀어지고, 기록의 공백을 정직하게 남기면 극적 긴장이 약해진다. ‘몬스터’는 대체로 후자보다 전자, 즉 ‘보는 재미’를 택해 온 시리즈다.

배심원은 왜 그녀를 믿지 못했나 — 이 작품이 짚은 범죄심리
1893년 배심원단이 유죄를 확신하지 못한 데는 증거의 부족만이 아니라 ‘점잖은 기독교 집안의 여성이 그런 짓을 할 리 없다’는 시대의 믿음이 있었고, 드라마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여러 사료는 빅토리아 시대의 배심원들이 32세 백인 상류층 여성을 도끼 살인범으로 상상하기 어려워했다고 전한다. 계급과 성별, 신앙이 사실상 방패로 작동한 셈이다.
이것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의 법정에서도 피고인의 외모·계층·성별이 배심과 판단자의 인상에 스며드는 현상은 꾸준히 지적된다. ‘저런 사람이 그럴 리 없다’는 직관은 심리학에서 후광 효과나 대표성 편향으로 설명되는데, 무죄 방향으로 작동하면 진범을 놓치고, 유죄 방향으로 작동하면 무고한 사람을 가둔다. 리지 보든 사건은 그 편향이 무죄 쪽으로 강하게 기운 드문 표본이다.
드라마가 잘 잡아낸 대목이 여기다. 이 작품은 리지가 유죄인지 아닌지를 성급히 판정하기보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각자의 기대와 편견으로 리지를 어떻게 읽었는지를 보여 주려 한다. 살인의 재현보다 ‘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무게를 실을 때, 실화 범죄물은 비로소 단순한 재연을 넘어선다. 이 시즌이 성공한다면 그 힘은 도끼 장면이 아니라 응접실의 시선들에서 나올 것이다.
법정 드라마가 과장하는 지점 — 증거는 무엇을 말하지 못했나
실제 재판을 지배한 것은 ‘결정적 물증의 부재’였는데, 극은 시청자에게 원래 없던 확신을 만들어 주려는 유혹에 늘 빠진다. 재판 기록으로 보면 검찰의 사건은 거의 전적으로 정황 증거였다. 리지에게서는 피가 발견되지 않았고, 흉기로 지목된 손도끼 날은 깨끗했으며, 결정적으로 리지가 변호인 없이 선서 상태로 진술한 예심 증언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약국에서 독극물을 사려 했다는 증언 역시 재판부가 배제했다.
여기에 1892년이라는 시대의 한계가 겹친다. 혈흔의 혈액형 감정도, 지문 감식의 표준화도 아직 자리 잡기 전이었다. 오늘이라면 반나절이면 좁혀졌을 질문들이 그때는 통째로 열려 있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누가 했나’가 아니라 ‘무엇도 증명되지 않았다’가 진짜 결론에 가깝다. 무죄 평결은 무고함의 증명이 아니라,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법의 언어일 뿐이다.
드라마는 이 공백 앞에서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재연 장면과 특정 인물의 시점을 통해 ‘사실은 이랬다’고 은근히 못박는 길, 다른 하나는 끝까지 모른다고 인정하는 길이다.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 나도 재판 장면에는 늘 ‘한 방’을 넣고 싶었다. 관객은 판결이 아니라 진실을 원하니까. 그러나 이 사건에서 그 한 방은 대개 기록에 없는 것을 지어내는 일이 된다. 극이 어느 쪽을 택하는지가 이 작품의 양심을 가른다.
몬스터 시리즈가 반복하는 클리셰와 논란
‘몬스터’는 실화 범죄를 인물 중심 앤솔러지로 재편해 크게 성공했지만, 매 시즌 ‘가해자 서사에 관객을 감정이입시킨다’는 비판을 함께 짊어져 왔다. 첫 시즌 다머 편에서는 피해자 유가족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한 피해자의 유족은 시리즈를 보며 ‘그 일을 다시 겪는 것 같았다’고 언론에 말했고, 비극으로 돈을 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제작자 라이언 머피는 ‘괴물 자체가 아니라 누가 그 괴물을 만들었는지에 관심이 있었다’며 다수의 유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 시즌을 두고도 비슷한 잡음이 있었다. 공개된 홍보 영상이 다머, 메넨데스, 에드 게인의 얼굴을 차례로 지나 리지 보든을 ‘새 라인업’처럼 소개하는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연쇄살인범을 마블 캐릭터처럼 다루지 말라’는 비판이 퍼졌다. 실화 범죄가 하나의 프랜차이즈 세계관처럼 소비될 때 무엇이 남는가라는, 이 장르 전체의 오래된 질문이 다시 불려 나온 셈이다.
다만 리지 보든 편에는 앞선 시즌들과 다른 조건이 있다. 130년 전 사건이라 직접 상처받을 유가족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고, 무엇보다 주인공은 유죄가 확정된 살인범이 아니라 무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그래서 ‘가해자 미화’ 프레임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포장 방식이다. 무죄로 끝난 미제를 확정된 범죄처럼 진열하는 순간, 이 시리즈는 스스로 세운 ‘누가 괴물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배반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실제 사건을 극화한 픽션이다. 무죄 판결이 난 인물을 다루는 만큼, 드라마의 재연 장면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다. 리지 보든은 법적으로 무죄이며 사건은 여전히 미제다.
내가 보는 이 작품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이 시즌이 도끼가 오르내리는 재연에 힘을 줄수록 약해지고, 무죄 평결과 ‘끝내 알 수 없음’이라는 진짜 결말을 견딜수록 강해질 작품이라고 본다. 근거는 사건 자체의 성격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잔혹함이 아니라 증명 불가능성이고, 그 불확실성을 지우는 순간 남는 것은 시대극 옷을 입은 통념의 재생일 뿐이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쪽도 밝혀 둔다. 나는 이 작품이 ‘리지는 유죄’라고 노골적으로 선언하려 들지는 않으리라 본다. 시리즈가 지금까지 취해 온 태도는 판결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파는 쪽이었고, 무죄 판결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으면 감당해야 할 비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즌의 승부처는 ‘누가 죽였나’가 아니라 ‘누가 리지를 어떻게 보았나’에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시나리오를 접은 사람이라 제작 현장의 제약은 바깥에서만 본다. 여덟 시간을 끌고 가려면 어딘가에는 극적 장면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실화 범죄를 다루는 창작자에게 마지막 방어선은 하나다. 기록에 없는 확신을 관객에게 심지 않는 것. 이 시즌이 그 선을 지키는지가, 내가 이 작품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볼 가치가 있나
실화 범죄가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볼 값이 있지만, 사건의 ‘진실’을 알려 주리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은 답을 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답이 없는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를 보여 주는 극이다. 그 차이를 알고 보면 얻는 것이 있고, 모르고 보면 오해만 얻는다.
추천할 만한 관람법은 하나 있다. 드라마를 본 뒤 실제 재판 기록이나 신뢰할 만한 사건 정리를 한 번 읽어 보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료이고 어디부터가 각색인지 스스로 구분해 보면, 이 장르가 어떻게 통념을 만들어 내는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동요 속 ‘마흔 번의 도끼질’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 하나만 확인해도, 실화 범죄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결국 이 작품의 값어치는 리지 보든이 유죄냐 무죄냐를 정해 주는 데 있지 않다. 130년 전 폴리버의 배심원들이,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저 사람이 그랬을 리 없다’ 혹은 ‘분명 그랬을 것이다’라고 믿게 되는 그 심리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데 있다. 거기까지 따라갈 생각이 있다면, 이 여덟 편은 시간을 들일 이유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 Q. 리지 보든은 실제로 유죄였나? — 1893년 재판에서 남성 배심원단이 약 1시간 반 만에 무죄를 평결했다. 이후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법적으로 리지는 무죄다.
- Q. ‘몬스터: 리지 보든 스토리’는 어디서 보나?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9월 17일 8부작 전편이 한 번에 공개됐다.
- Q. 동요에 나오는 ‘도끼로 40번’은 사실인가? — 아니다. 검시 기록으로는 계모 애비가 약 18~19회, 아버지 앤드루가 약 10~11회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흔 번’은 후대에 만들어진 과장이다.
- Q. ‘몬스터’ 시리즈는 순서대로 봐야 하나? — 아니다. 다머, 메넨데스 형제, 에드 게인, 리지 보든은 각각 독립된 앤솔러지 시즌이라 어느 것부터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