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프로파일러는 정말 악을 읽나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권일용 1호 프로파일러의 실제 이력과 프로파일링의 한계에 비추어 분석한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각색인가.
작성 · 검수 남우진 · 최종 검토 2026년 8월 28일
볼지 말지
-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2022년 드라마다.
- 작품은 프로파일링을 독심술이 아니라 지루한 관찰과 분류의 작업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다른 범죄물과 갈린다.
- 다만 '악을 읽는다'는 제목 자체가 이 장르가 반복하는 오해다 — 현실의 프로파일링은 틀릴 수 있는 확률적 추정에 가깝다.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영됐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로 알려진 권일용과 작가 고나무가 함께 쓴 동명 논픽션이 원작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국내에 자리 잡기 전, 그 일을 처음 만들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범죄물은 대개 범인을 쫓는다. 이 작품은 방법을 쫓는다. 범인을 잡는 장면보다, 낯선 방법 하나가 수사 조직 안에 받아들여지기까지의 마찰을 더 오래 비춘다. 그 차이가 이 드라마를 다른 자리에 세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어떤 이야기인가
이 작품은 한 사건의 범인을 쫓는 추리극이 아니라, 프로파일링이라는 낯선 기법이 수사 현장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사건은 배경이고, 전면에 있는 것은 그 사건을 다르게 읽으려는 사람들이다.
시대 배경은 2000년대 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살인, 이른바 ‘동기 없는 범죄’가 잇따르던 무렵으로 설정돼 있다. 원한이나 금전 같은 오래된 수사 문법으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사건 앞에서, 경찰이 범인의 ‘행동’을 단서로 삼기 시작하는 국면을 다룬다. 김남길이 연기한 송하영은 권일용을 모델로 한 인물로 알려졌고, 진선규가 연기한 국영수는 초기 범죄행동분석 팀을 이끈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줄거리를 끝까지 옮기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반복해서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죽였는가다. 범행의 방식과 순서, 시신을 다룬 태도, 현장에 남긴 것과 치운 것 — 작품은 이 사소해 보이는 흔적들을 통해 범인의 행동 유형을 좁혀 간다. 유사한 장르가 자백과 추격에 무게를 싣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의 무게 중심은 관찰과 해석에 있다. 앞서 이 지면에서 다룬 유영철 사건을 그린 영화 「추격자」가 쫓는 자의 조급함을 그렸다면, 이 드라마는 쫓기 전에 멈춰 서서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송하영은 권일용을 어디까지 옮겼나
주인공 송하영의 뼈대는 실제 권일용의 이력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사건과 시간선은 극적으로 압축돼 있다. 실제와 각색을 나눠 보면 이 작품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꿨는지가 드러난다.
보도로 확인되는 권일용의 이력은 이렇다. 1989년 경찰에 입직해 기동수사대에서 일했고,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에 범죄분석 팀이 꾸려지면서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7년간 유영철·정남규·강호순 등 약 1,000명의 강력범을 상대한 것으로 전해졌고, 2017년 경정으로 퇴직해 현재는 대학 겸임교수로 있다. 권일용 본인이 드라마 자문으로 참여해 대본 리딩 단계부터 조언했다는 사실도 여러 인터뷰로 확인된다. 즉 이 작품의 세부 묘사에는 실무자의 손이 닿아 있다.
반면 드라마의 개별 사건들은 특정 실화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여러 사건의 요소를 재구성하고 인물의 이름을 바꿨다. 이 지점은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시청자는 극 중 사건을 실제 사건과 일대일로 대응시키기 쉽지만, 그렇게 읽으면 실존 피해자와 유족에게 없는 사실을 덧씌우게 된다. 작품이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와, 무엇을 지어냈는지의 경계를 흐리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 항목 | 드라마의 설정 | 확인되는 사실 |
|---|---|---|
| 주인공 | 송하영(김남길) | 권일용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짐, 본인 자문 참여 |
| 사건 | 극 중 연쇄·무동기 살인 | 특정 실화 아닌 재구성으로 전해짐 |
| 시간선 | 수개월 단위로 압축 | 실제 프로파일링 정착은 수년에 걸친 과정 |
| 프로파일러 역할 | 수사의 중심축 | 현실에선 수사팀에 대한 분석·자문 역 |

이 작품이 제대로 짚은 프로파일링의 실체
이 드라마가 가장 잘한 것은 프로파일링을 ‘독심술’이 아니라 지루한 관찰과 분류의 작업으로 그린 점이다. 범인의 마음을 꿰뚫는 초능력이 아니라, 행동을 데이터로 쌓아 확률을 좁히는 일이라는 점을 작품은 여러 장면에서 반복한다.
극 중 인물들은 현장에서 눈에 띄는 물증을 좇기보다, 범인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되묻는다. 피해자를 고른 방식, 침입과 도주의 경로, 시신을 둔 자세, 흉기를 미리 준비했는지 현장에서 취했는지. 이런 요소들은 범행이 계획적이었는지 충동적이었는지, 범인이 현장을 통제했는지 허둥댔는지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FBI 행동과학부가 1970년대에 정리한 ‘조직화·비조직화’ 구분이 바로 이 발상에서 나왔다. 작품은 그 분류의 원형을 한국의 수사 현장에 옮겨 놓는다.
더 눈여겨볼 것은 이 드라마가 프로파일러의 내부 처지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방법은 대개 환영받지 못한다. 극 중에서도 ‘범인 얼굴 하나 못 그리면서 무슨 심리 타령이냐’는 식의 냉대가 반복된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권일용도 여러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프로파일링이 수사 조직 안에서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작품은 이 마찰을 극적 장애물로만 쓰지 않고, 한 기법이 제도로 자리 잡기까지 무엇을 통과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장치로 삼는다. 이 점에서 이 드라마는 사건물이면서 동시에 제도의 성장기다.
드라마가 부풀린 지점 — 프로파일러는 악을 읽지 않는다
제목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곧 이 장르의 가장 큰 오해다. 현실의 프로파일링은 악을 ‘읽어내는’ 직관이 아니라, 얼마든지 틀릴 수 있는 확률적 추정에 가깝다. 드라마는 극적 효과를 위해 이 추정을 종종 확신처럼 보이게 만든다.
가장 흔한 과장은 세 가지다. 첫째, 프로파일러가 단서 하나로 범인을 특정하는 장면이다. 실제 프로파일링은 용의자를 콕 집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수사 범위를 좁히고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돕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 둘째, 프로파일러가 수사를 지휘하는 구도다. 현실에서 프로파일러는 수사팀에 분석을 제공하는 자문 역이며, 체포와 지휘의 주체는 강력·수사 부서다. 셋째, 한 번의 면담으로 범인의 내면을 간파하는 연출이다. 면담은 정보 수집의 한 방법일 뿐, 그 자리에서 진실이 통째로 열리지는 않는다.
기법 자체의 한계도 짚어야 한다. 작품이 기대는 ‘조직화·비조직화’ 유형론은 뒷날 여러 연구자에게 실증적으로 검증받으며 그대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범죄자는 두 유형에 깔끔히 나뉘지 않고 뒤섞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링 결과가 법정에서 유죄의 직접 증거로 쓰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오래됐다 — 일관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가 그리는 ‘읽어내는’ 능력과, 연구가 말하는 ‘틀릴 수 있는 추정’ 사이의 거리를 함께 알고 보면 작품은 더 정직하게 보인다. 같은 장르를 미국 배경으로 다룬 「마인드헌터」 분석 글에서도 같은 과장을 짚은 바 있다. 나 역시 장르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 ‘프로파일러가 범인의 눈을 보고 모든 걸 안다’는 장면을 손쉽게 넣곤 했다. 실제 수사 기록을 뒤지고 나서야, 그 장면이 얼마나 현실을 편하게 접었는지 알았다.
내가 보는 이 작품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범죄물의 흔한 유혹을 상당 부분 견뎌 낸 작품이라고 본다. 근거는 앞에서 정리한 대로다. 사건의 잔혹함을 전시하는 대신 방법과 사람에 초점을 맞췄고, 프로파일러를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 냉대받는 초심자로 그렸다. 이 선택은 시청률에는 불리했을 것이나, 직업의 실체에는 더 가까웠다.
다만 제목이 만든 인상만큼은 이 작품의 약점이라고 본다. ‘악의 마음을 읽는다’는 문구는 프로파일링을 신비화한다. 본편이 애써 그 신비를 걷어내려 하는데, 간판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시청자가 제목만 기억하고 본편의 절제를 놓친다면, 결국 ‘범인을 꿰뚫어 보는 초능력자’라는 오해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이 작품이 실제 수사를 미화했다는 비판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미화라기보다, 한 방법이 제도로 정착하던 시기의 어려움을 드라마의 문법 안에서 압축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 물론 나는 수사기관에 몸담아 본 적이 없고, 오래전 시나리오를 접은 사람이다. 현장의 결이 내 짐작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둔다. 그럼에도 방향만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장르가 흔히 파는 자극 대신 ‘왜’라는 질문을 택했고, 그 선택이 이 작품을 남게 한다고 본다.
그래서 볼 가치가 있나
자극적인 전개나 반전을 기대한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프로파일링이라는 직업의 실제 무게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볼 값을 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속도가 아니라 시선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 뉴스를 접할 때마다 ‘프로파일러가 왜 진작 못 잡았나’ 하고 물었던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가 그 질문의 전제를 다시 보게 만든다. 프로파일링은 범인을 지목하는 마법이 아니라, 막막한 사건에서 수사의 방향을 좁히는 여러 도구 중 하나다. 그 한계를 알고 보면 실제 사건의 미제도, 수사의 더딤도 다르게 읽힌다.
반대로 실화의 세부를 그대로 옮긴 다큐멘터리를 기대한다면 맞지 않는다. 이 작품은 재구성된 이야기이고, 개별 사건을 실제와 대응시키려는 순간 길을 잃는다. 방법의 이야기로 보면 얻는 것이 많고, 사건의 기록으로 보면 어긋난다. 이 구분만 쥐고 있으면,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 드문 결을 가진 범죄물로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 Q.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실화인가? —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로 알려진 권일용과 작가 고나무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극 중 개별 사건은 특정 실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재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 Q. 주인공 송하영은 실존 인물인가? — 권일용을 모델로 한 인물로 알려졌다. 권일용 본인이 드라마 자문으로 참여해 대본 단계부터 조언한 것으로 여러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 Q. 프로파일러는 정말 범인의 심리를 읽어 잡아내나? — 프로파일링은 용의자를 특정하는 도구라기보다 수사 범위를 좁히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 결과가 법정에서 직접 증거로 쓰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오래 이어져 왔다.
- Q. 미국 드라마 「마인드헌터」와 무엇이 다른가? — 두 작품 모두 프로파일링의 태동기를 다루지만, 이 드라마는 2000년대 한국의 수사 현장과 내부 냉대를 배경으로 한다. 「마인드헌터」가 기법의 원형을 만든 미국 FBI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그 기법을 뒤늦게 들여와 자리 잡히던 한국의 초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