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49일 투병 끝 영구미제가 된 이유
1999년 대구 골목에서 일어난 어린이 황산 테러. 재정신청 기각과 공소시효 폐지법의 소급 한계까지, 사건이 미제로 남은 구조를 분석한다.
작성 · 검수 서동혁 · 최종 검토 2026년 10월 9일
미스터리 개요
- 1999년 5월 대구 동구의 한 골목에서 여섯 살 어린이가 황산 공격을 받고 49일 만에 숨졌다
- 경찰은 2005년 수사를 접었다가 2013년 재수사했지만 객관적 물증을 찾지 못했고 검찰은 불기소했다
- 대구고법 재정신청 기각(2015년 2월), 대법원 재항고 기각(2015년 7월 10일)으로 사건은 시효 만료 미제가 됐다
- 이후 만들어진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법은 이미 시효가 끝난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주택가 골목이었다. 집 앞에 있던 어린 아이가 누군가 뿌린 황산을 얼굴과 몸에 뒤집어썼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이는 49일을 버텼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보도 기준으로 여섯 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이후 15년이 넘도록 범인의 얼굴도, 동기도 법정에 올려놓지 못한 채 ‘시효 만료 미제’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이 글은 사건의 참혹함을 다시 늘어놓으려는 글이 아니다. 피해 아동과 유족의 이름, 사진, 사는 곳은 다루지 않는다. 대신 질문 하나에 집중한다. 피해자가 숨지기 전 누군가를 가리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수사기관이 두 차례나 사건을 들여다봤는데도 왜 한 번도 공소장이 쓰이지 못했는가. 그 답은 사건 자체보다 증거법과 수사 제도의 틈새에 더 가까이 있다.
| 시점 | 경과 |
|---|---|
| 1999년 5월 20일 | 대구 동구 골목에서 어린이가 황산 공격을 당함 |
| 1999년 7월 초 | 투병 49일 만에 사망 |
| 2005년 | 경찰 수사본부 해체 |
| 2013년 | 유족·시민단체 청원으로 재수사 착수, 검찰은 불기소 처분 |
| 2015년 2월 | 대구고등법원, 유족의 재정신청 기각 |
| 2015년 7월 10일 | 대법원, 재항고 기각 보도 |
| 2015년 7월 24일 |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31일 시행) |
골목의 49일, 그리고 수사가 멈춘 자리
사건의 뼈대는 단순하다. 대낮의 주택가 골목, 목격자는 사실상 피해 아동 한 명, 현장에서 곧바로 확보된 결정적 물증은 없었다. 강력사건 수사에서 초동 48시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 사건은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했다. 가해 행위가 순간적이었고, 흉기가 현장에 남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곧바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피해자에게서 충분한 진술을 받을 시간도 없었다.
경찰은 상당 기간 수사본부를 운영했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2005년 본부를 해체했다. 그 뒤 유족과 시민단체가 청원서를 내면서 2013년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재수사는 부모가 용의자로 지목한 이웃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경찰은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했고 검찰도 같은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용의자로 거론된 사람은 어떤 유죄 판결도 받은 적이 없다. 혐의는 확정된 적이 없고, 그 사람을 범인으로 단정하는 어떤 글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범죄 수사의 관점에서 이 사건이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증거를 먹어치웠다’는 데 있다. 사건 직후의 수사 방식과 20년 가까이 지난 뒤의 재수사는 쓸 수 있는 도구가 전혀 다르다. 1999년에는 CCTV가 골목마다 있던 시대가 아니었고, 휴대전화 위치 기록이나 디지털 포렌식도 일반화되기 전이었다. 재수사 때에는 기억이 흐려진 증인과 이미 사라진 물증만 남아 있었다.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건 결국 사건 당시 확보된 자료의 질인데, 거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지목했다’는 말은 왜 증거가 되기 어려웠나
이 사건이 여러 해 동안 대중의 관심을 끈 이유는, 피해 아동이 치료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그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회자됐다. 그런데 이 말이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쓰이려면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
첫째는 전문증거의 문제다. 피해자가 한 말을 부모가 옮겨 전하는 것은 ‘들은 이야기’를 법정에 전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형사소송법은 원진술자가 사망 등으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예외적으로 증거로 쓸 수 있게 길을 열어 두었다. 하지만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입증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중증 화상 환자는 통증과 진통제, 의식 수준의 변동 속에 있고, 그 상태에서 나온 짧은 말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넓다.
둘째는 아동 진술의 심리학적 특성이다. 어린 아이의 진술은 질문하는 어른의 기대와 분위기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진술분석 분야에서는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질문 방식으로, 몇 번 반복해서 들었는지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신빙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건 초기에 전문적인 면담 절차가 갖춰져 있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동 피해자 면담 기법이나 영상 녹화 제도가 지금처럼 정착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서가 가장 약한 증거로 남았다.
셋째는 보강증거의 부재다. 진술이 있더라도 그것을 받쳐 줄 객관적 증거, 이를테면 범행 전후 동선, 물질의 입수 경로, 현장 주변 목격 같은 것이 없으면 기소 판단 기준인 ‘유죄 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기 어렵다. 검찰이 두 번 불기소한 배경에는 이런 증거 구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수사기관의 판단이 옳았다는 말이 아니라, 증거법상 왜 그런 결론이 나오기 쉬운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재정신청, 마지막 문이 열렸다 닫히는 과정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사건은 끝나는 것일까. 한국의 형사 절차에는 기소독점을 견제하는 장치가 있다. 고소·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때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고, 법원이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소제기를 결정한다. 이 경우 검사는 그 결정에 따라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말하자면 검찰의 판단을 법원이 한 번 더 심사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 사건의 유족은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재정신청을 냈다. 보도마다 시효 만료 며칠 전이라는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재정신청이 접수되면 그 절차가 확정될 때까지 공소시효 진행은 멈춘다. 그래서 시효는 신청 직후 끝나지 않고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로 이어졌다. 대구고등법원은 2015년 2월 이 신청을 기각했고, 유족이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은 같은 해 7월 10일 이를 기각했다. 원심 판단에 위법이 없다는 취지였다.
여기서 재정신청 제도의 한계가 드러난다. 재정신청은 새로운 수사를 벌이는 절차가 아니다. 법원은 기록에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를 제기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만 본다. 수사 단계에서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법원이 대신 찾아 주지는 않는다. 결국 이 제도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충분히 쌓았는데도 정치적·관행적 이유로 기소하지 않는 사건을 바로잡는 데 맞춰져 있고, 처음부터 증거가 모자란 사건에서는 힘을 쓰기 어렵다. 이 사건은 그 경계를 보여 준 사례였다.
사건이 바꾼 법, 그리고 이 사건에는 닿지 못한 법
사건은 미제로 남았지만 사회에는 흔적을 남겼다. 시효 만료 직전의 긴박한 호소가 알려지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아예 없애자는 여론이 일었고, 2015년 7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은 7월 31일 시행됐다.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따 통칭으로 불리게 된 이 법은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시행 당시 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에도 적용되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직후 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도됐고, 법 시행 시점에는 이미 소추할 수 있는 시한이 지난 뒤였기 때문이다. 이미 완성된 시효를 되살리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피해자 보호의 열망과 헌법 원칙 사이에서 입법자는 ‘시효가 끝나지 않은 사건까지’라는 선을 그었다.
이 선이 만든 결과는 씁쓸하다. 이 법이 시행된 뒤 시효 폐지 덕분에 수십 년 전 살인이 밝혀진 사례가 실제로 있다. 2017년에는 이 법이 적용된 첫 확정 판결이 나와 오래전 살인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반면 법의 이름이 된 이 사건은 그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제도 개선이 한 사건의 정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불일치가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준다.
내가 보는 이 사건
나는 이 사건을 ‘누가 범인인가’의 이야기로 읽지 않는다. 확정된 판결이 없는 이상 누구도 범인으로 부를 수 없고, 그렇게 부르는 순간 이 글은 의미를 잃는다. 내게 이 사건은 ‘증거가 만들어지는 순서’의 이야기다. 수사가 성공하는 사건과 실패하는 사건의 차이는 대개 처음 며칠 안에 어떤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보존되었는가에서 갈린다. 이 사건은 그 처음의 며칠이 지나간 뒤, 남은 15년을 해석과 호소로 버텨야 했다.
두 번째로, 아동 피해자의 말을 다루는 시스템이 사건 당시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생각한다. 지금은 아동·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영상 녹화 진술과 전문 면담 절차가 제도화되어 있다. 이 사건 이후에 쌓인 변화이기도 하다. 다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 늘 지켜지는지는 별개 문제다. 피해자의 첫 진술이 법정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남는 것, 그것이 수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시효 폐지가 옳았다고 본다. 범인이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책임에서 벗어나는 구조는 피해자 가족에게 두 번째 형벌과 같다. 그러나 그 선택의 대가로 이 사건처럼 ‘법이 만들어지고도 구제받지 못한’ 사건이 생겼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법은 앞으로를 지킬 뿐 과거를 되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진행되는 사건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기록되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 Q. 이 사건의 범인은 밝혀졌나? — 아니다. 경찰의 두 차례 수사에서도 범인이 특정되지 않았고, 용의자로 거론된 인물에 대해 검찰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없다.
- Q. 지금이라도 다시 수사하거나 처벌할 수 있나? —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이 확정되고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도되어, 이 사건에 대한 형사 소추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공소시효 폐지법도 이미 시효가 끝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Q. 재정신청은 어떤 제도인가? —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 고등법원에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이유 있다고 보면 공소제기가 결정되지만, 법원이 새로운 증거를 직접 수사해 주는 제도는 아니다.
- Q. 피해 아동의 마지막 말은 왜 재판에서 쓰기 어려운가? — 전해 들은 말은 전문증거여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예외로 인정받으려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중증 환자이자 어린 아동의 진술이라는 조건이 그 입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