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실화, 범인 잡은 세탁소 사장이 받은 건 각하였다
추석 특선영화 '시민덕희'의 실화, 화성 세탁소 사장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고도 피해금과 포상금을 받지 못한 이유를 짚는다.
작성 · 검수 남우진 · 최종 검토 2026년 9월 26일
볼지 말지
- 2024년 개봉한 추적극 '시민덕희'가 2026 추석 특선영화로 다시 편성됐다. 원본은 2016년 화성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붙잡은 세탁소 사장 김성자 씨의 실화다.
- 영화는 '가해자의 제보'라는 장치로 통쾌한 추적극을 완성했지만, 실제 사건에서 먼저 증거를 모아 움직인 쪽은 피해자 본인이었다.
- 현실의 결말은 스크린과 달랐다. 2026년 1월 김 씨의 피해금 환부 소송은 각하됐고, 1억 원 포상금도 그의 몫이 되지 못했다.
이 글은 한 편의 추적극과 그 원본이 된 실제 사건 사이의 거리에 관한 것이다. 영화는 관객을 후련하게 만들며 끝나지만, 사건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됐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 뒷이야기가 이 영화를 다시 볼 이유다.
추석에 다시 튼 ‘시민덕희’, 무엇을 각색했나
먼저 답부터 말한다. ‘시민덕희’는 실화의 뼈대를 지키면서도, 추적의 동력만은 새로 만들어 넣은 영화다. 2024년 1월 24일 개봉한 이 작품(감독 박영주)은 2026년 추석 연휴 특선영화 편성에 이름을 올렸다(이투데이). 연휴에 안방에서 다시 트는 범죄 추적극이라는 점에서, 원본과 각색의 간격을 짚어 두는 일이 지금 시점에 의미가 있다.
줄거리는 간명하다. 작은 세탁소를 꾸리는 덕희(라미란)는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어렵게 모은 돈을 잃는다. 얼마 뒤, 자신을 속였던 조직원 손 대리(공명)가 중국 칭다오의 콜센터에 감금돼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며 덕희에게 도움을 청한다. 덕희는 경찰이 미온적으로 나오자 지인들과 함께 직접 조직을 쫓는다.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이 그 주변을 채운다(씨네21).
영화는 이 구조를 ‘평범한 시민의 통쾌한 추적극’으로 밀고 간다. 무기력한 개인이 거대한 사기 조직을 상대로 이겨 가는 리듬은 장르가 오래 다뤄 온 쾌감의 공식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원본은 그 리듬과 다르게 흘렀다. 특히 사건의 무게중심은 스크린이 꺼진 지점, 즉 조직을 잡은 뒤에 놓여 있다.

2016년 화성, 세탁소 사장이 한 일
실화의 골자는 이렇다. 2016년 1월, 경기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는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약 3,200만 원을 이체했다(디지털타임스). 대출을 미끼로 접근해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그 무렵 흔했던 사칭 수법이었다. 여기까지는 수많은 피해 사례 중 하나로 묻힐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달랐던 것은 그 다음이다. 김 씨는 피해 뒤 가만히 있지 않았다. 통화 내역과 계좌, 조직원의 인적 정보를 스스로 모아 수사기관에 넘겼다. 그의 제보로 일당 6명이 검거됐고, 조직 총책은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스타데일리뉴스). 피해자 한 사람이 수사의 실마리를 만들어 낸 드문 사례였다.
제보가 만든 결과는 개인의 회복을 넘어섰다. 수사기관은 김 씨의 자료로 피해자 72명, 피해액 1억3,500만 원을 확인했고, 234명의 추가 피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디지털타임스). 영화가 ‘한 시민의 활약’이라는 말로 요약한 것은 과장이 아니라 오히려 축약이었다. 스크린은 이 방대한 실적을 한 사람의 분투로 압축했고, 그 압축 과정에서 몇 가지가 각색됐다.

장르가 편하게 넘어간 세 지점
정리하면, 영화가 얻은 추진력은 실화가 감당한 현실적 조건들을 덜어 낸 자리에서 나온다. 각색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 시간 안에 관객을 몰입시키려면 선택은 불가피하다. 다만 무엇이 덜어졌는지는 남겨 둘 가치가 있다.
첫째, 왜 영화는 ‘가해자의 제보’로 추적을 시작하는가. 손 대리가 양심의 가책과 감금 상태 속에서 덕희에게 연락해 오는 설정은 추적에 명분과 안내자를 동시에 준다. 그러나 실화에서 먼저 움직인 쪽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다. 김 씨는 누가 손을 내밀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증거를 좇았다. 장르가 ‘개과천선한 조력자’를 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안내자가 있어야 추적이 매끄러워지기 때문이다. 그 각색이 실화 속 피해자의 능동성을 오히려 조력자에게 나눠 준 측면이 있다.
둘째, 왜 현실의 수사는 스크린처럼 후련하게 닫히지 않았나. 영화는 조직 검거로 정점을 찍고 카타르시스를 완성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검거 이후가 더 길고 지난했다. 공을 둘러싼 다툼이 있었고, 김 씨는 약속된 것으로 알려진 포상금을 오랜 기간 받지 못했다는 사정을 반복해 호소해 왔다(다음 리캐스트). 검거의 쾌감과 보상의 공백은 같은 사건의 앞뒤이지만, 장르는 앞만 담고 뒤를 비운다.
셋째, 왜 이런 조직은 개인의 추적에 기대야 겨우 붙잡히는가. 보이스피싱은 해외 콜센터, 대포통장과 대포폰, 중계기와 인출책으로 이어지는 분업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 조직의 머리는 국경 밖에 있고 국내 수사의 관할은 그 앞에서 끊긴다. 김 씨가 직접 조직원 정보를 모아야 했던 것은 그가 특별히 용감해서라기보다, 개인이 나서지 않으면 실마리조차 만들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전화와 문자에 대응하는 방법은 따로 정리해 둔 적이 있다. 예방이 개인의 몫으로 남는 한, ‘시민 영웅’은 계속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담지 못한 그 후 — 2026년, 소송은 각하됐다
결론부터 적으면, 범인을 잡은 시민은 자기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2026년 1월 23일,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김은구)는 김 씨가 수원지검 검사장을 상대로 낸 ‘범죄피해재산 환부청구 거부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디지털타임스). 각하는 청구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이전에,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아 판단 자체를 하지 않는 결정이다.
법원의 논리는 소급 적용의 문제에 있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당한 범행이 범죄조직에 의한 것이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더라도, 그로 얻은 재물이 환부 대상인 ‘범죄피해재산’이 된 것은 부패재산몰수법이 2019년 8월 개정된 이후라고 봤다. 이미 그 전에 유죄가 확정된 이 사건에는 개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법 개정 시점이 피해 시점보다 늦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는 제 돈을 되찾을 통로 앞에서 문이 닫힌 셈이다.
포상금 역시 그의 몫이 되지 못했다. 1억 원 규모로 거론된 신고 포상금은 공의 귀속을 둘러싼 사정 속에서 김 씨에게 돌아가지 않았고, 그는 이 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다음 리캐스트). 영화가 관객에게 돌려준 후련함과, 현실이 실제 인물에게 돌려주지 않은 3,200만 원 사이의 간격이 이 사건의 진짜 결말이다.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은 사기 그 자체보다, 사건 이후의 보상과 회복을 개인의 소송에 떠넘긴 제도의 공백 쪽에 가깝다.
내가 보는 이 이야기
나는 이 영화를 ‘잘 만든 추적극’으로 보면서도, 그 완성도가 무엇을 가리는지에 더 오래 눈이 갔다. 장르물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 나 역시 실화를 각색할 때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후련하도록 결말을 손보곤 했다. 그 손질이 실제 인물의 미해결을 어떻게 덮어 버리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시민덕희’의 미덕은 피해자를 무력한 대상이 아니라 사건을 움직이는 주체로 세운 데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미덕이 위험을 품는다. 개인의 영웅적 분투를 감동으로 소비하고 나면, 정작 그 개인이 왜 홀로 그 일을 떠안아야 했는지, 그러고도 왜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는지는 질문에서 빠진다. 시민이 영웅이 되어야만 조직이 잡히고, 영웅이 되고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박수의 방향이 잘못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연휴에 다시 트일 때, 마지막 자막 뒤에 한 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인물은 아직 자기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 말이다. 남는 질문은 이렇다. 다음에 또 누군가 스스로 증거를 모아 조직을 잡아 온다면, 그때 제도는 이번과 다르게 답할 수 있는가. 그 답이 준비되지 않는 한, 우리는 다음 ‘시민덕희’에게도 같은 빚을 지게 된다.
자주 묻는 질문
- Q. 영화 ‘시민덕희’는 실화인가? — 그렇다. 2016년 경기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뒤 직접 증거를 모아 조직 검거에 기여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조력자 설정 등 세부는 극적으로 각색됐다.
- Q. 실제 주인공은 피해금을 돌려받았나? — 아니다. 2026년 1월 수원지법은 김 씨의 피해금 환부청구 거부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부패재산몰수법 개정(2019년 8월) 이전에 확정된 사건이라 개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 Q. 포상금은 지급됐나? — 1억 원 규모로 거론된 포상금은 공의 귀속을 둘러싼 사정 속에서 김 씨에게 돌아가지 않았고, 그는 이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 Q. 이 영화는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 — 2026년 추석 연휴 특선영화 편성 라인업에 포함됐다. 다만 아시안게임 중계 등으로 채널별 편성 시간이 바뀔 수 있어, 시청 전 해당 방송사 당일 편성표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