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와 유영철 사건, 쫓은 건 왜 경찰이 아니었나
영화 추격자와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본다.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각색인가, 증거불충분 석방 장면이 건드린 수사 제도의 빈틈을 범죄심리와 제도의 눈으로 분석한다.
작성 · 검수 남우진 · 최종 검토 2026년 8월 19일
볼지 말지
- 나홍진 데뷔작 「추격자」는 2003~2004년 유영철 사건을 밟고 서 있지만, 뼈대만 닮았을 뿐 대부분은 각색이다
- 영화의 진짜 공포는 살인마가 아니라, 자백을 듣고도 물증이 없어 그를 풀어줘야 했던 절차의 무력함에 있다
- 실제 유영철을 궁지에 몬 것도 경찰이 아니라 사라진 여성들의 전화번호를 추적한 업계 사람들이었다
2008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실화를 그대로 옮긴 영화가 아니다. 다만 이 영화가 밟고 선 바닥에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스무 명을 살해한 유영철 사건이 있다. 영화가 관객의 숨을 조인 것은 범인의 잔혹함이 아니라, 범인을 손에 쥐고도 놓아준 시스템의 무력함이었다.
추격자는 어떤 이야기인가
「추격자」는 출장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던 전직 형사 엄중호가 사라진 여자들의 뒤를 밟다 연쇄살인범 지영민과 맞닥뜨리는 추격극이다. 김윤석이 엄중호를, 하정우가 지영민을, 서영희가 실종되는 여성 김미진을 맡았다. 나홍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개봉 당시 한국형 스릴러의 밀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엄중호는 처음에 여자들이 빚을 떼먹고 도망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라진 이들이 모두 같은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갔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실종에서 연쇄살인으로 얼굴을 바꾼다. 엄중호는 그 번호의 주인이 여자들을 팔아넘긴다고 의심하고, 마지막으로 그 번호에 응한 김미진을 통해 상대의 위치를 좁혀 간다.
영화의 절반은 밤의 골목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추격이고, 나머지 절반은 붙잡은 뒤에 벌어지는 다른 종류의 추격이다. 범인을 잡는 것과 범인을 벌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라는 것, 그 간극이 이 영화의 진짜 무대다. 결말의 구체적인 전개는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

추격자는 유영철 사건과 얼마나 닮았나
닮은 것은 뼈대이고, 살은 대부분 각색이다. 제작진은 특정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관객과 평단이 가장 먼저 떠올린 실화는 유영철 사건이었다. 겹치는 지점은 분명하다. 출장 성매매 여성들이 한 번호로 불려 나간 뒤 잇따라 사라졌다는 설정, 그리고 그 실종을 먼저 알아챈 쪽이 수사기관이 아니라 여성들을 관리하던 업계 사람들이었다는 구도다.
실제로 유영철은 2004년 7월 15일 새벽, 출장마사지 업주들의 신고와 유인으로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걸려온 특정 번호로 나간 여성들이 돌아오지 않자, 업주들이 그 번호를 요주의로 분류해 그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경찰의 프로파일링이 그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피해가 집중된 업계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움직였다. 「추격자」의 엄중호라는 인물은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을 한 사람에게 응축한 캐릭터로 볼 여지가 있다.
다른 점도 많다. 실제 유영철의 피해자는 출장 여성에 국한되지 않았다.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그는 부유층 주택의 노인, 노점상, 직업여성 등 서로 다른 집단을 노렸고, 범행 도구로는 직접 만든 무거운 쇠망치를 썼다. 영화는 이 넓은 표적을 하나의 축으로 압축하고, 대신 ‘잡은 뒤의 무력함’이라는 주제에 화력을 몰아넣었다. 시간선도 실제의 여러 달을 며칠로 조였다. 각색의 방향은 분명하다. 사실의 폭을 줄이는 대신, 제도의 빈틈이라는 하나의 질문을 선명하게 세운 것이다.
| 항목 | 영화 「추격자」 | 유영철 사건(실제) |
|---|---|---|
| 범인을 몰아세운 주체 | 전직 형사 출신 업주 엄중호 | 실종 여성들의 공통 번호를 추적한 업주들 |
| 범행 대상 | 출장 여성 중심으로 압축 | 부유층 노인·노점상·직업여성 등 20명 |
| 검거 계기 | 개인의 추적과 격투 | 업주들의 유인·신고(2004.7.15) |
| 검거 직후 | 증거불충분에 따른 석방 위기 | 수갑 풀고 도주, 11시간 뒤 재검거 |
| 사법 결과 | (결말 생략) | 2005년 6월 사형 확정 |

영화가 포착한 지영민의 범죄심리
영화가 가장 정확히 짚은 것은 무감정한 도구성이다. 지영민은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할 때 흥분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죽였다”는 진술이 날씨를 말하듯 평평하게 나온다. 대중이 기대하는 광기 어린 살인마의 얼굴 대신, 영화는 감정의 온도가 낮은 사람을 세워 놓는다. 이 평온함이 관객을 더 서늘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것이 연기된 광기보다 실제 사례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유영철은 이른바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한국 사회에 각인시킨 사건으로 자주 거론된다. 심리 평가 도구인 PCL-R 점수가 만점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고,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조사 기록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다만 영화 속 인물에게 특정 진단명을 붙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지영민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각색된 캐릭터이며, 진단은 전문가의 임상 절차를 거쳐야 하는 판단이다. 영화가 잘한 것은 병명을 자막으로 띄우는 대신, 행동으로 그 결핍을 보여준 데 있다.
범죄심리에서 계획성과 충동성은 흔히 뒤섞인다. 영화 속 지영민의 행동에는 표적을 고르고 접근하는 계획의 흔적과, 상황이 틀어졌을 때 즉흥적으로 폭발하는 결의 두 층이 함께 보인다. 여기서 「추격자」는 장르물이 자주 빠지는 함정을 피한다. 완벽하게 통제하는 천재 범죄자라는 환상 대신, 계획이 어설프게 어긋나고 그 틈으로 붙잡히는 인간을 그린다. 실제 유영철도 도주와 재검거의 과정에서 보였듯, 냉정함과 허술함은 같은 사람 안에 공존한다.
증거가 없으면 풀려난다: 영화가 건드린 제도의 빈틈
영화의 핵심은 자백이 있어도 물증이 없으면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추격자」에서 지영민은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하고도 풀려날 위기에 놓인다. 극적 과장처럼 보이지만, 이 장면이 짚는 원리는 실제 형사절차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우리 제도에서 자백은 그 자체만으로 유죄의 근거가 되기 어렵고, 이를 뒷받침할 보강증거가 있어야 한다. 물증이 없으면 구속영장은 쉽게 서지 않고, 정해진 시한 안에 혐의를 채우지 못하면 피의자는 나가게 된다.
영화가 더 아프게 파고드는 지점은 ‘엉뚱한 방향으로 새는 수사’다. 극 중에서는 다른 자백이나 정황이 끼어들면서, 손에 쥔 유력한 용의자가 오히려 무고한 사람처럼 취급된다. 초기 판단이 한 번 기울면, 이후 들어오는 정보가 그 판단을 흔드는 대신 보강하는 쪽으로만 해석되는 확증편향의 위험을 영화는 보여준다. 눈앞의 자백보다 서류상의 절차와 앞선 가설이 앞서는 순간,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르는 피해자를 구할 시간은 빠져나간다.
이 대목이 유영철 사건과 겹쳐 보이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그를 궁지에 몬 결정적 힘은 정교한 수사가 아니라 업계의 자구책이었고, 검거 직후에는 신병 관리의 허점으로 그가 도주하기까지 했다. 제도가 완결적으로 작동해서 그가 잡힌 것이 아니라, 여러 우연과 민간의 움직임이 빈틈을 메운 셈이다. 「추격자」는 바로 그 빈틈을 극의 심장에 놓았다. 장르물 시나리오를 쓰다 접은 뒤 실제 수사 절차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이 영화가 절차를 악당으로 그리지 않고도 절차의 한계를 정확히 겨눴다는 점에 오래 붙들렸다.
내가 보는 이 작품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추격자」의 진짜 공포가 지영민이라는 살인마가 아니라, 그를 합법적으로 놓아줄 수밖에 없는 절차의 합리성에 있다고 본다. 영화가 오래 회자되는 이유도 잔혹한 묘사가 아니라, 관객이 ‘제대로 잡았는데 왜 나가느냐’는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읽는다. 앞서 정리했듯 자백만으로는 사람을 가둘 수 없다는 원리,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도 민간이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이 이 판단의 근거다.
반대편 해석도 있다. 증거불충분 석방 장면은 현실보다 과장된 극적 장치일 뿐이고, 영화의 힘은 결국 잘 만든 추격 액션과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온다는 시각이다. 나는 이 견해의 무게를 낮게 본다. 세부 절차는 각색됐을지언정, 자백과 물증의 간극이라는 뼈대는 실제 형사법의 원리와 닿아 있고, 그 원리가 없었다면 이 영화의 긴장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수사기관에 몸담아 본 적이 없고, 시나리오를 쓰다 접은 사람의 눈으로 절차를 읽을 뿐이다. 실무의 결까지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던진 질문—손에 쥔 위험을 제도가 놓칠 때 그 대가를 누가 치르는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추격자, 지금 볼 가치가 있나
있다. 18년이 지났어도 영화가 던진 제도적 질문이 낡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백과 물증의 간극, 초동 판단의 관성, 민간이 먼저 위험을 감지하는 구조는 지금도 반복되는 문제다. 「추격자」는 이 질문을 설교 없이, 밤의 골목과 취조실이라는 구체적 공간 안에서 체험하게 만든다.
영화적 완성도만 놓고 봐도 이 작품은 한국 스릴러의 한 분기점이다. 나홍진 감독은 데뷔작에서 이미 공간과 리듬을 장악했고, 김윤석과 하정우는 선과 악의 구도를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서로 닮은 결핍으로 밀어붙였다. 실제 유영철 사건의 세부를 알고 보면, 어디가 사실의 뼈대이고 어디가 각색의 살인지 보이면서 감상의 층이 하나 더 생긴다.
다만 폭력의 강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점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자극적 묘사를 소비하려는 목적이라면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잡고도 놓쳤는가’라는 질문을 견디며 볼 준비가 된 사람에게, 이 영화는 오락을 넘어선 사례 연구가 된다. 실화가 궁금해 영화를 찾은 사람이라면, 각색의 방향 자체가 제작진의 해석이라는 점까지 읽어내길 권한다.
실화 기반 범죄물을 볼 때는 ‘무엇을 넣었나’보다 ‘무엇을 뺐나’를 함께 보면 감독의 해석이 드러난다. 「추격자」가 유영철 사건의 넓은 표적을 하나로 압축한 선택이 그 예다.
자주 묻는 질문
- Q. 추격자는 유영철 사건 실화인가요? — 실화를 그대로 재현한 영화는 아니다. 제작진은 특정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출장 여성 실종과 업계의 추적이라는 뼈대에서 유영철 사건이 가장 자주 거론된다. 세부 대부분은 각색이다.
- Q. 실제 유영철은 어떻게 붙잡혔나요? — 2004년 7월 출장마사지 업주들이 사라진 여성들의 공통 전화번호를 추적해 유인·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한 수사보다 피해가 집중된 업계의 자구책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영화 속 엄중호의 역할과 겹친다.
- Q. 영화 속 증거불충분 석방은 과장인가요? — 세부 전개는 극적으로 각색됐지만 원리는 실제 형사절차와 닿아 있다. 자백만으로는 유죄나 구속의 근거가 되기 어렵고, 물증이 없으면 시한 안에 피의자를 풀어줘야 하는 구조가 배경이다.
- Q. 유영철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 2005년 6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사형 집행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는 형이 확정된 상태로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