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죽일 놈’만 죽이게 된 남자, 이 살인마를 응원할 것인가
우연히 악인만 처단하게 된 평범한 대학생과 그를 쫓는 형사의 추격전. 넷플릭스 '살인자o난감'의 관전 포인트와 취향별 추천 가이드.
볼지 말지
- 평범한 대학생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 죽인 이들이 모두 '악질 범죄자'로 밝혀지며 던지는 서늘한 도덕적 딜레마
- 최우식의 서늘한 변화와 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이 빚어내는 심리전
- 독특한 화면 전환과 블랙 코미디 요소가 결합된 스타일리시한 연출
만약 내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알고 보니 그가 경찰이 애타게 찾던 연쇄살인마라면 어떨까.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까, 아니면 사회의 쓰레기를 치웠다는 묘한 안도감을 느껴야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o난감’은 이 불온하고도 도발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히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의 공식을 넘어, ‘사적 제재’라는 묵직한 화두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풀어낸다. 정의와 살인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이 시리즈, 과연 당신의 주말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THE KILLING TIMES OTT팀이 그 관전 포인트를 낱낱이 해부했다.
어떤 이야기인가
주인공 이탕(최우식)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어느 날 야간 교대 후 귀가하던 중, 시비를 거는 진상 손님과 얼떨결에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우발적으로 망치를 휘둘러 그를 죽이고 만다. 평생 남을 때려본 적도 없던 그가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것이다. 공포와 죄책감에 휩싸여 자수를 결심하던 찰나, 뉴스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된다. 그가 죽인 남자가 사실은 끔찍한 연쇄살인 수배범이었다는 것. 게다가 살인을 증명할 모든 증거는 기적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후 이탕의 삶은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가 우발적으로, 혹은 충동적으로 살해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악질 범죄자들로 밝혀진다. 마치 신이 그에게 ‘악인 감별’이라는 초능력과 ‘증거 인멸’이라는 운을 동시에 부여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기막힌 우연의 연쇄살인 사건을 예리한 직감으로 파헤치기 시작하는 장난감 형사(손석구)가 그의 뒤를 바짝 쫓는다. ‘우연이 만든 다크 히어로’와 ‘그를 의심하는 형사’의 숨 막히는 추격전, 이것이 ‘살인자o난감’을 이끄는 핵심 뼈대다.

이래서 특별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영리한 서사에 있다. 시청자는 살인을 저지른 이탕에게 도덕적 지탄을 보내야 마땅하지만, 그가 처단하는 인물들의 끔찍한 악행을 목도하는 순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죽어 마땅한 자’를 죽이는 것은 범죄인가, 정의인가. 이 해묵은 딜레마를 이탕이라는 나약하고 평범한 인물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를 공범으로 끌어들인다. 죄책감에 짓눌리던 이탕이 점차 자신의 행위를 ‘단죄’로 합리화하며 서늘하게 변모해 가는 과정은 최우식 특유의 멍하면서도 예민한 얼굴을 만나 극대화된다.
연출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창희 감독은 만화적인 상상력을 실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감각적인 교차 편집과 매치 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상적인 소음이 끔찍한 파열음으로 이어지거나, 이탕의 환각과 현실이 기괴하게 뒤섞이는 장면들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블랙 코미디적 톤앤매너를 완성한다. 여기에 껌을 질겅이며 동물적인 감각으로 수사망을 좁혀오는 장난감 형사 역의 손석구, 그리고 극 후반부 판을 뒤흔드는 미스터리한 인물 송촌 역의 이희준이 가세하며 극의 긴장감은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런 사람에게 (비추도)
추천: ‘덱스터’나 ‘비질란테’처럼 사적 제재를 다룬 다크 히어로물에 열광하는 시청자라면 완벽한 선택이다.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에 지쳐 색다른 심리 스릴러를 찾고 있거나, 최우식과 손석구의 미세한 연기 대결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매회 예측을 빗나가는 우연의 연속과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즐기는 취향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하게 될 것이다.
비추천: 범죄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적나라하고 불쾌할 수 있다. 잔혹한 폭력 묘사나 성적인 암시가 포함된 장면들에 거부감이 있다면 시청을 재고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인공이 ‘운’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작위적인 설정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개연성 주의자, 혹은 명확하고 속 시원한 선악 구도를 선호하는 시청자에게는 답답함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이탕의 행보를 보며 묘한 쾌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면,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를 함께 보는 것을 권한다. 낮에는 경찰대생, 밤에는 범죄자를 직접 심판하는 다크 히어로의 이야기로, 사적 제재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평범한 인물이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늪으로 빠져드는 넷플릭스 ‘마스크걸’이나 ‘인간수업’ 역시 결이 맞는 훌륭한 심리 스릴러다. 해외 콘텐츠 중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덱스터’ 시리즈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별점: ★★★★ (4/5)
한줄평: 우연이 빚어낸 살인, 그 끝에서 마주하는 서늘하고도 짜릿한 도덕적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