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괴물을 키웠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가 던진 섬뜩한 질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를 통해 본 사이버 탐정의 명암과 관종 범죄의 섬뜩한 이면. 우리는 범죄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실화 한줄평
- 익명의 네티즌들이 잔혹한 동물 학대범을 추적해 나가는 실화 다큐멘터리
- 방구석 탐정들의 집요함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와 그 이면의 부작용
- 관심을 먹고 자라는 '관종 범죄'의 시대, 시청자에게 던지는 묵직한 윤리적 질문
우리는 왜 이토록 범죄 실화에 열광할까. 미디어가 발달하고 소셜 네트워크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끔찍한 사건들은 종종 하나의 거대한 ‘방탈출 게임’처럼 소비되곤 한다. 네티즌들은 흩어진 단서를 모아 범인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를 구현한다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그 추적의 과정이 오히려 괴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Don’t F**k with Cats: Hunting an Internet Killer)’은 바로 이 불편하고도 서늘한 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작품이다.
2019년 공개된 이 3부작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범죄 추적기를 넘어선다. 사건의 시작은 끔찍하지만 익명의 공간에서 흔히 벌어질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전개될수록 카메라는 범인이 아닌, 그를 쫓던 사람들과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을 향해 방향을 튼다. 실존 인물인 루카 매그노타가 벌인 엽기적인 범행과 희생자 린 준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이 작품이 지금 다시 조명받아야 하는 이유는 인터넷 시대의 ‘관심’이 어떻게 흉기를 쥐여주는지 증명하는 가장 완벽하고도 뼈아픈 사례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인가
이야기는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 올라온 한 편의 영상에서 시작된다. 신원 미상의 한 남자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잔혹하게 죽이는 영상이다. 이 끔찍한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분노한 네티즌들은 ‘동물을 건드리는 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인터넷의 암묵적 룰에 따라 자발적으로 수사대를 꾸린다. 라스베이거스의 데이터 분석가 디애나 톰슨(온라인 가명 바우디 무반)과 로스앤젤레스의 존 그린을 주축으로 한 페이스북 그룹은 영상 속 침대보, 청소기 모델명, 창밖으로 보이는 주유소 등 아주 미세한 단서들을 긁어모아 범인의 위치와 신원을 압축해 나간다.
하지만 이 ‘방구석 탐정’들의 맹활약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범인은 자신을 쫓는 네티즌들의 분노와 관심을 교묘하게 즐기며, 마치 게임을 하듯 더 자극적인 힌트와 영상을 투척한다. 그는 자신을 영화 속 주인공이나 천재적인 악당으로 포장하려 했고, 네티즌들의 추적은 오히려 그가 원하던 무대를 만들어주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이 비뚤어진 나르시시즘은 결국 선을 넘어, 죄 없는 유학생 린 준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끔찍한 현실의 비극으로 이어지고 만다.

이래서 특별하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성취이자 충격은 사건의 구성 방식 그 자체에 있다. 감독 마크 루이스는 전통적인 경찰 수사 중심의 내러티브를 과감히 버리고, 철저히 네티즌들의 시선과 인터넷 화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우스 클릭 소리, 구글 맵의 로드뷰, 페이스북의 스크롤이 교차하는 연출은 시청자를 그들의 수사팀 속으로 끌어들여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마치 현대 사이버 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보는 듯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점에서 오는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후반부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에 있다. 범인을 잡겠다는 선의로 시작된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이, 역설적으로 관종 범죄자에게 ‘당신은 지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다큐멘터리는 마지막 순간, 화면 밖의 시청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묻는다. “우리가 그에게 먹이를 준 것은 아닌가? 그리고 지금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그를 소비하고 있는 당신은 공범이 아닌가?” 실화의 무게를 존중하면서도, 미디어와 대중의 관음증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이 시선은 범죄 다큐멘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 성찰을 보여준다.

이런 사람에게 (비추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군중 심리와 프로파일링, 그리고 인터넷을 활용한 현대적인 추적 기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3부작은 단숨에 정주행할 수밖에 없는 걸작이다. 빠른 속도감과 꼬리를 무는 반전, 그리고 흩어진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과정의 지적 쾌감을 원하는 시청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범죄자의 심리뿐만 아니라 범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도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물 학대나 잔혹한 묘사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이라면 시청을 재고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실제 끔찍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는 않지만, 네티즌들의 반응과 상황 설명만으로도 그 참혹함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준다. 또한, 실존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이 오락거리로 소비되는 듯한 초반부 네티즌들의 태도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멘탈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면 클릭을 미루는 것이 좋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결이 맞는 작품으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익명성에 숨은 범죄자와 이를 파헤치는 이들의 치열한 사이버 추격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픽션 중에서는 영화 ‘서치(Searching)’가 있다. 오직 컴퓨터 화면과 스마트폰 UI만으로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 영화는,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에서 보여준 인터넷 기반 추적의 긴장감을 극영화의 형태로 훌륭하게 구현한 수작이다.
에디터 평점
★ 4.0 / 5.0
괴물을 쫓다 스스로 괴물의 무대가 되어버린, 인터넷 시대의 서늘한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