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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심층

과외 앱 살인 정유정,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

과외 중개 앱으로 학부모를 사칭해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 검찰의 사형 구형에도 무기징역이 확정된 양형 논리와, 계획성 증거·사이코패스 검사가 말하지 못한 것을 짚는다.

과외 앱 살인 정유정,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
과외 앱 살인 정유정,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

작성 · 검수 서동혁 · 최종 검토 2026년 8월 12일

사건 요약

  • 과외 중개 앱에서 학부모로 위장해 접근한 계획적 강력범죄, 정유정 사건의 확인된 사실 정리
  • 검찰의 사형 구형에도 무기징역이 확정된 양형 논리와 대법원의 판단
  • 엇갈린 PCL-R 보도와 '동기 없는 살인'이라는 말이 놓치는 것

2023년 5월, 부산 금정구의 한 주택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가해자 정유정은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과외 중개 앱을 통해 학부모로 신분을 꾸며 접근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대법원은 2024년 6월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 사건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수법의 잔혹성만이 아니다. 피해자를 고를 이유가 없던 사람이 왜 하필 그 대상을 골랐는지, 계획을 보여 주는 기록은 넘치는데 정작 동기는 왜 끝까지 선명해지지 않는지, 사형을 구형받은 피고인에게 왜 무기징역이 선고됐는지 — 이 세 질문은 지금도 답이 갈린다. 확인된 사실과 해석을 갈라 짚어 본다.

주의

이 글은 범행 수법의 재현 가능한 서술과 피해자 신원에 관한 정보를 담지 않는다. 사건의 구조와 그것이 남긴 제도적 물음에 초점을 둔다.

과외 앱으로 접근한 부산 또래 여성 살인, 무슨 일이 있었나

정유정 사건은 가해자가 살해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신분을 꾸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계획적 강력범죄다. 경찰 수사와 판결문으로 확인된 사실만 시간순으로 추리면 다음과 같다.

정유정은 2023년 5월 26일 오후, 부산 금정구에 있는 또래 여성의 집을 찾아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전에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가해자는 과외를 중개하는 앱에서 학부모인 것처럼 신분을 꾸며 과외 교사를 구했고, 수업을 받으러 가는 학생 행세를 하며 피해자의 집 주소를 확보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가 없던 상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신분을 두 번 꾸민 셈이다.

범행은 곧 드러났다. 피해자의 행방을 걱정한 가족의 신고, 택시 기사의 진술, 폐쇄회로(CC)TV 동선이 맞물리면서 가해자는 사건 며칠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려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고, 검찰은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의 전말 자체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확정됐다. 정작 어려웠던 것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했는가’, 그리고 ‘그것을 법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였다.

과외 앱 살인 정유정,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

포렌식 검색 기록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했나

검색 기록과 사전 준비 정황은 계획성을 강하게 뒷받침했지만, 그 자체로 동기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 구분이 이 사건을 읽는 첫 번째 열쇠다.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로는, 가해자가 범행 전 ‘시신 없는 살인’ 등 범죄 관련 검색을 반복하고 도서관에서 범죄 소재의 소설을 여러 권 대출한 흔적이 확인됐다. 신분을 두 차례 꾸며 접근한 정황, 발각을 피하려 증거를 없애고 시신을 유기하는 데 쓸 물품을 미리 마련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이 조각들은 우발적 다툼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범행이라는 결론으로 모인다. 실제로 법원은 이 사건을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행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색 기록이 계획을 증명하는 것과 동기를 설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검색했는가는 그가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 주지만, 왜 그 지점에서 실행으로 넘어갔는지는 기록 바깥에 있다. 범죄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고 그중 실행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검색과 대출 이력은 ‘관심’과 ‘실행’ 사이의 문턱을 넘은 뒤에야 사후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정황이다. 기록은 계획을 말하지만 마음까지 말하지는 못한다. 이 한계를 잊으면, 우리는 검색어 몇 개로 한 사람의 내면 전부를 설명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구분 확인된 정황 무엇을 시사하나
사전 검색·대출 범죄 관련 검색, 범죄 소재 소설 다수 대출 사전 관심·정보 수집 (동기 아님)
신분 위장 과외 앱에서 학부모→학생 행세 접근의 의도성·계획성
진술 “살인을 해 보고 싶었다”는 취지의 자백 동기가 대상과 무관함
사후 정황 증거 인멸·유기용 물품 사전 마련 발각 회피까지 계획
과외 앱 살인 정유정,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

정유정은 왜 그랬나, 그리고 사이코패스 점수는 왜 보도마다 달랐나

가해자의 동기는 ‘살인 자체’로 요약됐지만, 그 요약이 곧 진단은 아니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는 “실제로 살인을 해 보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과 무관한, 행위 그 자체를 향한 욕구다.

이런 유형은 ‘동기 없는 살인’으로 불리곤 하지만, 이 표현은 오해를 부른다. 원한이나 금전 같은 외부 목적이 없다는 뜻일 뿐, 내부의 동기 구조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관계가 없는 상대를 고른 것은 붙잡힐 위험이 낮아서였을 수 있고, 신분을 꾸며 집까지 찾아간 것은 통제와 실행의 확실성을 높이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획성과 충동성이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실행의 방아쇠는 충동적이었더라도, 그 실행을 가능하게 한 준비는 오래 축적됐을 수 있다. 하나의 사건 안에 두 요소가 함께 있었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진단명이다. 경찰은 정유정에게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했는데, 언론 보도로는 그 수치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전했고, 다른 쪽에서는 사이코패스로 단정할 기준선에는 못 미쳤다고 전했다. 같은 검사를 두고 결론이 갈린 것이다. 미국에서 형사사법을 공부하며 이 척도를 처음 접했을 때 배운 것은 점수 자체가 아니라, 그 점수를 얼마나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가였다. PCL-R은 평가자의 해석이 개입하는 반구조화 도구이고, 한 사람을 낙인찍는 진단서가 아니라 위험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에 가깝다. 점수가 높다고 범행이 설명되는 것도, 낮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이코패스라서 그랬다’는 문장은 설명처럼 들리지만 실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사형을 구형했는데 왜 무기징역이 선고됐나

법원이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택한 핵심 이유는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2024년 2월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과 2심은 모두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2024년 6월 이를 확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심 재판부는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행이라는 점, 유족에게 진정한 반성을 보이지 않은 점을 무겁게 봤다. 그러면서도 범행 전 전과가 없었던 점, 반사회적 행위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돼 나타난 점 등을 들어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명을 박탈하기보다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해 재범을 막고 평생 속죄하게 하는 편이 형벌의 목적에 맞는다고 밝혔다. 한국 대법원이 사형을 ‘오판 가능성과 회복 불가능성 때문에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형벌’로 좁혀 온 흐름과도 맞물린다.

이 지점은 사형제를 둘러싼 오래된 물음과 닿아 있다. 형벌이 응보인지 예방인지, 국가가 생명을 거둘 권한을 어디까지 가지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에도 다른 답이 나온다. 사형 존폐 논쟁의 결이 궁금하다면 사형 판단의 논리를 다룬 다른 글도 함께 보면 대비가 선명해진다.

단계 판단 부가 처분
검찰 구형 (2024.2) 사형
1심 (부산지법) 무기징역 전자장치 30년
2심 (부산고법) 무기징역 유지 전자장치 30년
대법원 (2024.6) 무기징역 확정 전자장치 30년

과외 중개 앱의 신원 공백, 어디서 막을 수 있었나

이 사건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조건은 낯선 사람을 집으로 연결해 주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는 중개 방식이었다. 가해자는 학부모라고만 밝히면 됐고, 플랫폼은 그 말을 검증하지 않았다.

과외 중개 앱은 교사와 학생·학부모를 온라인에서 매칭한 뒤, 대개 첫 수업부터 어느 한쪽의 사적 공간에서 대면이 이뤄지는 구조다. 이때 신원 확인이 한쪽에만 몰리거나 아예 형식적이면, 상대가 실제로 학부모인지 학생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배달·승차·심부름처럼 앱이 낯선 개인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는 지난 10여 년 사이 크게 늘었지만, 신원 확인과 사고 시 추적·책임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편의를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춘 설계가, 악의를 가진 이용자에게도 똑같이 문을 열어 준 것이다.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은 사건 당일의 어느 한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의 설계에 있었다. 대면 전 양측의 본인 확인, 첫 만남을 공개된 장소로 유도하는 안내, 신고·차단 기능과 실제 대응의 연결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표준이었다면, 접근 자체의 문턱은 높아졌을 것이다. 스토킹 신고가 있었는데도 제도가 비어 사람을 지키지 못한 신당역 사건과 결은 다르지만, 위험 신호가 제도의 빈칸을 통과해 버렸다는 점은 겹친다.

꿀팁

앱으로 만난 낯선 상대와 처음 대면할 때는 공개된 장소를 택하고, 만남 시간·장소·상대 정보를 가까운 사람과 공유해 두는 것이 기본적인 자기 보호다.

내가 보는 이 사건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이 사건의 핵심을 ‘동기의 부재’가 아니라 ‘동기의 이질성’으로 본다. 원한도 금전도 없었다는 사실이 곧 마음이 비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신분을 두 번 꾸미고 사후 정황까지 준비한 흐름은, 실행의 방아쇠가 충동적이었더라도 그 준비만은 오래 축적돼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본다. 계획과 충동을 양자택일로 놓는 순간, 우리는 이 사건의 실제 구조를 놓친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도, 나는 재판부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반성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입증의 방향이 뒤바뀐 판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을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일’로 봉인하려는 시각에는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검사 수치가 보도마다 엇갈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 진단으로 사건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신호다. 진단명은 설명을 시작하는 자리이지 끝내는 자리가 아니다.

나는 수사기관에 몸담아 본 적이 없고, 이 판단은 공개된 기록과 보도에 기댄 바깥의 해석이다. 그래서 가해자의 내면을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하나는 낮게 본다 — 이 사건을 ‘예외적 괴물의 일탈’로 규정하는 것이다. 접근을 가능하게 한 것은 특별한 괴물성이 아니라 누구나 통과할 수 있었던 신원 확인의 빈칸이었다. 예외로 치부하는 순간, 다음의 빈칸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이 사건에서 남는 것은 한 가해자의 특이성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조건이다. 낯선 개인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신원 확인과 사후 추적의 공백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앱으로 만난 상대와의 첫 대면을 공개된 장소에서 갖고, 만남의 정보를 제3자와 공유하는 습관이 최소한의 방어선이 된다. 제도 차원에서는 중개 플랫폼의 본인 확인 의무와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지울지가 과제로 남는다. 편의와 안전 사이의 균형은 사업자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는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강력범죄를 진단명 하나로 봉인하려는 습관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설명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물어야 할 질문 — 왜 관심이 실행으로 넘어갔는가, 어디서 그 실행을 막을 수 있었는가 — 을 덮어 버린다. 사건을 닫는 단어보다, 사건을 여는 질문이 예방에 더 가깝다.

자주 묻는 질문

  • Q. 정유정 사건의 최종 형량은 어떻게 됐나? —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이를 확정했다.
  • Q. 사형을 구형했는데 왜 무기징역이 나왔나? — 재판부는 계획성과 반성 없는 태도를 무겁게 보면서도, 전과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생명 박탈보다 영구 격리가 형벌 목적에 맞는다고 봤다.
  • Q. 가해자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이 확정된 사실인가? — 아니다. 경찰이 PCL-R 검사를 실시했으나 보도된 수치가 엇갈렸고, 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정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도도 있었다. 이 검사는 진단서가 아니라 위험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에 가깝다.
  • Q. 과외 앱은 어떤 문제를 드러냈나? — 낯선 사람을 사적 공간으로 연결하면서도 신원 확인이 형식적일 수 있다는 공백을 드러냈다. 대면 전 본인 확인, 첫 만남의 공개 장소 유도 같은 안전장치가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