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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 해보고 싶었다’ 가벼운 발걸음,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

과외 앱으로 일면식 없는 또래를 표적 삼아 살해한 23세 정유정.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는 기괴한 동기와 서늘한 CCTV, 완벽한 범죄를 꿈꿨으나 택시기사의 신고로 덜미를 잡힌 전말을 파헤친다.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 가벼운 발걸음,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 가벼운 발걸음,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

사건 요약

  • 과외 앱을 통해 또래 여성을 표적 삼아 치밀하게 접근한 극단적 계획범죄
  • 살인 호기심이라는 동기와 시신 유기 직전의 가벼운 발걸음이 안긴 대중적 공분
  • 사이코패스 지수 28점, 단절된 일상 속에서 자라난 괴물과 사회적 경고

완벽한 범죄를 꿈꿨으나, 그 시작과 끝은 기괴할 정도로 서늘했다. 2023년 5월,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23세 정유정 사건.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오직 ‘살인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하나로 표적 삼은 이 사건은,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든 예측 불가능한 폭력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기록을 따라가 보면, 우리는 철저히 고립된 한 인간이 타인의 생명을 어떻게 장난감처럼 소비했는지 마주하게 된다.

사건의 전말

2023년 5월 24일, 정유정은 과외 중개 앱에 학부모를 가장해 가입했다. ‘중학교 3학년 아이의 영어 과외를 해줄 선생님을 찾는다’며 여러 명에게 접근한 그는, 최종적으로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를 범행 대상으로 낙점했다. 이틀 뒤인 5월 26일 오후 5시 40분경, 중고 거래로 미리 구매한 교복을 입고 학생으로 위장한 정유정은 피해자의 집을 찾았다. 무방비 상태로 문을 열어준 피해자를 향해 그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무참히 휘둘렀다.

범행 직후의 행적은 더욱 엽기적이다. 정유정은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현장을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여행용 캐리어와 훼손 도구를 챙겨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온 그는, 시신을 참혹하게 훼손한 뒤 캐리어에 담았다. 자정 무렵, 캐리어를 끌고 택시에 탑승한 정유정은 평소 산책하며 봐두었던 경남 양산시 낙동강변 풀숲으로 향했다. 시신 일부를 유기하며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려는 치밀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완전 범죄를 향한 그의 망상은 한 택시 기사의 직감에 의해 무너졌다. 한밤중에 무거운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고 온 젊은 여성, 그리고 캐리어에서 새어 나온 붉은 핏자국. 이를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피 묻은 캐리어를 발견했다. 이어진 수색과 탐문 끝에 정유정은 5월 27일 오전, 긴급 체포되었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연극의 막이 내리는 순간이었다.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 가벼운 발걸음,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

무엇이 공분을 샀나

대중을 가장 경악하게 한 것은 범행 동기였다. 금전적 원한도, 치정 문제도 아니었다. 정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자백했다. 범죄 수사 프로그램과 범죄 소설에 심취해 있던 그가, 활자 속 살인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무고한 타인을 제물로 삼은 것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과외 앱이 사냥터를 물색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안겼다.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CCTV 영상은 분노를 넘어선 공포를 자아냈다. 시신을 담을 캐리어를 끌고 피해자의 집으로 다시 향하는 정유정의 발걸음은 믿기 힘들 정도로 가벼웠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경쾌하게 걷는 그의 모습은, 타인의 고통과 생명의 무게에 대해 철저히 마비된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죄책감이나 두려움은 그 서늘한 발걸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자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공분을 더욱 키웠다. 성실하게 대학 생활을 하며 과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던 청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개척하던 피해자가,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방구석에서 살인만을 연구하던 가해자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비극적 대비는 사회적 애도와 분노를 동시에 촉발했다.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 가벼운 발걸음,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

쟁점과 의혹

경찰청 프로파일러가 투입돼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에서 정유정은 28점을 받았다. 이는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을 넘어서는 수치로, 한국의 일반적인 기준점인 25점을 훌쩍 넘긴 고위험군이었다. 그러나 정유정은 체포 직후부터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다. 초기에는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찔렀다’고 주장했고, 이후에는 ‘진짜 범인은 따로 있고 나는 시신 유기만 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재판 과정에서도 그의 기만은 계속됐다. 범행 전 ‘살인 없는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흉기를 미리 준비한 명백한 계획범죄임에도, 재판에서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심신미약’을 방어 논리로 내세웠다. 또한 수십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감형을 호소했으나, 유족과 대중은 이를 형량을 줄이기 위한 얄팍한 술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진정한 참회가 없는 반성문이 사법 시스템에서 어떻게 소비되는가에 대한 쟁점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비록 영구적 격리 조치가 취해졌으나, 법정 최고형이 집행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생명권 박탈에 대한 합당한 죗값인가’라는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기록이 남긴 질문

정유정 사건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사회적 현상과 ‘사이코패스’라는 개인적 병리가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고등학교 졸업 후 5년간 직업도, 사회적 교류도 없이 철저히 고립된 채 범죄물에만 탐닉했던 그의 궤적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헐거운지 묻는다. 물론 모든 은둔 청년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엇나간 적개심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기 전, 이를 조기에 감지하고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레이더의 부재다.

플랫폼의 안전성 문제도 무거운 질문으로 남았다. 비대면 중개 서비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편의에 머물러 있었다. 정유정은 아무런 제지 없이 학부모로 위장해 다수의 강사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관련 플랫폼들이 신원 인증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형사사법 체계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해 묻게 된다. 기계적으로 제출되는 반성문과 감형 전략 앞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법의 저울은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정유정이 남긴 기록은 괴물을 만들어낸 환경뿐 아니라, 괴물을 단죄하는 시스템의 허점까지 뼈아프게 찌르고 있다.

세 줄 정리와 짧은 마무리

– 과외 앱을 악용해 무고한 또래를 표적 살해한 잔혹한 계획범죄.
– ‘살인 호기심’이라는 동기와 죄책감 없는 시신 유기 과정이 안긴 극도의 공포.
– 사이코패스의 고립을 방치한 사회, 그리고 플랫폼 안전망의 맹점이 부른 비극.

캐리어를 끄는 정유정의 가벼운 발걸음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호기심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서늘한 분노를 넘어 일상 속의 사각지대를 더욱 치열하게 주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