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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드라마·영화

‘끝장수사’, 용의자가 둘인 살인에서 진범은 어떻게 가려지나

2026년 개봉한 범죄 수사극 '끝장수사'가 택한 '하나의 사건, 두 용의자' 설정을 실제 수사와 재판의 증명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뜯어본다.

'끝장수사', 용의자가 둘인 살인에서 진범은 어떻게 가려지나
'끝장수사', 용의자가 둘인 살인에서 진범은 어떻게 가려지나

작성 · 검수 남우진 · 최종 검토 2026년 9월 24일

볼지 말지

  • 좌천된 형사와 신참의 콤비극 '끝장수사'는 '하나의 살인, 두 용의자' 설정을 축으로 삼는다.
  • 극영화는 마지막에 진범을 지목하지만, 현실의 법정은 공동정범 증명이나 '피고인의 이익' 원칙 앞에서 진범을 못 가리기도 한다.
  • 감독이 밝힌 '일본 실화 참고'는, 각색이 사건의 겉모양만 옮기고 절차적 현실을 지울 위험을 함께 보여 준다.

영화 ‘끝장수사’는 2026년 4월 2일 개봉한 범죄 수사극이다. 박철환이 연출하고, 배성우가 좌천된 베테랑 형사 재혁을, 정가람이 신참 형사 중호를 맡았다. 하나의 살인 사건에 용의자가 둘 얽혀 있고, 촌구석으로 밀려난 재혁이 중호와 함께 서울로 ‘끝장수사’를 떠난다는 설정이다. 상영 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여기서는 영화의 완성도를 채점하기보다, 이 작품이 골라잡은 ‘두 용의자, 하나의 진범’이라는 장치가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를 따라가 본다.

7년을 건너온 영화가 고른 설정

이 영화가 택한 것은 ‘하나의 사건, 두 명의 용의자’라는 오래된 수사극 문법이다. ‘끝장수사’는 원래 ‘출장수사’라는 제목으로 2019년 촬영을 마쳤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배성우가 2020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코로나19로 극장이 얼어붙으면서 개봉이 미뤄졌다. 완성본이 관객과 만난 것은 촬영 뒤 약 7년이 지난 2026년 봄이다. 제작 사정으로 늦어진 영화라는 사실은, 이 작품을 지금의 신작과 같은 잣대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기도 하다.

설정 자체는 명료하다. 살인 사건 하나를 두고 용의자가 둘 존재하고, 둘 중 누가 진범인지가 이야기의 축이다. 박철환 감독은 일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고, 국내의 유사 사례를 참고해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일어난 강력 사건 상당수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로 옮겨졌고, 그와 겹치지 않으려는 선택이 ‘두 용의자’ 구도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주목할 지점은 이 구도가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용의자가 하나면 이야기는 추격으로 단순해진다. 둘이 되는 순간 관객은 누구를 믿을지 저울질하게 되고, 반전을 심을 여지가 생긴다. 흥행과 서사의 관점에서 ‘두 용의자’는 효율적인 장치다. 문제는 그 효율이, 실제 수사와 재판이 지는 부담을 대부분 화면 밖으로 밀어낸다는 데 있다.

'끝장수사', 용의자가 둘인 살인에서 진범은 어떻게 가려지나

용의자가 둘일 때, 수사가 실제로 증명해야 하는 것

진범을 ‘지목’하는 것과 법정에서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고, 그 부담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다. 용의자가 둘인데 누가 흉기를 들었는지 특정하지 못하면, 수사는 두 갈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둘이 공모해 함께 실행했다고 보아 공동정범으로 묶거나, 단독범을 가려 나머지를 배제하거나다.

공동정범으로 가려면 두 사람이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실행을 분담했다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증명돼야 한다. 단순히 둘 다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대로 단독범 구도로 가면, 검사는 둘 중 특정한 한 명을 진범으로 세우고 다른 한 명의 혐의를 걷어내야 한다. 이때 증거가 두 사람 사이에서 갈리지 않으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둘 다 처벌을 피하는 결과가 나올 여지가 있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극영화는 마지막에 진범을 반드시 알려 준다. 관객은 카메라가 지목한 인물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현실의 법정에는 그런 전지적 시점이 없다. 남는 것은 증거가 누구를 가리키는가, 그리고 그 지목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가뿐이다. ‘두 용의자’ 설정은 바로 이 간극 위에 서 있고, 영화가 그 간극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이 장르의 정직함을 가른다.

'끝장수사', 용의자가 둘인 살인에서 진범은 어떻게 가려지나

장르는 왜 익숙한 쪽으로 도망치나

이 영화에 붙은 아쉬움의 핵심은 ‘익숙함으로만 끝냈다’는 평이다. 베테랑과 신참의 대비, 좌천된 형사의 마지막 기회, 티격태격하다 손발이 맞는 콤비. 관객이 이미 여러 번 본 문법이고, ‘끝장수사’ 역시 그 문법 안에서 움직인다는 지적이 개봉 당시 리뷰에서 반복됐다(시네마 프리뷰, 더팩트 리뷰). 배우들의 호흡과 캐릭터의 매력은 인정받았지만, 그만큼 구조의 익숙함이 도드라졌다.

장르가 익숙한 쪽으로 기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제 수사는 대부분 지루한 반복과 문서 작업, 그리고 결론이 나지 않는 공백으로 채워진다. 두 시간 안에 감정을 쌓고 해소하려면 그 공백을 잘라내고, 관객이 예측할 수 있는 리듬으로 다시 짜야 한다. 버디무비의 관습은 그 재구성에 드는 비용이 가장 적은 틀이다. 편한 선택이지, 게으른 선택이라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나는 한때 장르물 시나리오를 쓰다 접은 적이 있다. 실제 사건 기록을 파고들수록, 현실이 이야기의 리듬을 얼마나 자주 배신하는지를 알게 됐다. 작가가 익숙한 틀로 돌아가는 것은 대개 재능의 부족이 아니라 형식의 압력 때문이다. 다만 그 압력에 순응할수록, 화면 속 수사는 실제 수사에서 점점 멀어진다.

‘일본 실화를 참고했다’는 말의 무게

실화를 옮긴다는 것은 사건에서 무엇을 버릴지 고르는 일이다. 박철환 감독이 일본의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밝힌 대목은, 각색이 지리를 건너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사건의 뼈대, 곧 두 용의자와 엇갈리는 진술, 가려지지 않는 진범은 국경을 넘어 옮겨 심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수사 절차와 법제도의 세부는 나라마다 다르다.

같은 ‘두 용의자’ 사건이라도, 일본과 한국은 구속 기간, 피의자 신문 방식, 진술 녹화, 증거개시의 범위가 다르게 작동한다. 각색이 사건의 겉모양만 옮기고 이 절차적 토대를 지우면, 화면 속 수사는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닌 ‘영화의 수사’가 된다. 관객이 그것을 현실로 착각할 때, 실제 형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감각도 함께 흐려진다.

한국 사건을 피해 일본 사례로 갔다는 설명도 뒤집어 보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내의 강력 사건이 이미 반복해 영화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피해자와 유족의 이야기가 여러 번 소재로 소환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별화를 위해 국경 밖 사건을 빌려 오는 선택은, 적어도 국내 피해자를 다시 불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나의 조심스러움으로 볼 여지가 있다.

내가 보는 이 영화

‘끝장수사’는 잘 만든 오락 수사극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라고 본다. 배우들의 호흡은 평가받을 만하고, ‘두 용의자’라는 장치도 상업적으로는 유효하다. 다만 이 영화가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그 장치가 감당했어야 할 무게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

현실에서 용의자가 둘인 사건은 대개 영화처럼 깔끔하게 닫히지 않는다. 진범이 끝내 가려지지 않거나, 둘 다 풀려나거나, 엉뚱한 한 명이 대신 갇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영화가 마지막에 진범을 지목하며 관객을 안심시킬 때, 현실의 그런 사건들은 여전히 답 없이 남아 있다. 나는 이 영화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수사는 결국 진범을 찾아낸다’는 인상만 챙겨 가는 것을 경계하려는 것이다. 각색은 사건을 빌리고, 대신 그 사건의 미결(未決)을 지운다. 그 지워진 자리를 기억하는 일은 결국 보는 사람의 몫이다.

자주 묻는 질문

  • Q. ‘끝장수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 — 감독이 일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고 국내 유사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특정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실화 영화라기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재구성한 픽션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 Q. 개봉이 왜 이렇게 늦었나? — 2019년 ‘출장수사’라는 제목으로 촬영을 마쳤으나, 주연 배우의 2020년 음주운전 적발과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졌다. 결과적으로 촬영 약 7년 만인 2026년 4월에 개봉했다.
  • Q. 실제로 용의자가 둘이면 둘 다 처벌할 수 있나? — 공모해 함께 실행했다는 점이 증명되면 공동정범으로 함께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실행했는지 특정되지 않고 공모도 증명되지 않으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 Q. 이 영화를 어떤 작품과 함께 보면 좋나? — 진범을 잡고도 처벌하지 못하는 수사의 한계를 다룬 영화 ‘추격자’, 자백만으로 유죄가 어려운 이유를 짚은 영화 ‘암수살인’ 리뷰를 함께 읽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