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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심층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이유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전말과 사형 구형이 무기징역으로 확정된 법리, 후원금 검증 공백과 딸의 처벌까지 범죄심리·제도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이유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이유

작성 · 검수 서동혁 · 최종 검토 2026년 9월 5일

사건 요약

  • 2017년 딸의 동창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이영학은 1심 사형, 2심·대법원 무기징역으로 형이 확정됐다.
  • '어금니 아빠'라는 후원 서사는 오래 검증되지 않았고, 그 공백이 범행의 배경을 이뤘다.
  •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근거와 '우발성' 판단이 남긴 질문을 짚는다.

2017년 9월, 서울에서 딸의 중학교 동창이던 여중생 한 명이 친구 집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 집의 주인은 희귀 안면질환을 앓아 ‘어금니 아빠’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나오고 후원을 받아 온 이영학이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29일 그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한 인물의 잔혹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동정의 서사가 어떻게 한 가정을 오래 방치했는지, 그리고 사형이 왜 무기징역으로 바뀌었는지가 함께 놓여 있다. 나는 미국에서 형사사법을 공부하며 판결문 읽는 버릇을 들였고, 이 사건의 판결 이유서는 유독 오래 손에서 놓지 못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무엇이었나

이영학 사건은 2017년 9월 딸의 동창인 여중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강력범죄다. 피고인 이영학은 거대백악종이라는 희귀 안면질환을 앓았고, 2000년대부터 그 사연이 방송과 언론에 반복 소개되며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병원비와 생계를 위한 후원이 이어졌다.

경찰 발표와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이영학은 딸을 통해 피해자를 집으로 불러들였고 이튿날 피해자는 숨졌다. 이후 그는 시신을 강원도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피해자 가족의 실종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행적을 좇던 경찰에 이영학이 검거되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범행 며칠 전 그의 아내가 숨진 상태였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검찰은 이영학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등살인 등의 혐의를, 당시 미성년이던 딸에게는 추행유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은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 대법원 무기징역 확정으로 이어졌다. 사건의 전개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나, 그 사이에 놓인 판단들이 이 사건을 오래 논쟁거리로 남겼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이유

이영학은 왜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나

1심은 사형, 2심과 대법원은 무기징역이었다. 형이 갈린 지점은 ‘피고인을 사형에 처할 만한가’라는 양형 판단이었다. 서울고법은 2018년 9월 6일 1심의 사형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그해 11월 29일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해 사형에 처할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살인에 우발적 측면이 있었던 점, 범행 직전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 재범 우려를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사형을 구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양형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단계 선고일 결과
1심(서울중앙지법) 2018.2.21 사형
2심(서울고법) 2018.9.6 무기징역
대법원 2018.11.29 무기징역 확정

이 흐름은 이영학 사건만의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 사형은 1997년 이후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폐지 상태에 가깝고, 대법원은 사형을 ‘오직 죄책이 심히 중대하고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해 왔다. 계획적이고 잔혹한 살인이라도 상급심에서 무기징역으로 조정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이 기준 때문이다. 뒤에서 볼 고유정 사건정유정 사건에서도 사형 구형은 무기징역으로 귀결됐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이유

‘우발적 살인’이라는 판단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우발성’은 이 사건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대목이다. 항소심이 우발적 측면을 인정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곧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피해자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과정에는 딸을 매개로 한 유인이 있었고, 이 준비 단계와 살해의 순간 사이에는 법적으로 구분되는 층위가 있다.

학부 시절 지역 검찰청에서 사건 기록을 정리하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우발과 계획은 사건 전체에 붙는 한 장의 이름표가 아니라, 각 행위마다 따로 따져야 하는 판단이라는 점이다. 유인은 계획적이었더라도 살해의 결정적 순간은 충동적일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항소심이 말한 ‘우발적 측면’은 살해 시점의 정신 상태에 관한 것이지, 피해자를 고립시킨 앞선 행동까지 우발로 본 것은 아니라고 읽어야 한다.

동기 구조를 보면 또 다른 층위가 드러난다. 이영학은 오랫동안 타인의 동정과 후원에 기대어 생활을 꾸려 온 인물이고, 아내의 사망 직후 홀로 미성년 자녀를 둔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렀다. 판결문이 지적한 후원금 탕진과 사치스러운 생활은 그가 자신을 향한 관심과 자원을 어떻게 소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런 정황을 특정 정신질환이나 진단명으로 봉합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록이 말하는 것은 행동의 패턴이지, 그의 내면에 대한 확정된 진단이 아니다.

이영학의 후원금은 왜 아무도 검증하지 않았나

이 사건이 가능했던 조건의 핵심에는 검증되지 않은 후원 서사가 있다. 이영학은 딱한 사정과 병색이 짙은 외모를 이용해 오랜 기간 후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한 주체는 사실상 없었다. 그는 ‘검증 없는 동정’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았다.

한국의 개인 모금은 오래 사각지대에 있었다. 기부금품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개 모집을 등록 대상으로 삼지만, 방송 노출과 입소문을 통해 개인에게 직접 흘러드는 후원까지 감독하기는 어렵다. 누가 얼마를 보냈고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장치가 없다면, 동정은 통제되지 않는 자원이 된다. 이영학의 경우 그 자원이 한 가정의 실상을 가리는 장막으로 기능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접한 사례들과 겹쳐 보이는 지점이 여기다. 미국에서도 아픈 아이나 재난 피해를 앞세운 모금 사기가 반복됐고, 이는 검찰이 사기(fraud) 혐의로 직접 기소하는 영역으로 다뤄졌다. 모금 플랫폼이 신원과 사용처를 사후 검증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환불하는 절차가 자리 잡은 것도 그런 사건들을 겪은 뒤였다. 제도가 동정의 진위를 대신 확인해 주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별 후원자에게 떠넘겨진다.

이영학의 딸은 어떻게 처벌됐나

당시 미성년이던 딸은 추행유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장기 6년 단기 4년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소년범에게 적용되는 부정기형은 상한과 하한을 함께 정해 교정 성과에 따라 석방 시점을 조정하는 제도로, 교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소년법의 취지가 반영된 형이다.

딸의 가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이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질문 중 하나다. 부모가 자녀를 범행의 통로로 삼았을 때, 그 자녀는 가해자인 동시에 지배 관계 아래 놓인 존재이기도 하다. 성인 사이의 공범과 달리 여기에는 나이, 부모라는 절대적 권위, 아내 사망 직후의 가정 붕괴라는 조건이 겹쳐 있다. 법은 딸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면서도 소년범의 틀 안에서 형을 정했다.

이 지점은 ‘왜 아무도 먼저 개입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내가 숨진 시점, 후원으로 유지되던 가정이 급격히 흔들린 시점에 아동 보호의 시선이 닿았다면 사건의 경로는 달라졌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결과를 아는 자의 회고다. 그러나 위기 가정을 조기에 포착하는 장치가 어디에서 비어 있었는지는 사건과 무관하게 계속 물어야 할 문제다.

내가 보는 이 사건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항소심이 인정한 ‘우발적 측면’을 살해 순간에 한정된 평가로 읽는다.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해 고립시킨 앞선 과정까지 우발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즉 이 사건은 ‘전적으로 계획된 살인’도, ‘순간의 충동’도 아니며, 준비된 조건 위에서 벌어진 범행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사형이 무기징역으로 바뀐 결론 자체에 대해서는, 나는 그것을 이영학 개인에 대한 관대함이라기보다 한국의 사형 운용이 도달한 현재 위치의 반영으로 본다. 집행되지 않는 형벌을 선고 단계에서 극도로 제한하는 흐름이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교화 가능성’을 감형의 핵심 근거로 든 부분은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재범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후원을 장기간 악용한 행동 패턴 사이에는 설명되지 않은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몸담아 본 적이 없고, 판결문과 보도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을 뿐이다. 양형은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정보까지 고려해 내려지는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그래서 결론을 확정하기보다, 이 사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형량의 높낮이가 아니라 ‘검증 없는 동정’이 왜 그렇게 오래 방치됐는가라고 본다.

이영학 사건에서 무엇을 봐야 하나

이 사건에서 봐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악의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구조다. 첫째는 후원의 검증 공백이다. 딱한 사연에 반응하는 마음은 사회의 자산이지만, 그 자원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확인할 장치가 없으면 동정은 은폐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위기 가정의 조기 신호다.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급격한 경제적 붕괴, 아동의 결석이나 방임 정황은 개입의 신호로 읽혀야 한다. 이영학의 가정은 사건 직전 이런 신호들이 겹쳐 있었으나, 그것을 하나의 위험 신호로 묶어 볼 주체가 없었다. 아동 보호 체계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포착’으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는 미디어의 서사 검증이다. 동정을 유발하는 개인 서사가 반복 노출될 때, 그 서사의 진위와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가 함께 가야 한다. 이야기의 힘이 클수록 검증의 책임도 커진다는 것을, 이 사건은 값비싸게 보여줬다.

꿀팁

딱한 사연에 개인적으로 후원할 때는 모금 주체와 사용처가 공개·검증되는 창구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등록된 모금 단체나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플랫폼을 경유하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 Q. 이영학은 현재 어떤 형을 살고 있나? — 대법원이 2018년 11월 29일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1심의 사형이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뒤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 Q. 1심 사형이 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나? — 항소심은 사회 격리의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고, 살해에 우발적 측면과 범행 직전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사형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 Q. 딸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 — 당시 미성년이던 딸은 추행유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장기 6년 단기 4년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소년범에게 적용되는 형이다.
  • Q. ‘어금니 아빠’ 후원은 어떻게 문제가 됐나? — 이영학은 희귀질환 사연으로 오랜 기간 후원을 받았으나 사용처가 검증되지 않았고, 판결문은 후원금을 사치에 탕진한 정황을 지적했다. 검증 없는 개인 후원의 위험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이 기사는 공개된 보도·공식 발표 등 확인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정정·반론은 문의로 접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