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상속 전쟁’ 리뷰, 돈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싸움
10월 6일 PD수첩 '2026 상속 전쟁'을 리뷰한다. 9남매 토지 분쟁·이혼소송 중 사망·치매 재산·생전 증여를 기여분과 유류분 관점에서 분석했다.
작성 · 검수 윤재경 · 최종 검토 2026년 10월 7일
실화 한줄평
- 10월 6일 PD수첩 '2026 상속 전쟁: 남겨진 가족의 시간'은 9남매 토지 분쟁, 이혼소송 중 사망, 치매 부모 재산, 생전 증여를 한 줄로 엮었다
- 핵심 쟁점은 '누가 얼마나 기여했나'를 법이 어떻게 숫자로 바꾸느냐는 문제
- 이혼소송 중 사망과 치매 재산 문제는 제도의 빈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대목
- 생전 증여는 분쟁 예방책이지만 유류분과 입증 문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6일 밤 MBC ‘PD수첩’은 ‘2026 상속 전쟁: 남겨진 가족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상속 문제로 법정에 선 가족들을 따라갔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가 남긴 2,558평 땅을 두고 갈라선 9남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70대 여성의 사연, 치매 부모의 재산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두 아들에게 재산 절반을 미리 넘겼다고 밝힌 배우 전원주의 이야기가 한 시간 안에 이어졌다. 어제 올린 예고 글에서는 9남매 사건 하나만 짚었는데, 방송을 보고 나니 이 회차의 진짜 주제는 땅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누가 부모 곁에서 몇 해를 보냈는지, 누가 병수발을 들었는지, 그 시간이 법정에서 어떤 숫자가 되는지를 묻는 방송이었다. 이 글은 사실 요약보다 그 질문에 집중한다. 등장 가족의 신상은 방송에서 가명·익명으로 처리된 만큼 여기서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다.
장남의 평생이 법정에서 얻은 이름, 기여분
방송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9남매 사례였다. 장남은 부모와 평생을 함께 살며 병수발을 도맡았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돌투성이 땅을 농지로 일구며 동생들의 결혼 같은 대소사를 챙겼다고 한다. 반면 아버지가 남긴 땅 2,558평을 놓고 형제들은 갈라섰다. 이 구도에서 우리 민법이 쓰는 도구는 기여분 제도(민법 제1008조의2)다.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으면 그 몫을 먼저 인정해 주는 장치다. 문제는 ‘특별한’ 기여의 문턱이 높다는 점이다. 법원은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을 통상의 부양 의무 범위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효도의 영역과 법적으로 보상받는 기여의 경계가 흐릿하다. 입증도 어렵다. 수십 년의 병수발은 영수증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다. 간병비를 쓰지 않은 대신 몸으로 때운 시간은 장부에 잡히지 않고, 땅을 일군 노동은 ‘가족이니까 한 일’로 읽히기 쉽다. 이 지점에서 상속 분쟁은 재산 싸움에서 인정 싸움으로 바뀐다. 동생들 눈에는 장남이 오래 그 땅을 쓰고 이익을 누린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장남에게는 그 세월이 값을 매길 수 없는 희생이다. 같은 30년이 서로 다른 장부에 적히는 순간 화해의 여지는 급속히 줄어든다. 방송이 보여 준 것은 이 간극이었다.

이혼소송 중 사망, 판결 직전에 끊긴 정의
두 번째 사례는 제도의 빈틈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 경우다.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70대 여성은 재혼 후 남편의 외도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숨졌다. 이런 경우 법적 결과는 냉정하다. 재판상 이혼 소송은 당사자의 일신전속적 성격이 강해서 한쪽이 사망하면 소송이 종료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이혼이 성립하지 않은 채 사망했으니 법적으로 두 사람은 끝까지 부부였고, 배우자는 상속인 자리에 선다. 외도 책임을 묻겠다고 시작한 소송이 오히려 책임을 물으려던 상대에게 상속권을 남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산분할 청구도 이혼이 전제라서 함께 사라진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구하라법’ 논의다. 오랫동안 양육 책임을 저버린 부모나 심각한 가해를 한 상속인의 자격을 박탈하자는 취지로, 상속권 상실을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민법 제1004조의2 논의)가 마련됐다. 다만 이 제도는 부양 의무 위반이나 중대한 범죄·학대 같은 사유를 전제로 하며, 배우자의 외도가 곧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이 ‘사각지대’라는 말로 짚은 것도 이 지점이라고 본다.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도, 법이 상실 사유로 열어 둔 문은 좁다. 유족의 감정과 법의 기준 사이에 남는 틈은 개인이 홀로 메우기 어렵다.

치매 부모의 재산, 의사능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
세 번째 축은 치매였다. 방송은 이른바 ‘치매 머니’의 규모를 488조 원으로 소개했다고 보도됐는데, 이 수치의 산출 기준은 방송 원문에서 확인해야 하므로 여기서는 방송이 제시한 숫자라는 점만 밝혀 둔다. 어떤 기준이든 고령화 사회에서 인지 기능이 떨어진 부모 명의의 자산이 점점 커진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법적으로 핵심은 의사능력이다. 증여나 유언은 그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이해할 능력이 있을 때만 유효한데, 치매는 하루 안에서도 상태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 시점에 판단 능력이 있었는가’를 사후에 가리는 일이 극도로 어렵다. 분쟁이 터지면 법원은 진료 기록, 인지 검사 결과, 요양 기록, 증인 진술을 모아 시점별로 재구성한다. 이때 부모를 모시던 자녀가 재산을 먼저 옮겨 받은 경우, 다른 형제는 ‘의사능력이 없을 때 받았다’고 주장하고 받은 쪽은 ‘부모의 뜻이었다’고 맞선다. 두 주장 모두 진심일 수 있다는 점이 비극이다. 제도 쪽에서 쓸 수 있는 예방책은 성년후견이나 임의후견 계약, 신탁, 그리고 의사 소견을 갖춘 공정증서 유언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방송이 보여 주듯 이런 장치는 문제가 터지기 전에 가족이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야만 쓸 수 있다. 그 대화가 가장 어렵다.
전원주의 생전 증여, 분쟁 예방책일까 새 쟁점일까
방송에는 배우 전원주가 직접 나와 두 아들의 유산 다툼을 걱정해 이미 재산의 절반가량을 증여했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이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다 주면 효도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상속 설계의 현실적 고민을 잘 보여 준다. 법적으로 생전 증여는 유류분과 함께 봐야 한다. 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시기와 상관없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흐름이고, 2024년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위헌으로 판단하고 유류분 상실 사유가 없는 부분은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즉 유류분 제도 자체가 지금 재편 중이다. 따라서 미리 준다고 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언제 왜 줬는지 기록을 남기고, 받는 쪽의 몫이 균형을 이루도록 설명하고, 가능하면 유언이나 가족 합의서로 뜻을 확정해 두어야 한다. 전원주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증여 액수보다 며느리까지 챙겼다고 알려진 대목이다. 분쟁은 상속인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상속인의 배우자에게서 증폭되는 일이 많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은 예방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다만 연예인의 사례는 자산 규모와 조언 접근성이 일반 가정과 다르니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참고로 삼는 편이 낫다.
내가 보는 이 사건
이 방송을 보고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상속 분쟁의 대부분은 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화가 없어서 커진다는 것이다. 민법은 법정상속분이라는 기본값을 정해 두었고 기여분, 유류분, 상속권 상실이라는 보정 장치도 갖췄다. 하지만 이 장치들은 모두 사후에 작동하고, 사후의 법정에서는 서로의 시간이 숫자로 환산되며 상처가 된다. 9남매 사례에서 내가 가장 마음이 쓰인 쪽은 법적으로 이기느냐 지느냐와 상관없이 어느 쪽도 온전히 위로받지 못할 구조 그 자체다. 장남은 보상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동생들은 소외됐다고 느낀다. 이혼소송 중 사망한 사례는 더 무겁다. 한 사람의 마지막 호소가 제도의 문턱 앞에서 멈췄다는 사실은 입법이 어디를 더 살펴야 하는지 알려 준다. 그리고 치매 재산 문제는 앞으로 훨씬 흔해질 것이다. 내 판단으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부모가 건강할 때 재산과 돌봄의 계획을 가족이 함께 확인하는 문화. 둘째, 돌봄 기여를 기록하고 입증할 수 있는 생활 수준의 장치. 셋째, 배우자 상속과 상실 사유의 균형을 다시 점검하는 입법 논의다. 다만 이 글은 방송 내용과 일반적인 법리를 정리한 것이지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며, 소송 중인 사안의 결론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자주 묻는 질문
- Q. 부모를 모시고 산 자녀는 상속을 더 받을 수 있나? — 기여분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통상의 부양을 넘는 ‘특별한’ 기여를 입증해야 한다. 병원비 부담, 간병, 재산 증식에 대한 노동 등 구체적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 Q. 이혼소송 중 한쪽이 사망하면 이혼은 어떻게 되나? — 판례상 재판상 이혼 소송은 당사자 사망으로 종료되어 혼인 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처리되고, 배우자가 상속인이 된다. 별도의 상속권 상실 청구는 사유가 엄격하다.
- Q. 치매 부모가 한 증여나 유언은 무효가 될 수 있나? — 행위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무효 주장이 가능하다. 진료 기록과 인지 검사, 증인 진술로 시점별로 판단하므로, 공정증서 유언에 의사 소견을 갖춰 두면 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Q. 재산을 미리 증여하면 상속 분쟁이 사라지나? — 아니다. 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유류분 산정에 포함될 수 있고, 증여 사유와 형평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증여 기록, 가족 합의, 유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