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방송

네온사인 아래 썩어가는 현실, ‘강남 비-사이드’가 던진 서늘한 질문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가 그리는 화려한 강남의 어두운 이면. 조우진, 지창욱의 서늘하고 묵직한 연기와 웰메이드 범죄 누아르의 매력을 스포일러 없이 분석합니다.

네온사인 아래 썩어가는 현실, '강남 비-사이드'가 던진 서늘한 질문
네온사인 아래 썩어가는 현실, '강남 비-사이드'가 던진 서늘한 질문

한줄평

  • 대한민국 가장 화려한 공간인 강남의 이면을 극사실주의적으로 조명한 8부작 범죄 추격 누아르
  • 조우진의 묵직한 현실감과 지창욱의 날것 그대로인 날카로운 액션 연기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불협화음
  • 단순한 오락 액션을 넘어 사회적 카르텔과 인간의 이면을 건조하고 묵직하게 파고드는 연출력

강남이라는 공간이 지닌 이중성은 대중문화가 가장 흔하게 소비하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낮에는 첨단 빌딩과 명품관이 즐비한 욕망의 최전선이지만, 밤이 되면 어둠의 카르텔이 작동하는 무법지대로 변모하기 때문입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는 이 익숙한 이면을 다시 한번 파고듭니다. 단순히 자극적인 유흥가의 일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종 사건을 매개로 경찰, 검찰, 그리고 화려한 조명 뒤에서 기생하는 해결사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과거 우리가 뉴스로 접했던 여러 사회적 사건들의 파편이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묵직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어떤 이야기인가

강남 일대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의문의 실종 사건. 그 중심에는 클럽의 에이스이자 거대한 비밀이 담긴 영상을 손에 넣은 재희(김형서 분)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재희가 홀연히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릅니다. 과거 동료 경찰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변두리로 좌천되었던 형사 강동우(조우진 분)는 딸의 친구이기도 한 재희의 실종을 계기 삼아 다시 강남의 진흙탕 속으로 발을 디딥니다.

한편, 강남의 어둠을 지배하는 무법자이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재희를 찾아야만 하는 해결사 윤길호(지창욱 분)와, 배경 없는 설움을 극복하고 승진을 갈망하는 검사 민서진(하윤경 분)이 각자의 패를 쥐고 이 추격전에 합류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교묘하게 비틀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정의를 쫓는 형사마저도 완벽한 영웅이 아니며, 범죄 세계의 해결사는 오직 생존을 위해 칼을 휘두릅니다. 이 세 인물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은 극의 전반부를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네온사인 아래 썩어가는 현실, '강남 비-사이드'가 던진 서늘한 질문

이래서 특별하다

‘강남 비-사이드’가 기존의 수사물이나 조폭 누아르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은 극사실주의적 묘사와 날것 그대로의 액션에 있습니다. 박누리 감독은 전작 ‘돈’에서 보여주었던 자본주의의 이면을 다루는 날카로운 시선을 이번에는 강남의 밤거리로 확장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대비되는 음침한 골목길, 축축하고 좁은 아지트 등의 공간 대비는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시각적으로 고스怒히 전달합니다.

특히 지창욱이 연기한 윤길호의 액션은 유려하고 세련된 동작 대신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돋보입니다. 커터칼을 주무기로 삼아 좁은 통로나 계단에서 벌이는 난전은 속도감과 타격감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조우진의 절제된 연기 또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습니다. 그가 연기한 강동우는 시스템의 붕괴 앞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는 소시민적 영웅의 초상입니다. 여기에 야망과 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검사 민서진의 시선은 관객이 이 복잡한 권력 카르텔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인물들의 감정이 과잉되지 않고 건조하게 유지된다는 점 역시 서사의 설득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네온사인 아래 썩어가는 현실, '강남 비-사이드'가 던진 서늘한 질문

이런 사람에게 (비추도)

웰메이드 한국형 범죄 누아르의 거칠고 어두운 톤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최적의 선택지입니다. 8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호흡 속에 밀도 높은 전개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 특히 기존의 스마트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거친 밑바닥 인생을 표현한 지창욱과 날카로운 존재감을 보여주는 김형서의 앙상블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반면,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라면 시청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극의 사실감을 위해 배치된 마약, 유흥업소, 경찰 유착 등의 소재들이 가감 없이 그려지기 때문에 감상하는 동안 상당한 정신적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권선징악의 통쾌하고 깔끔한 결말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이 작품의 다소 씁쓸하고 현실적인 공기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먼저 한동욱 감독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을 권합니다. 1990년대 강남을 배경으로 한 마약 조직과 언더커버 형사의 이야기를 다루며, ‘강남 비-사이드’의 정서적 원형이라 할 만한 거칠고 끈적한 누아르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군대 내 가혹행위라는 폐쇄적 집단의 어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거대한 카르텔의 모순을 고발하는 ‘강남 비-사이드’의 사회 비판적 시선과 일치하는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별점과 한줄평

★★★☆ (3.5 / 5)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썩어가는 현실을 집요하고 묵직하게 길어 올린 추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