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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방송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에이스, ‘커넥션’이 파고든 우정의 민낯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 에이스 형사. 지성과 전미도가 뭉친 웰메이드 스릴러 '커넥션'은 단순한 범죄 수사물을 넘어 변질된 우정과 욕망의 민낯을 서늘하게 파헤친다.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에이스, '커넥션'이 파고든 우정의 민낯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에이스, '커넥션'이 파고든 우정의 민낯

한줄평

  • 마약반 에이스 형사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다는 파격적 설정
  • 단순 수사극을 넘어 20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의 변질된 우정과 욕망을 추적
  • 지성의 신들린 금단증상 연기와 촘촘하게 쌓아 올린 웰메이드 미스터리

한국 장르물에서 ‘마약’과 ‘형사’의 조합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클리셰다. 정의로운 형사가 거대 마약 카르텔을 일망타진하는 통쾌한 서사는 보장된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그만큼 예측 가능한 궤도를 맴돌기 쉽다. 그러나 SBS 드라마 ‘커넥션’은 이 익숙한 공식의 비틀기에서 출발한다. 범죄자를 쫓아야 할 마약반의 에이스 형사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마약에 중독된다면? 이 파격적인 설정은 시청자를 단숨에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수사망을 좁혀가는 추적자의 쫄깃함과, 언제 금단증상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중독자의 불안함이 한 인물 안에 공존하는 아이러니. 이것이 ‘커넥션’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가장 강력한 이유다.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장 위태롭고 처절한 형사의 사투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야기인가

안현경찰서 마약팀의 에이스 장재경(지성 분)은 후배들의 존경과 서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원칙주의자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된 후 강제로 신종 마약에 중독된 채 깨어난다. 설상가상으로 20년간 연 끊고 지냈던 고등학교 친구 박준서가 의문의 추락사를 당하고, 재경과 또 다른 친구이자 지역 신문 기자 오윤진(전미도 분) 앞으로 자그마치 50억 원의 생명보험금을 남긴다. 죽은 친구가 남긴 거액의 보험금, 그리고 재경을 마약의 늪으로 밀어 넣은 배후. 드라마는 이 두 개의 거대한 미스터리를 교차시키며 안현시를 장악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의 기형적인 권력 구조와 변질된 우정의 실체를 하나씩 벗겨낸다.

작품의 매력은 이 5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얄팍한 심리전에 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은 슬픔보다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 학창 시절부터 형성된 권력의 서열은 어른이 되어서도 검사, 재벌 후계자, 그리고 그들에게 기생하는 하수인이라는 형태로 교묘하게 이어져 있다. 재경과 윤진은 보험금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 견고한 이너서클(Inner Circle)의 균열을 파고들고, 그 과정에서 20년 전 그들을 갈라놓았던 과거의 비밀까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개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매회 던져지는 단서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쾌감이 상당하다.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에이스, '커넥션'이 파고든 우정의 민낯

이래서 특별하다

‘커넥션’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지성의 압도적인 연기력에 있다. 그는 단순히 마약에 취한 상태를 흉내 내는 것을 넘어, 약물을 갈망하는 육체적 고통과 경찰로서의 이성이 충돌하는 내면의 지옥을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초점 잃은 눈동자, 미세하게 떨리는 안면 근육, 이성을 부여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거친 호흡은 시청자마저 숨 막히게 만든다. 연출 역시 훌륭하다. 재경이 환각과 이명에 시달릴 때마다 카메라의 포커스를 의도적으로 흩뜨리거나 불쾌한 사운드 디자인을 삽입하여,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시점을 시청자가 고스란히 체험하게 만든다. 영웅적인 형사가 아닌, 당장 약 한 알에 무너질 수 있는 나약한 인간의 사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연출의 승리다.

서사적 측면에서는 ‘우정’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가장 현실적이고 서늘하게 해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흔히 범죄 스릴러에서 절대 악을 상정하는 것과 달리, ‘커넥션’의 악역들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찌질한 욕망으로 뭉쳐 있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카르텔, 권력에 기생하여 떨어지는 떡고물을 주워 먹는 자들의 군상은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날카롭게 찌른다. 오윤진 캐릭터 역시 인상적이다. 정의감에 불타는 뻔한 기자가 아니라, 돈에 쪼들려 때로는 부당한 타협도 서슴지 않는 생계형 인물로 그려져 극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이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합종연횡을 반복하는 과정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에이스, '커넥션'이 파고든 우정의 민낯

이런 사람에게 (비추도)

치밀하게 짜인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를 갈구했던 시청자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작품이다. 여러 인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매회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며 판도가 뒤집히는 ‘두뇌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과 촘촘한 심리 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라면 지성과 전미도의 연기 앙상블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인물들의 대사 속에 숨겨진 복선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호쾌한 사이다 액션물이나 범죄 오락물을 기대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주인공이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시종일관 텐션을 높게 유지하며, 때로는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진다. 주인공이 시원하게 악당을 때려잡는 쾌감보다는, 진흙탕 속을 뒹굴며 힘겹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진득한 전개에 가깝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장르물을 선호하지 않거나, 캐릭터들이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것을 보기 힘들어하는 시청자에게는 다소 피로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JTBC ‘괴물’이다. 폐쇄적인 소도시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비밀과 의심을 다룬다는 점에서 결이 매우 비슷하다. ‘누가 괴물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이면을 파고드는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웰메이드 수사극의 바이블로 불리는 tvN ‘비밀의 숲’ 역시 함께 감상하기 좋다. 조직 내의 부패와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 그리고 감정을 잃은 검사와 따뜻한 형사의 공조가 빛나는 작품으로, 치밀한 대본과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에디터의 별점: ★★★★☆ (4.5)
한줄평: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한 자가 쏘아 올린, 가장 날카롭고 처절한 진실의 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