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를 찬 채 시작된 살인, 강윤성 사건이 남긴 공백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첫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 사건. 위치추적 장치의 한계와 39시간의 추적 공백, 사형 구형에도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를 제도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작성 · 검수 서동혁 · 최종 검토 2026년 8월 26일
사건 요약
- 2021년 8월 강윤성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첫 살인을 저지른 뒤 공업용 절단기로 발찌를 끊고 달아나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 전자발찌는 위치를 추적할 뿐 행동을 막지 못한다는 한계, 훼손 뒤 39시간의 추적 공백이 사건의 핵심이다
-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의 사형 구형에도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유와, 강화형 발찌 도입 이후에도 남은 제도의 빈자리를 짚는다
2021년 8월, 서울 송파구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착용한 남성이 이틀 사이 두 사람을 살해했다. 그는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고, 약 39시간 만에 스스로 경찰에 나타났다. 강윤성 사건은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한 감시 장치가 어디까지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는가를 되묻게 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오늘로 5년이 지났다. 그사이 법무부는 전자발찌의 재질을 강화하고 훼손에 대응하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드러낸 빈자리가 그 대책으로 다 메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이 비어 있었는지 처음부터 다시 짚어 본다.
강윤성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나
강윤성 사건은 2021년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벌어진 연속 살인이다. 강도·성폭력 등으로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그해 5월 출소하면서 성폭력 전과에 따라 위치추적 전자장치, 이른바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출소 석 달 만이었다.
경찰과 검찰 발표를 종합하면 시간 순서는 다음과 같다. 강윤성은 8월 26일 밤 거여동 자택에서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이때 그는 전자발찌를 여전히 차고 있었다. 이튿날인 27일 오후 송파구 신천동에서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고, 도주 중이던 그 사이에 50대 여성을 다시 살해했다. 그리고 29일 아침, 훼손 시점으로부터 약 39시간이 지난 뒤 스스로 경찰에 자수했다.
| 시점 | 확인된 행적 |
|---|---|
| 2021년 5월 | 전과 14범 강윤성 출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
| 8월 26일 밤 | 거여동 자택에서 40대 여성 살해(전자발찌 착용 상태) |
| 8월 27일 오후 | 신천동에서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발찌 훼손 후 도주 |
| 8월 27~28일 | 도주 중 50대 여성 살해 |
| 8월 29일 아침 | 약 39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 |
사건의 뼈대는 이 다섯 줄에 다 담긴다. 그러나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순서 그 자체다. 첫 번째 죽음은 발찌를 끊기 전에 일어났고, 두 번째 죽음은 발찌가 사라진 뒤에 일어났다. 감시 장치가 온전히 작동하던 때에도, 그것이 벗겨진 뒤에도 살인은 이어졌다. 이 두 국면을 나눠서 보면 제도가 어디서 비었는지가 드러난다.

전자발찌는 왜 강윤성의 첫 살인을 막지 못했나
전자발찌는 대상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 줄 뿐, 그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려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윤성의 첫 범행은 낯선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발찌를 찬 상태로 이뤄졌다. 관제 화면에는 대상자가 자택에 머물고 있다는 신호만 떴을 것이다. 위치 정보만으로는 집에서 쉬는 사람과 집에서 범행하는 사람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전자감독 제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법무부 자료로는 전자감독 도입 이후 성폭력 사범의 재범률이 제도 도입 전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억제력의 원리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발찌는 물리적으로 사람을 붙잡아 두는 족쇄가 아니다. ‘내 위치가 노출되어 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추적당한다’는 인식이 대상자의 행동을 누르는 것이다. 이 심리적 압박이 통하지 않는 대상, 즉 붙잡히는 것을 개의치 않거나 이미 다른 계산을 끝낸 사람 앞에서 장치의 억제력은 얇아진다.
나는 미국에서 형사사법을 공부하며 GPS 전자감독의 운영을 자료로 접했다. 그때 배운 원칙 하나가 오래 남았다. 감시 장치는 사람을 그 자리에 묶어 두지 못하며, 다만 그가 어디 있었는지를 사후에 알려 줄 뿐이라는 것이다. 강윤성의 첫 살인은 이 원칙이 한국에서 가장 참혹한 방식으로 확인된 장면이었다. 그래서 발찌의 재질을 아무리 단단하게 바꿔도, 착용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 유형의 범행은 애초에 그 대책의 사정거리 밖에 있다.

훼손 뒤 39시간의 공백은 어디서 생겼나
공백은 전자발찌가 끊겨 위치 신호가 사라진 직후, 추적 체계가 그를 다시 붙잡지 못한 지점에서 생겼다. 훼손이 감지되면 경보가 울리고 보호관찰소 직원이 마지막으로 잡힌 위치로 출동한다. 강윤성 때도 직원들이 최종 측위지에 도착했지만 이미 자리를 뜬 그를 찾지 못했다. 신호가 끊긴 좌표는 그가 ‘방금 전까지’ 있던 곳이지 ‘지금’ 있는 곳이 아니다.
여기서 두 기관 사이의 틈이 드러난다. 보호관찰소의 전자감독 인력은 대상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하거나 체포할 권한과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훼손 도주자를 실제로 붙잡으려면 경찰의 수배와 추적이 맞물려야 한다. 그 사이 신병을 확보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시간대가 생기고, 강윤성 사건에서는 그 시간이 39시간에 이르렀다. 한 명의 감독관이 관리하는 대상자 수가 많다는 인력 구조도 초동 대응의 속도를 늦추는 배경으로 지적됐다.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을 굳이 꼽자면, 발찌를 찬 첫 범행보다 훼손 이후의 이 구간이다. 첫 살인은 위치 추적만으로는 신호를 읽어 낼 수 없었던 반면, 훼손 경보는 분명한 위험 신호였기 때문이다. 이 신호를 받은 뒤 신병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두 번째 죽음을 막을 수 있던 마지막 관문이었다. 제도가 비어 있던 곳은 장치 안이 아니라, 장치가 벗겨진 다음의 대응 체계였다. 반복된 신고가 참사로 이어진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과 마찬가지로, 위험 신호가 제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구조가 문제였다.
사형을 구형했는데 왜 무기징역이 선고됐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다수가 무기징역 의견을 냈고, 재판부가 두 번째 범행의 충동적 성격을 이유로 사형을 피했기 때문이다. 강윤성은 국민참여재판을 택했고, 배심원 9명은 전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양형 의견은 갈렸다. 사형 3명, 무기징역 6명이었다. 검찰은 계획적으로 차량을 준비해 도주한 점, 열네 차례의 전과, 반성이 보이지 않는 태도를 들어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을 가른 것은 두 범행의 성격 차이였다. 재판부는 사형이 극히 예외적으로만 선고되어야 하는 형벌이라는 원칙을 전제한 뒤, 특히 두 번째 살인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계획성이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 이상 생명을 박탈하는 형은 내리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강윤성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무기징역이 유지·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은 한국 법원이 사형과 무기징역을 가르는 기준을 보여 준다. 결과의 잔혹함이나 전과의 무게만으로 사형이 선고되지는 않는다. 범행이 얼마나 계획적이었는지, 교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함께 검토된다. 유족과 여론의 감정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일 수 있으나, 판단의 뼈대에는 이런 법리가 놓여 있다. 형량을 두고 분노만 쌓기보다, 어떤 사실이 그 형량을 만들었는지를 보는 편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가깝다.
내가 보는 이 사건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이 사건의 핵심 실패가 전자발찌의 재질이 아니라 ‘위치 추적’과 ‘신병 확보’ 사이의 간극에 있었다고 본다. 근거는 앞서 정리한 순서다. 첫 살인은 발찌가 멀쩡히 작동하던 때 일어났고, 두 번째 살인은 발찌가 사라진 공백에서 일어났다. 두 죽음 모두, 발찌라는 물건 자체를 손보는 것으로는 닿지 못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발찌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대책의 효과를 나는 낮게 본다. 강화형 장치는 훼손에 걸리는 시간을 늘려 도주를 조금 더 어렵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착용 상태의 범행을 막지 못하고, 훼손 이후 누가 얼마나 빨리 대상자를 붙잡느냐의 문제도 풀지 못한다. 장치의 강도는 문제의 한 귀퉁이일 뿐이라고 보는 이유다. 반대로, 훼손 경보와 경찰 공조를 즉시 물리는 신속 대응 체계와 감독 인력 확충 쪽이 실제 위험을 더 줄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내 한계를 밝혀 둔다. 나는 수사기관이나 보호관찰 현장에 몸담아 본 적이 없고, 감독관 한 사람이 짊어지는 부담을 서류와 통계로만 안다. 현장의 제약은 내가 헤아리는 것보다 훨씬 무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더 튼튼한 발찌’라는 결론으로 정리되는 것은 초점이 어긋났다고 본다. 문제의 자리는 장치 안이 아니라, 장치가 알려 준 신호를 사람이 얼마나 빨리 받아 움직이느냐에 있었다.
강윤성 사건에서 무엇을 봐야 하나
감시 장치의 성능보다, 고위험 출소자를 사회가 어떤 체계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봐야 한다. 사건 이후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에 신속히 대응하는 조직을 새로 두고, 훼손 도주 사건이 발생하면 심의를 거쳐 대상자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고위험 대상자에게는 금속 프레임을 덧대 훼손을 지연시키는 강화형 장치도 보급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빈자리를 다 메웠다고 보기는 이르다. 언론 보도로는 강화형 장치가 도입된 뒤에도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계속 보고됐고, 여러 해에 걸쳐 수십 건에 이르렀다. 장치를 단단하게 만든 것만으로 훼손과 도주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남는 과제는 결국 사람과 체계의 몫이다. 훼손 신호를 받은 순간 경찰과 보호관찰이 지체 없이 맞물리는가, 한 감독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대상자를 떠안고 있지는 않은가, 출소 이후 고위험군이 사회로 돌아오는 과정에 주거와 생계의 최소한이 마련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예방의 관점에서 이 사건이 남긴 신호는 분명하다. 반복된 중범죄 전력, 출소 직후의 불안정, 감시에 대한 노골적 거부는 그 자체로 경계선이다. 전자발찌는 이 경계선을 지켜보는 여러 눈 가운데 하나일 뿐, 그 눈 하나에 안전을 맡길 수는 없다. 위험 신호가 있었는데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다른 사건들과 이 사건이 겹쳐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는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할 뿐 신체를 구속하지 않는다. 착용자가 위협적으로 행동하거나 발찌를 훼손하려 할 경우, 장치 자체가 이를 제압하지 못하므로 즉시 112에 신고해 경찰이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주 묻는 질문
- Q. 강윤성은 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나? — 강도·성폭력 등으로 전과 14범이었고, 성폭력 전과에 따라 출소 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사건은 그가 출소한 지 약 석 달 뒤에 벌어졌다.
- Q. 전자발찌를 찼는데 어떻게 첫 살인을 막지 못했나? — 전자발찌는 착용자의 위치만 실시간으로 전송할 뿐, 그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감지하지 못한다. 첫 범행이 자택에서 이뤄져 관제상으로는 정상적인 체류 신호로만 보였다.
- Q.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는데 왜 무기징역이 선고됐나? —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은 전원 유죄로 봤으나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 6명으로 갈렸다. 재판부는 두 번째 범행이 계획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이 형이 유지·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Q. 사건 이후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나? —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에 신속히 대응하는 조직을 두고 훼손 도주 사건 공개 제도를 도입했으며, 고위험 대상자용 강화형 장치를 보급했다. 다만 이후에도 훼손 사례가 이어져 인력과 공조 체계의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