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탐사대, 비틀거리며 수술한 수의사…케타민은 어떻게 쌓였나
10월 1일 실화탐사대 리뷰. 케타민 수십 병과 투약 목격 증언, 그리고 마약류 재고가 자가신고로 관리되는 공백을 짚는다.
작성 · 검수 윤재경 · 최종 검토 2026년 10월 2일
실화 한줄평
- 10월 1일 MBC 실화탐사대가 동물병원 수의사 케타민 자가투약 의혹과 17억 교통카드 두 실화를 방영했다.
- 약제실 케타민 수십 병·인슐린 주사기 대량·8월 투약 목격 증언이 방송에서 확인됐으나 자가투약은 아직 의혹 단계다.
- 리뷰는 마약류 재고가 자가신고로 관리되는 공백과 증언·증거의 거리,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을 짚는다.
방송은 무엇을 보여줬나
10월 1일 밤 MBC 실화탐사대는 두 건의 실화를 내보냈다. 첫 번째는 동물병원 수의사 조 원장(가명)의 마약류 자가투약 의혹이었고, 두 번째는 교통카드 한 장에 17억 5천여만 원이 찍힌 사연이었다. 두 이야기는 소재가 다르지만 관리돼야 할 것이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중심은 첫 번째 실화였다. 조 원장이 운영한 병원의 전 직원들이 제작진을 찾아와, 원장이 손을 떨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에서 수술과 진료를 강행했다고 증언했다. 한 직원은 손도 덜덜 떨고 사리분별이 안 돼 보이는 상태로 수술을 강행하고 진료도 봤다고 말했다. 제보의 발단은 약제실에서 발견된 물건이었다.
두 번째 실화의 당사자는 부산에 사는 유상원 씨다. 2022년 코레일이 내놓은 레일플러스 교통카드에 1,751,223,221원이 찍혀 있었다. 카드사는 단순 전산 오류라 해명했으나, 제작진은 그 카드로 편의점과 터널 요금소에서 실제 결제가 이뤄지고 잔액이 깎이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 글은 사건성이 뚜렷한 첫 번째 실화를 중심으로 본다.

새로 드러난 사실
방송에서 확인된 핵심은 약제실의 재고였다. 그 병원에서 평소 쓰지 않는 마약류 의약품 케타민이 수십 병 발견됐고, 사용 빈도가 낮은 인슐린 주사기가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8월 약제실에서 조 원장이 스스로 약물을 투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신체 상태 묘사와 재고가 겹치면서 제보는 관리 부실을 넘어 투약 의혹으로 향했다.
동물 피해를 가리키는 증언도 나왔다. 입원한 반려견이 방치돼 상처가 악화했고, 조 원장이 이전에 운영하던 병원에서는 중성화 수술이 잘못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병원 안에서 반려동물 4~5마리가 폐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이 수치는 전 직원들의 진술에 근거한 것으로, 방송 시점에 제3의 기록으로 교차 확인된 것은 아니다.
위생 문제도 드러났다. 멸균 상태가 요구되는 수술실에 빨래 건조대가 놓여 있었고, 약제실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앞서 이 방송의 예고 단계에서 윤곽만 잡혔던 정황이, 방영분에서 구체적 증언으로 채워진 셈이다.

방송이 다루지 못한 것
조 원장 본인의 해명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 한 시간 남짓한 방송에서 제보자 다수의 진술을 배치하면 당사자 반론의 자리는 좁아진다. 이는 제작진의 선택이라기보다 형식의 한계다. 의혹의 당사자가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면, 방송은 그가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만 보여줄 수 있다.
객관적 검증의 영역도 남았다. 자가투약 의혹을 확정하려면 소변·혈액 검사나 마약류 입출고 기록과 실사용량의 대조가 필요한데, 이는 수사기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한이다. 방송은 그 문을 두드릴 수는 있어도 열 수는 없다. 폐사한 동물의 수와 사인 역시 진료기록과 부검 없이는 단정하기 어렵다.
자료조사원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거들던 시절, 나는 제보가 아무리 많아도 당국의 확인 한 줄을 받지 못해 방송이 통째로 밀리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실화탐사대가 의혹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붙인 것은, 보여준 것과 확인된 것 사이의 거리를 알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케타민은 어떻게 약제실에 쌓였나
이 사건이 가능했던 조건은 마약류 관리의 구조에 있다. 케타민은 환각 작용이 있어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고, 동물병원도 마약류취급자로 등록해 입고와 사용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게 돼 있다. 문제는 그 보고가 상당 부분 취급자 본인의 신고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1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처방하는 사람과 재고를 관리하는 사람이 같다. 약을 꺼내 쓴 뒤 동물에게 투여했다고 기록하면, 그 기록을 그 자리에서 반증할 내부 견제가 없다. 수십 병의 케타민과 용도가 어긋나는 인슐린 주사기가 한 공간에 쌓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고 실사가 정기적·외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공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왜 하필 의료인인가라는 물음도 여기서 풀린다. 약물 오남용의 가장 큰 조건은 접근성이다. 일반인이 넘기 어려운 문턱을, 약을 직접 관리하는 직업은 매일 넘나든다. 개인을 중독자로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접근은 쉽고 감시는 느슨한 환경이 어떤 결과를 부를 수 있는지를 짚는 것이다.
증언은 강하지만 증거는 다른 문제다
방송의 설득력은 증언에서 나왔지만, 증거의 무게는 다르게 따져야 한다. 손 떨림과 사리분별 저하는 목격자의 해석이 섞인 관찰이고, 약제실 재고는 정황이다. 정황과 증언이 겹치면 의심은 합리적이지만, 그 자체가 자가투약을 법적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제보자가 전 직원이라는 점도 양면을 가진다. 내부자는 누구보다 많이 알지만, 고용관계가 끝난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는 진술을 깎아내릴 이유가 아니라, 교차 검증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조건이다. 신뢰할 만한 진술일수록 물증으로 받쳐져야 당사자의 반론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교통카드 이야기가 같은 회차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17억이 찍힌 카드가 사용 불가라는 해명과 달리 실제 결제됐듯, 서류상 설명과 현실이 어긋나는 지점에 두 사건이 함께 서 있다. 기록이 현실을 담보하지 못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방송은 서로 다른 소재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은 어디였나
가장 뚜렷한 분기점은 직원들의 목격과 제보 사이의 시간이다. 8월 투약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방송 제보로 이어지기까지, 식약처나 관할 보건소, 수의사회 같은 공적 창구가 먼저 작동했는지는 방송에서 선명하지 않았다. 신고가 제도 안에서 빠르게 받아들여졌다면 피해는 더 일찍 멈출 수 있었다.
반려동물은 증상을 말하지 못한다. 사람 환자라면 의사가 이상하다는 신호가 환자와 보호자를 통해 빠르게 퍼지지만, 동물병원에서는 그 신호가 보호자의 사후 관찰과 직원의 양심에 의존한다. 감시의 책임이 개인의 용기에 떠넘겨진 구조 자체가 개입을 늦추는 조건이 된다.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은 두 곳이다. 하나는 마약류 재고를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실사하는 제도, 다른 하나는 내부 목격자가 보복 걱정 없이 신고할 수 있는 통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이 방송이 앞서 다룬 부천 편의점 사건의 교훈이 겹쳐 보인다. 신고가 있어도 제도가 받지 못하면 피해는 반복된다.
내가 보는 이 방송
나는 이 사건의 본질이 한 수의사의 일탈이 아니라 이중의 감시 공백에 있다고 본다. 환자가 증상을 호소할 수 없는 진료, 그리고 재고가 자가신고로 관리되는 마약류. 이 두 공백이 겹치는 자리에서 개인의 문제는 쉽게 사고로 번진다.
그래서 방송이 조 원장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서도 의혹이라는 선을 넘지 않은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확정은 수사의 몫이고, 방송의 몫은 확정 이전에 사회가 들여다봐야 할 구조를 드러내는 일이다. 이번 회차는 그 역할을 했다.
다만 후속이 중요하다. 식약처의 입출고 대조, 당국의 조사 착수, 조 원장 측 입장이 뒤따라야 이 방송은 고발을 넘어 변화로 이어진다. 케타민 수십 병이라는 정황이 숫자로 확인되는 순간, 의혹은 사실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거기까지가 지켜볼 지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 Q. 케타민은 동물병원에서 아예 쓰지 않는 약인가? — 마취·진정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의료용 마약류다. 방송의 쟁점은 사용 여부가 아니라, 그 병원에서 평소 쓰지 않는 약이 수십 병 쌓여 있었고 자가투약이 목격됐다는 증언이다.
- Q. 수의사의 마약류 자가투약은 어떻게 처벌되나? —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면허 관련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방송 시점에서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수사와 당국 확인이 남아 있다.
- Q. 17억 교통카드는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인가? — 카드사는 전산 오류로 사용 불가라 해명했으나, 제작진은 실제 결제·차감 장면을 포착했다. 금액의 출처와 시스템 관리 책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 Q. 방송에서 확인된 사실과 의혹은 어떻게 구분되나? — 약제실 재고와 위생 상태, 결제 정황은 취재로 확인된 쪽에 가깝고, 자가투약·폐사 경위·금액 출처는 수사와 검증이 남은 의혹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