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밖으로 전력 질주한 청년의 증발, 2014년 라르스 미탄크 실종 사건
2014년 불가리아 바르나 공항. 독일 청년 라르스 미탄크는 모든 짐과 여권을 버려둔 채 숲을 향해 전력 질주한 뒤 영영 사라졌다. 전 세계를 섬뜩하게 만든 그의 마지막 CCTV 속 기묘한 단서들을 추적한다.
미스터리 개요
- 2014년 불가리아로 휴가를 떠난 28세 독일 청년 라르스 미탄크의 기이한 실종 사건.
- 공항 의무실에 들렀다가 갑자기 극도의 공포에 질려 짐을 모두 버려둔 채 숲을 향해 전력 질주한 모습이 CCTV에 포착됨.
- 뇌진탕, 항생제 부작용에 의한 급성 망상, 실제 범죄 연루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되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제 상태.
유튜브 시대에 가장 기이하고 소름 돋는 실종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이 15초짜리 CCTV 영상이 거론된다. 2014년 7월 8일 불가리아 바르나 공항. 노란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청년이 황급히 터미널을 빠져나와 주차장을 가로지른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필사적으로 질주해 공항 밖 2.5m 높이의 철조망을 뛰어넘었고, 해바라기밭과 인접한 울창한 숲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것이 28세 독일 청년 라르스 미탄크(Lars Mittank)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여권, 지갑, 휴대폰이 든 가방마저 공항에 내팽개친 채 맨몸으로 숲을 향해 뛰어든 청년. 대체 그는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일까. 아니, 애초에 그를 쫓는 무언가가 존재하긴 했던 걸까? THE KILLING TIMES 미스터리팀과 함께, 그가 남긴 기묘한 궤적과 단서들을 되짚어보자.
무슨 일이 있었나
사건의 발단은 실종 일주일 전인 2014년 6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르스 미탄크는 친구들과 함께 불가리아의 유명 휴양지 골든 샌즈(Golden Sands)로 일주일간의 휴가를 떠났다. 평범하고 유쾌한 청년이었던 그는 7월 6일 밤, 스포츠 바에서 다른 독일인 관광객들과 축구팀 응원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다툼 끝에 라르스는 뺨이나 귀 주변을 맞았고, 고막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다음 날인 7월 7일,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가기 전 현지 의사를 찾은 그는 ‘비행기를 타면 기압 차이로 고막이 악화될 수 있으니 며칠 더 머물며 안정을 취하라’는 권고를 받는다. 또한 ‘세푸록심(Cefuroxime) 500’이라는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친구들은 함께 남겠다고 했으나, 라르스는 혼자 며칠 더 있다 가겠다며 그들을 먼저 독일로 돌려보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홀로 남은 라르스는 바르나 외곽의 허름한 ‘컬러 호텔(Color Hotel)’에 체크인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그의 기행이 시작된다. 자정 무렵, 그는 독일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속삭였다. ‘엄마, 내 신용카드를 빨리 정지시켜 주세요. 네 명의 남자가 나를 쫓고 있어요.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해요.’ 그는 호텔 엘리베이터에 숨어있다고 말하기도 했고, 밤새 공포에 떨며 호텔을 빠져나와 어둠 속을 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날이 밝은 7월 8일 아침, 라르스는 택시를 타고 바르나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 의무실을 찾아 다시 한번 고막 상태를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를 진찰한 코스타 코스토프(Kosta Kostov) 박사에 따르면, 라르스는 극도로 불안해 보였다고 한다. 진찰이 진행되던 중, 공항 보수 공사를 하던 인부 한 명이 의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순간, 라르스는 패닉에 빠졌다. 그는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라고 소리치며 의무실을 뛰쳐나갔고, 그대로 공항 터미널을 가로질러 밖으로 질주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그 기괴한 CCTV 영상의 전말이다.

풀리지 않는 단서들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섬뜩한 대목은 라르스가 남긴 물건들이다. 그는 의무실에 배낭을 그대로 둔 채 도망쳤는데, 그 안에는 여권, 지갑, 휴대폰 등 그가 독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신분증과 통신 수단은 챙기는 것이 본능이다. 짐을 버렸다는 것은 이성적 판단이 완전히 붕괴될 만큼 압도적인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뜻이다.
두 번째 단서는 의무실에 들어온 ‘인부’다. 경찰 조사 결과, 의무실 문을 열었던 남성은 공항과 정식 계약을 맺고 일하던 평범한 건설 노동자로 밝혀졌다. 라르스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왜 라르스는 평범한 작업복 차림의 인부를 보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로 인식했을까? 어머니에게 말했던 ‘나를 쫓는 네 명의 남자’ 중 한 명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세 번째는 그가 뛰어든 장소의 특성이다. 공항 외곽의 2.5m 철조망 너머는 거대한 해바라기밭과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지는 지역이었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탐지견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그의 흔적은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옷가지나 신발, 심지어 유골조차 나오지 않았다. 맹수가 없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성인 남성이 숲 속에서 말 그대로 ‘증발’해 버린 것이다.

제기된 가설들
이 기이한 실종을 두고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다. 첫 번째는 ‘항생제 부작용에 의한 급성 망상’이다. 라르스가 처방받은 세푸록심은 드물게 편집증, 환각, 심한 불안 증세를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익숙하지 않은 타국에 홀로 남겨진 스트레스와 항생제 부작용이 결합하여 그를 극심한 피해망상으로 몰아넣었다는 설이다. 의료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가장 근거 강도가 높은 유력한 가설로 꼽힌다.
두 번째는 ‘뇌진탕으로 인한 섬망’ 가설이다. 며칠 전 술집에서의 폭행 사건으로 고막이 파열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면, 뇌에도 보이지 않는 손상(미세 출혈이나 뇌진탕)이 발생했을 수 있다. 치료받지 않은 뇌 손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환각이나 피해망상으로 발현되었다는 추측이다. 이 역시 의학적으로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세 번째는 ‘실제 범죄 조직 연루설’이다. 라르스가 머물렀던 바르나 지역은 매춘이나 마약 등 지하 경제가 활성화된 곳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라르스가 우연히 현지 범죄 조직의 불법적인 현장을 목격했거나, 혹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 밀매 조직의 타깃이 되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어머니에게 전화해 카드를 정지시켜 달라고 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어떠한 범죄의 정황이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이는 확인된 바 없는 음모론에 가깝다.
에디터의 추적 노트
수많은 단서와 가설을 조합해 볼 때, 미스터리팀이 주목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신체적 외상과 화학적 요인이 결합된 비극적 편집증’이다. 라르스는 낯선 나라에서 일행과 떨어져 홀로 남겨졌다. 고막 파열이라는 통증과 뇌진탕의 후유증, 여기에 항생제 부작용이라는 기폭제가 더해졌다. 그의 뇌는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증폭시켰고, 허름한 호텔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며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는 망상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공항 의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인부의 실루엣은, 이미 벼랑 끝에 몰려있던 그의 신경망에 ‘최후의 위협’으로 인식되었을 터다. 우리가 CCTV에서 본 것은, 실존하는 살인청부업자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완벽하고도 끔찍한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한 인간의 필사적인 생존 본능이었다. 진정으로 섬뜩한 점은 그가 느꼈던 공포가 그 순간 그에게만큼은 100% 진짜였다는 사실이다.
그가 숲 속 어딘가에서 부상과 탈진으로 숨을 거두었는지, 아니면 기억을 잃은 채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독일의 가족들은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그를 찾고 있지만, 라르스가 남긴 것은 공항을 가로지르는 15초의 짧은 영상뿐이다.
세 줄 정리와 여운
- 2014년 불가리아에서 28세 독일 청년 라르스 미탄크가 공항에 모든 짐을 버려둔 채 숲으로 전력 질주해 실종되었다.
- 폭행으로 인한 뇌 손상, 항생제 부작용이 결합된 급성 피해망상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 그는 자신의 머릿속 공포로부터 도망쳤지만, 결국 그 공포가 만든 미궁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가 철조망을 넘어 숲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때로는 가장 기이한 미스터리의 해답이 인간의 연약한 뇌 속에 숨어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서늘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