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제 미스터리

눈 덮인 산장 속 뜯지 않은 식량들, 1978년 유바 카운티 5인 실종 사건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 농구 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다섯 청년이 엉뚱한 설산에서 실종됐다. 산장에는 식량과 난방 장치가 가득했지만 그들은 굶어 죽은 채 발견됐다. 유바 카운티 미제 사건의 단서를 추적한다.

눈 덮인 산장 속 뜯지 않은 식량들, 1978년 유바 카운티 5인 실종 사건
눈 덮인 산장 속 뜯지 않은 식량들, 1978년 유바 카운티 5인 실종 사건

미스터리 개요

  • 농구 경기를 관람한 뒤 귀가하던 5명의 청년이 돌연 엉뚱한 설산으로 향해 실종된 사건
  • 수개월 뒤 통조림과 난방 장치가 가득한 산림청 트레일러에서 아사 및 동사한 채 발견됨
  • 풍부한 생존 수단에도 불구하고 왜 극단적 굶주림을 택했는지 끝내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1978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농구 경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다섯 명의 청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색 끝에 그들의 자동차가 발견된 곳은 집으로 가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인 인적 드문 설산의 비포장도로였다. 수개월 뒤, 눈이 녹고 나서야 이들은 산림청 소속의 한 트레일러(산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가장 섬뜩한 대목은 바로 시신이 발견된 트레일러 내부의 풍경이었다. 그곳에는 다섯 명이 1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통조림 식량과 성냥, 심지어 가스 난방 장치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굶주려 아사하거나 동사한 상태였다. 생존의 조건이 완벽히 갖춰진 밀실에서 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이 기이한 실화는 ‘미국판 디아틀로프 고개 사건’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범죄학자와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남겨진 단서들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날 밤 눈보라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추적해 보자.

무슨 일이 있었나

1978년 2월 24일 밤, 캘리포니아주 유바 카운티에 거주하던 24세에서 32세 사이의 청년 5명(테드 위허, 게리 마티아스, 잭 마드루가, 잭 휴잇, 빌 스털링)은 치코 시에서 열린 대학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이들은 이튿날 자신들이 직접 뛸 농구 대회를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밤 10시경, 근처 마트에서 간식을 산 뒤 마드루가의 1969년식 머큐리 몬테고 차량에 올라탔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아도 아무도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수색이 시작되고 며칠 뒤, 뜻밖의 장소에서 마드루가의 차량이 발견된다. 치코에서 유바 카운티로 가는 평탄한 고속도로가 아니라, 북동쪽으로 무려 110km나 떨어진 플루마스 국유림의 험준한 산길이었다. 눈보라가 치는 첩첩산중 비포장도로에 차가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던 것이다. 차량 내부는 깨끗했고, 기름도 4분의 1 이상 남아 있었으며, 열쇠마저 뽑혀 있었다. 차가 눈에 살짝 빠져 있긴 했지만 건장한 청년 다섯 명이 밀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수준이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헬기와 수색견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봄이 찾아와 눈이 녹기 시작한 6월에야 충격적인 진실의 일부가 드러난다.

차량이 발견된 곳에서 약 31km나 산 위로 더 올라간 지점에 산림청 직원들이 임시로 쓰는 트레일러가 있었다. 그곳 창문을 깨고 들어간 흔적과 함께, 침대 위에서 여러 겹의 담요를 뒤집어쓴 테드 위허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실종 당시보다 체중이 45kg이나 빠진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고, 동상으로 발에 괴사가 진행된 채 아사한 것으로 부검 결과 드러났다. 이후 트레일러에서 멀지 않은 숲속에서 휴잇, 마드루가, 스털링의 유골이 차례로 발견됐다. 하지만 일행 중 단 한 명, 게리 마티아스의 행방은 끝내 묘연했다. 그의 테니스화만이 트레일러 안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눈 덮인 산장 속 뜯지 않은 식량들, 1978년 유바 카운티 5인 실종 사건

풀리지 않는 단서들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왜 그들은 집과 반대 방향인 산속으로 향했는가? 일행 중 누구도 그 산길을 알지 못했고, 그날 밤은 영하의 추위 속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운전을 한 마드루가는 평소 차를 끔찍이 아꼈기에, 험한 비포장도로로 차를 몰고 갈 성격이 아니었다고 가족들은 입을 모았다. 둘째, 왜 차를 버리고 31km나 떨어진 산꼭대기 트레일러까지 걸어갔는가? 차 안은 춥더라도 바람을 피할 수 있었고, 라디오와 히터도 작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얇은 재킷과 농구화만 신은 채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끝없는 오르막을 걸었다.

가장 기괴하고 앞뒤가 안 맞는 지점은 트레일러 내부의 상황이다. 트레일러 안에는 1년 치 통조림과 건조식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발견된 시신 주변에는 단 10여 개의 통조림만 뜯겨 있었고, 심지어 오프너가 있었음에도 돌멩이로 힘들게 부숴서 연 흔적이 역력했다. 트레일러 밖에는 가스 밸브만 열면 당장이라도 켤 수 있는 프로판 가스통이 있었고, 내부에는 난로와 종이, 성냥이 가득했지만 불을 피운 흔적은 전혀 없었다. 테드 위허는 음식과 온기가 지척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두 달 이상을 고통 속에 버티다 굶어 죽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이토록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까?

눈 덮인 산장 속 뜯지 않은 식량들, 1978년 유바 카운티 5인 실종 사건

제기된 가설들

첫 번째 가설은 ‘제3자의 위협에 의한 도주’다. 차가 발견된 지점 근처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차 안에 고립되어 있던 한 남성(조셉 숀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숀스는 자정 무렵 트럭 불빛과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밖에서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고, 도와달라고 외치자 일순간 침묵이 흐르더니 불빛이 꺼졌다고 진술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거나, 범죄 현장을 목격한 이들이 공포에 질려 산속으로 무작정 달아났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 가설은 트레일러 안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 구조를 기다리며 굶어 죽어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두 번째 가설은 ‘인지 능력 저하로 인한 집단 패닉’이다. 사실 이 다섯 청년은 모두 지적 장애나 가벼운 인지 장애, 혹은 조현병 병력을 앓고 있었다. (유일하게 게리 마티아스만이 조현병 약을 복용 중이었으나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어둠과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뒤 한 명이 공포에 질리자,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나머지 일행이 덩달아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 분석한다. 트레일러를 발견하고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혹은 가스 밸브를 여는 간단한 조작조차 생각해 내지 못할 만큼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에디터의 추적 노트

사건의 기록을 거듭해서 읽을수록, 초자연적인 음모론보다는 ‘인간의 취약성이 빚어낸 비극적 연쇄 반응’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다섯 명의 심리적 의존성에 있다. 그들은 각자는 순수하고 성실했지만,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현저히 낮았다. 아마도 길을 잘못 든 후 차가 눈에 살짝 빠지자,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멈춰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리더 격이었던 누군가가 ‘불빛을 본 것 같으니 산 위로 가자’고 제안했고, 맹목적인 동조가 이어졌을 것이다.

트레일러 안에서의 기이한 행동 역시, 공포와 추위가 뇌 기능을 마비시킨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저체온증에 빠지면 환각과 인지 장애가 동반된다. 유일하게 군 복무 경험이 있고 조현병 약물 치료를 받던 게리 마티아스가 트레일러 창문을 깨고 통조림을 열어 주며 동료들을 돌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의 약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악화되었고, 결국 구조를 요청하겠다며 자신의 신발 대신 테드 위허의 가죽 구두를 신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닐까. 살아남은 자들은 리더를 잃고, 난방을 켜는 법도 모른 채 어둠 속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가장 잔인한 살인마는 보이지 않는 제3자가 아니라, 극단적인 환경이 만들어낸 ‘공포와 무지’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세 줄 정리와 여운

1. 농구 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다섯 청년이 산속으로 돌연 경로를 이탈해 실종됐다.
2. 수개월 뒤, 식량과 난방 장치가 완비된 산장 안팎에서 미스터리하게 굶어 죽은 채 발견됐다.
3. 이 사건은 극단적 상황에서 이성이 마비된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참혹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