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이야기 Y ‘제주 셀프 종결’, 실종 신고 298건은 왜 지워졌나
궁금한 이야기 Y가 제주 한림 실종 사건을 다뤘다. 담당 경장이 신고 2시간여 만에 사건을 허위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삭제한 정황, 298건 전수조사와 부검의 한계를 함께 짚는다.
작성 · 검수 윤재경 · 최종 검토 2026년 8월 29일
실화 한줄평
- 2026년 8월 28일 SBS 궁금한 이야기 Y가 제주 한림 실종 사건과 담당 경장의 '셀프 종결' 의혹을 다뤘다.
- 신고 2시간여 만에 '연락됐다'며 사건을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삭제한 정황, 통신 내역에 통화 기록이 없었다는 점이 쟁점이다.
- 경장이 1년 5개월간 처리한 298건 전수조사와 부검의 한계, 방송이 미처 담지 못한 실종 수사의 구조적 과부하를 짚는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두 시간 남짓 만에 사건이 종결됐다. 담당 경찰관은 ‘당사자와 연락이 됐다’고 기록했지만, 뒤에 확인된 통신 내역에는 그 통화가 없었다. 실종자는 104일 뒤 숙소에서 1km 떨어진 야자수밭에서 발견됐다.
2026년 8월 28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제주 한림에서 일어난 이 실종 사건과 담당 경장의 ‘셀프 종결’ 의혹을 다뤘다. 사건 자체보다 무거운 것은, 한 사람의 실종이 시스템에서 삭제되는 과정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궁금한 이야기 Y가 다룬 제주 한림 실종 사건은 무엇인가
제주 한림읍에 살던 30대 여성 장씨(37)가 지난 5월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세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에 장씨의 마지막 모습이 잡힌 것은 5월 12일, 숙소 인근이었다. 사흘 뒤인 5월 15일 저녁 동거인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고 당일 경찰은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으나 장씨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담당 경장은 수색 도중인 약 2시간 30분 뒤 ‘장씨와 연락이 됐고 본인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신고를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두 달 가까이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은 7월 다시 신고했고, 재수색 끝에 7월 24일 실종 104일 만에 장씨는 숙소에서 약 1km 떨어진 한림읍 야자수밭에서 발견됐다. 8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치아 감정으로 신원이 장씨로 최종 확인됐다. 담당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아직 재판 전이며 혐의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왜 실종 신고가 2시간 30분 만에 종결됐나
핵심은 ‘연락이 됐다’는 종결 사유와 실제 통신 기록이 어긋난다는 점이다. 경찰이 뒤늦게 확인한 통신 내역에는 담당 경장과 장씨가 통화한 흔적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통화가 없었다면, 종결의 근거가 된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실종 사건에서 초동 대응의 성패는 대개 첫 며칠에 갈린다. 위치추적과 통신 조회, CCTV 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신고 2시간여 만의 종결은 이 결정적 시간대를 스스로 닫아버린 결정이었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기록이 삭제되면, 다른 경찰관이 같은 실종자를 조회해도 ‘진행 중인 사건’으로 뜨지 않는다. 사건이 물리적으로만이 아니라 데이터상으로도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서 갈린 지점은 명확하다. 종결이 아니라 위치추적 영장이나 통신 조회로 넘어갔다면, 마지막 CCTV 지점에서 1km 안쪽이라는 좁은 반경을 초기에 훑을 수 있었다. 초동수사가 어디서 어긋나면 무엇을 잃는지는 과거 사건들이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좁은 공간을 초기에 장악하지 못해 미제로 남은 부산 부전동 모텔 실종 사건과 비교하면, 이번 사건은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료를 찾을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은 경우에 가깝다.
| 시점 | 확인된 정황 |
|---|---|
| 5월 12일 | 숙소 인근 CCTV에 장씨 마지막 모습 |
| 5월 15일 저녁 | 동거인이 실종 신고 접수, 한림항 일대 수색 |
| 5월 15일(약 2시간 30분 뒤) | 담당 경장 ‘연락됐다’며 종결·프로파일링 삭제 (통화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짐) |
| 7월 | 가족이 다시 실종 신고, 재수색 착수 |
| 7월 24일 | 숙소서 약 1km 떨어진 야자수밭에서 시신 발견 (실종 104일) |
| 8월 25일 | 치아 감정으로 신원 최종 확인 |

‘셀프 종결’은 어떻게 가능했나 —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구멍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실종 기록이 지워질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사건의 제도적 핵심이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자 정보를 등록·관리하는 경찰 내부 데이터베이스다. 문제는 종결과 삭제에 별도의 교차 확인이나 상급자 결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경장이 실종팀에서 일한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 처리한 실종 신고는 298건에 이르고, 경찰은 이 전수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사한 허위 종결로 의심되는 사례가 10여 건 더 거론된다고 알려졌다. 이 수치가 말하는 것은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다. 한 사람이 298건을 별다른 검증 없이 종결해도 걸러지지 않는 구조라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시스템의 문제다.
실제로 같은 경장이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실종자(30대 남성)는 ‘무사하다’는 취지로 종결됐다가, 재신고 뒤 하루 만에 제주시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로 다른 두 실종이 같은 방식으로 시스템에서 지워졌다가 같은 결말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 사건을 ‘한 번의 실수’로 부르기 어렵게 만든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도 사건 처리뿐 아니라 지휘·관리·감독 체계 전반으로 감찰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부검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못했나
부검은 신원은 확정했지만 사인은 확정하지 못했다. 국과수는 치아 감정으로 시신을 장씨로 특정했으나, 고도의 부패와 부분 백골화로 외상이나 질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소견을 냈다고 알려졌다.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고, 법의관은 사인으로 목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감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의학의 한계는 시간에서 온다. 사망 후 오랜 기간이 지나면 연부 조직이 남지 않아, 생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시신 자체가 증언하지 못하게 된다. 실종 초기에 수사가 진행됐다면 확보할 수 있었을 현장 증거와 시간대별 동선이, 100일이 지난 시점에는 대부분 소실된다. 종결 결정이 앗아간 것은 생존의 가능성만이 아니라, 훗날 진실을 규명할 증거의 상당 부분이기도 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반면 장씨의 가족은 극단적 선택으로 볼 만한 신호가 없었다며 이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지금의 물증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인을 둘러싼 이 공백 자체가 초기 대응의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증거가 말하지 못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남은 것은 해석의 다툼뿐이다.
궁금한 이야기 Y가 다루지 못한 것 — 실종 수사의 구조적 과부하
방송이 상대적으로 짧게 지나간 지점은, 이런 종결이 왜 ‘개인기’처럼 반복될 수 있었는가라는 배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 서부경찰서에는 하루 많게는 4~5건, 보통 1~2건의 실종 신고가 들어온다. 이 물량을 소수 인력이 감당하는 구조에서, 검증 없는 종결은 업무를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된다. ‘업무를 덜기 위해 지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자료조사 일을 하던 시절, 한 시간짜리 방송에 들어가는 취재는 그 몇 배이고 편집에서 잘려 나가는 것 중에 정작 중요한 게 많다는 걸 배웠다. 이번 회차도 개인의 혐의를 좇는 데 시간을 쓰다 보면, 그 개인이 서 있던 조직의 구조는 화면 뒤로 밀리기 쉽다. 실종 담당 인력의 배치, 종결 권한의 통제 장치, 프로파일링 시스템 삭제에 대한 감사 로그가 실제로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가 그런 대목이다.
또 하나, 화면에 담기 어려운 것은 ‘재신고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이다. 가족이 두 달을 견디다 다시 신고하지 않았다면, 두 실종은 지금도 시스템상 ‘연락된 사람’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종결이 재신고 없이 그대로 닫혀 있는지는 전수조사가 끝나야 드러난다. 방송이 던진 질문의 진짜 크기는 298건이라는 숫자보다, 아직 아무도 다시 찾지 않은 실종자가 그 안에 있을 가능성에 있다.
내가 보는 이 회차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나는 이 사건의 무게중심이 ‘한 경장의 거짓 기록’이 아니라 ‘거짓 기록이 걸러지지 않은 통제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신고 2시간 만의 종결이 상급자 눈에 한 번이라도 걸렸다면, 통신 조회 한 번으로 ‘통화 없음’이 드러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검증이 298건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사람보다 절차 쪽에 더 크게 있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쪽도 밝힌다. 나는 이번 종결이 처음부터 범죄를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본다. 두 사건 모두 재신고가 들어오자 위치조회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치밀한 은폐라기보다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려 한 흔적에 가깝다. 물론 감찰과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판단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나는 수사기관에 있어 본 적이 없고, 실종 담당의 하루가 실제로 어떤지 겪어 보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을 단죄하는 데 서두르고 싶지 않다. 다만 자료조사 자리에서 배운 습관 하나는, 반복되는 실수는 대개 개인이 아니라 그 실수를 허용한 설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회차가 남긴 질문도 결국 거기로 향한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남은 것은 세 가지 미결이다. 첫째는 사인이다. 부검으로도 확정되지 못한 장씨의 사망 경위는, 초기 증거가 사라진 조건에서 앞으로도 명료하게 규명되기 어려울 수 있다. 가족이 제기한 의문과 경찰의 잠정 판단 사이의 간극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전수조사의 결과다. 298건 가운데 재신고 없이 닫힌 종결이 얼마나 되는지, 그중 실제로 위험에 처한 실종자가 더 있는지는 조사가 끝나야 확인된다. 이 숫자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개인의 일탈’과 ‘시스템의 붕괴’ 중 어느 쪽으로 규정할지 가른다.
셋째는 제도의 보완이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종결·삭제에 교차 확인과 감사 기록을 의무화하는 것, 종결 사유를 통신·위치 자료로 검증하도록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드러낸 구체적 공백이다. 과거의 초동수사 실패들이 그랬듯, 이번에도 제도가 어디서 비어 있었는지를 기록해 두는 일이 다음 사건을 줄이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실종 신고를 받는 쪽에서 무엇을 신호로 봐야 하는가—’연락이 됐다’는 종결일수록 그 근거를 확인하라는 것—가 이 회차가 남긴 가장 실무적인 교훈이다.
자주 묻는 질문
- Q. 궁금한 이야기 Y ‘제주 셀프 종결’ 편은 언제 방송됐나? — 2026년 8월 28일 금요일 SBS에서 방영됐다. 제주 한림 실종 사건과 담당 경장의 허위 종결 의혹을 다뤘다.
- Q. ‘셀프 종결’과 ‘허위 종결’은 무슨 뜻인가? — 담당 경찰관이 별도 검증이나 상급자 확인 없이 실종 신고를 스스로 종결 처리한 것을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연락이 됐다’는 사유로 종결했으나 통신 내역에 통화 기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허위 종결 의혹이 제기됐다.
- Q. 담당 경장은 어떤 처분을 받았나? —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고 알려졌다. 다만 재판 전으로 혐의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무죄추정이 적용된다.
- Q. 장씨의 사망 원인은 밝혀졌나? — 신원은 치아 감정으로 확인됐으나, 고도의 부패로 부검에서도 사인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을 낮게 보는 반면 가족은 이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